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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의 주요쟁점(2) 누가, 어디서, 언제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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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의 주요쟁점(2) 누가, 어디서, 언제 하나?
  • 전영평 대구대학교 명예교수
  • 승인 2023.11.03 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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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평 교수의 자치이야기

네 번째 쟁점: 주민자치, 누가(who) 해야 하나

주민자치의 주체는 당연히 주민이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 주민이 지역의 전체 주민 참여 기회(예를 들면 주민총회)를 보장받지 못한 채 공공기관의 주도하에 주민의 일부를 선발하여 주민을 대표하도록 하는 문제를 초래하였다.

주민자치 시행 초기에는 읍면동에 주민자치위원회를 두고 읍면동장이 위촉하는 주민자치위원을 임명하여 읍면동 자문위원들이 주민자치를 대신하게 하였다. 이에 대한 반발과 비판이 일자 행정안전부는 2020년 주민자치 표준조례안을 마련하였으나 또다시 이에 대한 비판이 봇물이 터지듯 하고 있다.

이에 행정안전부는 올해 들어 표준조례 개정안을 내놓았는데 주요 내용은 주민자치위원 선정방법 다양화 주민자치위원 교육 자율화 주민자치위원 자격 명확화 간사 또는 사무국 근거 삭제 중간지원조직 지원 근거 삭제 주민총회 및 자치계획 자율화 등이다. 이 중에서 주민자치를 왜곡하는 가장 큰 독소조항은 주민자치위원 선정과 관련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주민자치중앙회는 위원 선정 방식의 다양화라고 홍보하는 행안부지만 사실상 주민자치회를 읍면동장 영향력 아래 두려는 속내입니다. 개정안의 핵심이 읍면동장이 위촉한 사람들로 위원선정위원회를 구성해 주민자치위원을 선정하도록 하고 읍면동장의 하부조직이라 할 수 있는 이통장 등을 위원선정위원회 당연직 위원으로 둘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읍면동장-이통장-주민자치회라는 수직체계를 구축해 주민자치를 간섭하고 지배하려는 의도가 자명합니다. 여기에 주민자치위원 정원을 제한하는 조항 역시 주민의 다양한 의견수렴과 적극적인 참여를 축소하고 제한하기에 충분합니다. 주민자치가 아니라 읍면동장 자치이자 명백한 관치입니다. 주지할 사실은 행안부의 표준조례 개정안은 참고 사항일 뿐 각 지자체가 무조건 따라야 하는 의무사항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려스러운 점은 중앙부처에서 내린 표준조례 개정안을 그대로 답습하는 지자체와 지방의회의 행태입니다. 따라서 주민자치회 조례를 입법할 때 각 지역의 특성을 반영하되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토론회 등 철저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주민자치의 본질과 가치가 보호받을 수 있도록 주민과 주민자치회가 지자체를 압박하고 지방의회를 설득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라고 밝혔다.(출처: 행안부 표준조례 개정안, 주민자치 퇴행시키는 명백한 관치: 월간 주민자치 2023.7,23),

결국 행정안전부의 표준조례안은 읍면동의 관할 하에 주민의 일부가 주민자치 업무를 대행하는 식의 주민자치를 옹호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게 되었다.

그런데 필자는 행정관치-주민자치 이분법과는 다분히 다른 시각에서 주민자치의 주체(who: 누가 주민자치를 하여야 하는가?)의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

먼저 우리나라 주민은 자기 동네/마을의 주민자치에 관한 관심과 참여 활동이 매우 미약한 것이 사실이다. 주민자치는 주민의 권리 영역이지만 주민 의무 영역은 아니기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에게 강제 출석을 요구하기 어렵다. 이는 주민실패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전상직이 말하는 주민 없이 위원만 있는 기형적 구조의 주민자치회” <주민 쟁점>, 4) “위원 선정 주민이 하되 주민자치 사업 중심적 위원을 뽑아야” <위원 쟁점> 8) “공무원 없으면 회의조차 재대로 못 하는 주민자치회, 반성하고 긴장해야” <조직 쟁점>, 12) “주민에게 맡기되 격려하고 다듬어 기다려 주는 것이 주민자치 정책 역량” <역량 쟁점>, 13) “관료가 하면 관치-시민단체가 하면 운동, 주민이 해야 비로소 자치” <발전 방향 쟁점>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한국의 주민과 정부, 그리고 주민자치 옹호 집단이 극복해야 할 크나큰 난제(주민실패 현상)가 아닐 수 없다.

주민자치의 주체(who) 쟁점을 또 다른 측면에서 볼 때 우리는 주민자치회의 주체가 누구이며 주민자치회 지도자의 역할과 육성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주민자치회(주민회)의 주체는 당연히 해당 지역의 주민전체가 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주민자치회(주민회)를 누가 이끌어 갈 것인가에 대한 국면에 있어서는 주민자치회 리더의 역할과 기능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으며 그런 역할과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주민자치회 지도자를 어떻게 육성할 것인가의 문제가 매우 중요하게 된다. 주민자치가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주민자치 지도자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주민자치위원은 주민자치에 대한 기본교육과 연수를 받은 적이 거의 없으며 관청에서 위촉되거나 신청-추첨으로 위촉된다. 이는 과거 새마을지도자의 경우와는 비교되는 사례이다. 새마을운동의 경우 국가 정책적으로 마련된 새마을지도자 육성계획에 따라 새마을중앙회 연수원에서 집중 교육, 연수, 사례발표, 기법 등을 전수하면서 역량 있는 새마을지도자를 육성하였으나, 주민자치의 경우는 국가정책의 대상도 아니며, 지도자 교육연수를 전담하는 조직이나 과정이 거의 없다. 아무리 주민자치가 일상적 마을 일을 대상으로 하는 일이라 해도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주민을 어떻게 동기화시키면서 마을 자치를 이끌어 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실천을 하는 리더 없이는 마을 주민자치의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식으로 계속 간다면 리더십이 부실한 주민자치위원회 중심의 현재와 같은 주민자치 관행을 이대로 방치할 수밖에는 없게 될 것이다. 주민자치와 관련한 리더십은 두 개의 트랙으로 1) 주민운동 리더십과 2) 주민자치회 리더십으로 나눌 수 있다. 이 두 가지 트랙에 공통으로 필요한 리더는 과업 주도(task initiation)와 인간 배려(human relationship)에 강한 관심을 가진 사람이다. 주민자치와 같은 무관심 영역의 사회적 주제일수록 이에 적극 헌신하고자 하는 상록수형 지도자혹은 변혁적 리더십’, ‘카리스마적 리더십’, ‘퍼스트 펭귄같은 리더십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것임이 분명한데 이에 대한 관심과 대책이 없는 점이 현실적으로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다. 주민자치의 지도자를 어떤 식으로 선발하고 그들에게 어떻게 주민자치 지도자 교육과 연수를 시행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은 주민자치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요인이 아닐 수 없다. 현재는 한국주민자치중앙회에서 운영하는 주민자치연수원이 이를 유일하게 담당하고는 있으나 그 역량이 그다지 크지 못하며 활성화 수준이 미흡하다.

 

다섯 번째 쟁점: 주민자치 어디서(Where) 하나

주민자치를 어디서 해야 하는가의 문제는 주민자치의 실효성을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이슈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읍면동 규모의 지역에서 주민자치를 실시하고 있다. 5000만 명의 인구를 가진 나라에서 3500개 정도의 읍면동이 존재하는 까닭에 우리나라 주민자치의 규모는 15000명 주민을 단위로 하는 주민자치가 되고 있다.

주민자치의 핵심은 동네/마을 수준의 일을 주민이 상의하여 결정하는 것인데 만 명 이상의 지역에서 주민자치를 한다는 것은 대다수 주민은 소외되고 일부 주민대표-기껏해야 30명 수준-들이 주민자치를 대신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이는 실질적인 주민자치가 아니며 간접 주민자치이다.

이런 식의 주민자치는 기초의회 지방의원이 주민대표로 선출되었으나 주민과는 동떨어진 일을 한다는 비판-지방의회 실패-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서 매우 부실한 것이다. 따라서 주민자치의 실질적 효과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통/리 수준 규모의 장소에서 주민자치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현재 한국의 통리는 대략 1만 개 정도가 되며 평균 인구는 약 500명 정도이다.

그러나 현행 행안부 표준조례에서도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제시를 못 하는 가운데 이에 대한 치열한 공방은 한국주민자치중앙회가 유일하게 통/리를 단위로 한 주민자치 시행을 위한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예컨대 중앙회의 소송을 전담하고 있는 이동호 변호사는 주민의 의사에 따른 주민자치회의 자발적민주적 구성 가능성이 차단 된 점을 언급하였다. 그는 지방분권법 제27조는 읍동에 해당 행정구역의 주민으로 구성되는 주민자치회를 둘 수 있다고만 규정하고 있지 주민자치회를 누가(지자체장 or 주민) 설치할 수 있는지, 에 복수의 주민자치회를 둘 수 있는지, ‘보다 작은 예컨대 단위에도 설치할 수 있는지를 제한하고 있지는 않는다면서 행안부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는데 이에 대한 회신에 따르면 행안부 입장은 원칙적으로 복수 설치에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이해된다. 한국주민자치중앙회는 주민자치회 설치를 단위로 단수로만 제한할 경우 생활 단위성을 무시하여 주민자치를 오히려 왜곡할 소지가 농후하다. 의 크기도 지역에 따라 천차만별이고 지나치게 크거나 작을 경우 생활단위성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게 된다라고 주장한다.<출처: 월간 주민자치(http://www.citizenautonomy.co.kr)

참고로 영국의 패리시와 일본 자치회의 규모와 장소에 대한 자료를 보면 아래의 표와 같다.

주민자치의 기본 단위를 읍면동으로 할 것인가, 아니면 통리로 할 것인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지만 현행 규정에 따르면 이에 대한 명백한 지침은 없다. 표준조례안을 유추 해석하자면 그것을 선택할 수 있는 주체조차 누구인지도 모호한 실정이다. 게다가 한국의 주민자치 장소 단위에 대한 논의를 더욱 어렵게 하는 것은 아파트 단지 생활에 집착해온 한국적 주거 형태이다.

우리의 경우 전 세계의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아파트 단지중심의 생활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우리와 비견할 수 있는 여타 선진사회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매우 특별한 주거 형태이다. 2021년 현재 한국 인구 중 아파트 거주 가구는 총가구의 52퍼센트를 차지하고 있으며 게다가 대형 아파트 단지를 선호하는 주민들의 특성이 존재하는 이유로 인하여 한국의 주민자치를 아파트 단지 자치를 고려하지 않은 채 논의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에 가깝다.

이는 수백 명에서 만 명 가까운 주민이 살고 있은 아파트의 주민자치는 어떤 주제와 어떤 방법으로 누가 주도할 것인가에 논의가 필요한 이유이다. 또한 주민자치의 모형을 상정함에 있어 과거 전통 마을 자치복원이나, 인구소멸로 피폐해져 가는 농산어촌 마을 자치 복원을 상상하는 일은 낭만적일 수 있긴 하다. 이 또한 통리의 주민이 소멸해가는 농산어촌의 주민자치가 어떤 수준의 장소에서 가능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많은 숙고와 연구가 필요한 이유가 될 것이다.

 

여섯 번째 쟁점: 주민자치 언제(When) 하나-주민자치의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각

언제부터 주민자치라는 형식과 기능이 있었는가를 명확히 규명하기는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인류가 사회적 공동생활을 하면서부터 공동생활의 제반 필요 사항-재해, 외부 침략, 농사, 수렵, 가축, 결혼, 제사, 육아 등-을 해결하기 위한 공동체 자치활동이 존재한 것은 분명한 사실일 것이다. 우리가 현재 주민자치 이슈에 천착하면서도 전통적으로 존재했던 주민자치의 원형을 찾으려 노력을 하는 것은 과거의 주민자치 관행을 준거로 하여 현재와 미래의 주민자치 필요성과 발전방안을 역설하려고 하는 것 때문인 것 같다.

사실 주민자치의 과거, 현재, 미래의 논의가 서로 분리되어 주장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과거는 현재를 정당화하는 준거가 되고 현재는 미래를 위한 보다 나은 대안을 찾기 위한 준거가 되는 것이 마땅한 일이다.

현재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주민자치는 1995년 전면적 지방 자치가 시행되고, 당시 지방자치법이 규정한 주민의 권리 조항으로부터 파생된 것이다. 주목할 것은 그 당시의 법이나 현재의 법이나 주민자치실행 및 구현을 위한 명확하고 구체적인 규정이나 지침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방자치에 있어 주민의 참여는 인정하고 있으나 주민이 주체가 되는 주민자치에 대한 규정은 전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에게 주민자치는 현실 생활에서는 일부 존재하는 현상이지만 법적으로 규정된 권리는 아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역사 속의 주민자치관행을 찾아 주민자치의 복원을 위해 노력하는 곳은 한국주민자치중앙회와 한국주민자치학회이다. 이들은 역사 속 주민자치의 원형을 찾기 위해 주제와 관련한 세미나를 지속적으로 개최하고 관련 자료 확보를 해왔다. 심지어 조선왕조실록을 근거로 하여 주민자치의 날을 제정하고 기념하고 있다. 이런 노력의 장점은 주민자치의 준거를 제시하고 현재의 주민자치의 필요성을 정당화하는 데 있다.

하지만 과거의 주민자치 관행이 시대와 공간을 달리하는 현재에 어떤 시사점을 주며, 어떤 실질적 대안을 마련하는 데 도움의 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분명한 한계를 갖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과거의 주민자치 원형그것이 원시공동체의 관행이든, 신라시대의 향도회 같은 것이든, 두레나 촌계, 동계, 향약 같은 것이 되었든 간에-은 역사적 준거로서의 존중을 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중에서 현재에 주민자치의 원리나 시행에 활용할 수 있는 재료를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잠시 1990년대 이후 현재까지의 주민자치제도의 변화를 살피면 아래의 표와 같다.

이 표의 내용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현재 우리의 주민자치는 여러 가지 한계와 모순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특히 현재의 한국 주민자치는 다양한 종류의 실패 현상-정치실패, 정책행정실패, 시장실패, 시민사회실패, 주민실패, 언론실패 등-에 직면하여 좌충우돌하면서 진척되고 있는 양상이다.

현재의 주민자치 운동이 이런 난관을 극복하고 충실한 대안을 마련하여 미래의 주민자치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어떤 장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마도 미래의 주민자치는 우리가 생각하는 오프라인형 주민자치가 아닐 확률이 매우 높을 것이다.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 컴퓨터, 휴대전화를 기반으로 초연결시대, 이러한 기술변화에 따른 개인주의 의식팽배로의 정신문화 변동 및 공동체 정신의 소멸, 도시를 제외한 농산어촌 지역이 인구소멸과 존재감소멸 등등 겹겹이 막아선 오프라인 주민자치의 미래가 걱정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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