UPDATED. 2024-04-26 16:55 (금)
회원 없고 기능과 운영 불명확한 협의회...제대로 된 주민자치 할 수 있나
상태바
회원 없고 기능과 운영 불명확한 협의회...제대로 된 주민자치 할 수 있나
  • 문효근 기자
  • 승인 2023.11.02 10: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읍면동 주민자치회의 상위 단체인 주민자치협의회(이하 협의회)에 대한 조례 규정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주목을 모으고 있다. 동 주민자치회 위원들을 배제하고 소수의 주민자치회장만 협의회 회원으로 둘 수 있는 조례 조항, 그리고 협의회의 명확한 기능과 운영에 관한 조항이 누락된 것이 이번 논란의 핵심이다.

 

회원 없는 협의회, 주민 없는 자치회와 같아

문제가 된 조례는 하남시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및 설치·운영에 관한 조례로, 2023927일 신설된 조항은 다음과 같다.

23조의2(주민자치협의회)<신설 2023.9.27.>

시장은 주민자치 활성화를 위한 협의 및 자문기구로서 하남시 주민자치협의회(이하 협의회라 한다)를 둘 수 있다.

협의회는 각 동 회장을 회원으로 구성한다.

시장은 주민자치 정책수립과 시행을 위하여 협의회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주민자치협의회를 조례상 명문화하여 읍면동 주민자치회의 상급 단체로 대내외적인 위상을 확보하려는 의도는 바람직하다. 그러나 협의회 구성원을 각 동 주민자치회장으로만 구성하는 것은 주민을 배제한 현재의 읍면동 주민자치회와 다를 바 없다.

지방자치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 제27조 주민자치회 설치에 관해 풀뿌리자치 활성화와 민주적 참여의식 고양을 위해 읍면동에 해당 행정구역의 주민으로 구성되는 주민자치회를 둘 수 있다는 조항을 행정안전부 주민자치회 표준조례에서는 해당 행정구역의 주민으로 구성되는이란 문구를 삭제해 버렸다.

이렇게 주민자치회에서 주민을 없애고 소수의 위원으로 채워 넣은 탓에 주민자치회의 회칙 제정권이 박탈되어 시군구 조례에 묶여 관치화되었으며, 재정권 역시 부재되어 시군구 예산에 의지하게끔 예속화 시켜버렸다.

사진=하남시
사진=하남시

 

따라서 하남시 협의회 회원을 각 동 주민자치회장으로만 구성하게 한 것 역시 동일한 패착이다. 주민자치는 마을의 주민들이 모두 연대하여 하는 것이지 소수의 회장과 위원들만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상황에서 협의회가 전체 주민을 회원으로 하지는 못하여도 최소한 동 주민자치위원들은 회원으로 구성해야 협의회가 주민자치회장들 간의 친목 모임 수준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관치화로 행정의 거수기될 우려 커

하남시 협의회 조례 규정이 내포한 또 하나의 문제는 다른 지역 조례 규정과 달리 협의회의 구체적인 기능과 운영 등에 관한 조항을 명확히 규정짓지 않은 데 있다.

논산시 주민자치회 설치·운영에 관한 조례 제36(기능)

주민자치회 운영에 대한 정책수립, 연구·개발에 관한 사항

주민자치회 간 정보교환 및 지원 등에 관한 사항

주민자치활동 및 지역공동체 형성에 관한 사항

그 밖에 주민자치센터 운영·관리 등에 필요한 사항

⑤「논산시 주민참여예산제 운영 조례에 따른 주민참여예산제 운영에 관한 사항(신설 2020.6.10.)

 

부천시 주민자치회 및 주민자치센터 설치·운영 조례 시행규칙 제44(운영)

정기회의는 분기별 개최를 원칙으로 하며, 필요시 임시회의를 개최할 수 있다.<개정 2022.3.21.>

회의는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의 참석으로 개의하고 합의제를 원칙으로 하며, 자치회장이 부득이한 사유로 회의에 참석할 수 없을 때에는 해당 동 주민자치회 부회장이 대리 참석할 수 있다.

이 규칙에서 정한 것 외에 협의회 운영에 필요한 일반사항은 조례와 부천시 자문기관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준용한다.[본조신설 2021.7.26.]

행정에 휘둘리지 않는 협의회가 되기 위해서는 협의회의 기능과 역할, 운영 등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하남시 협의회는 조례상 이런 조항이 모두 누락되어 있다. 문패만 내건 협의회가 될 소지가 크다. 소수의 주민자치회장들로만 구성된 협의회인 탓에 주민대표성과 전문성은 고사하고 하남시 각 동 주민자치회를 아우르는 협의회의 위상과 역할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럴 경우 자칫 협의회가 관치화되어 행정의 하부조직이나 거수기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

 

광역시도-읍면동 잇는 협의회 역할 하지 못하면 유명무실

광역시도 주민자치회와 읍면동 주민자치회를 이어주는 시군구 협의회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시군구 협의회장 선출이나 주요 사안에 대해 주민자치회장끼리 모여 호선한다면 아무런 의미 없이 유명무실할 뿐이다. 주민자치위원 모두가 모여 직선해야 하고 선거관리위원회를 출범시켜 공식적으로 공약을 내고 토론하게 만들어야 제대로 된 주민자치가 뿌리 내릴 수 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하남시 주민자치협의회는 동 단위 주민자치회와 경기도 주민자치회를 이어주는 매개 조직으로서 민주적 정당성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협의회를 구성하는 회원 범위를 현재의 주민자치회장에서 전체 주민자치위원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논평했다.

주민자치협의회는 주민자치 최일선인 읍면동과 협의회의 상급 단체인 광역시도 주민자치 조직을 잇는 교두보다. 읍면동 자치회를 제대로 지원하고 광역시도 자치회에 적극적으로 협력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협의회의 회원은 소수의 읍면동 주민자치회장이 아닌 위원 전체로 구성해 대표성과 전문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다. 또한, 주민자치회법이 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민자치는 조례를 통해 규정되고 운영될 수밖에 없다. 협의회의 기능과 역할을 조례에 신설하거나 개정할 때 치밀함이 필요한 이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공공성(公共性)’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연구세미나95]
  • 문산면 주민자치회, 주민 지혜와 협의로 마을 발전 이끈다
  • 제주 금악마을 향약 개정을 통해 보는 주민자치와 성평등의 가치
  • 격동기 지식인은 무엇을 말해야 하는가?[연구세미나94]
  • 사동 주민자치회, '행복한 끼'로 복지사각지대 해소 나서
  • 남해군 주민자치협의회, 여수 세계 섬 박람회 홍보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