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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 잘 되려면 ‘밥 먹고 합시다’ 얘기 안 나올 정도로 회의 재밌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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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 잘 되려면 ‘밥 먹고 합시다’ 얘기 안 나올 정도로 회의 재밌어야”
  • 김윤미 기자
  • 승인 2023.11.13 13: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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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시 가흥1동 주민자치위원회, 선진지 견학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방문

주민자치, 되게 재밌게 해야 하는데 뭐가 잘못됐는지 어려운 일이 됐습니다.”

영주시 가흥1동 주민자치위원회가 12일 선진지 견학 차원에서 서울 인사동 한국주민자치중앙회를 방문해 전상직 회장과 특별한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김석호 영주시 가흥1동 주민자치위원장
김석호 영주시 가흥1동 주민자치위원장

김석호 주민자치위원장, 이도원 부위원장, 이병철 간사를 비롯한 가흥1동 주민자치위원들, 방주윤 가흥1동 팀장과 석지현 주무관 그리고 우충무 시의원까지 20명 가까운 인원이 이날 오전 인사동 태화빌딩 대회의실에 도착했다.

전상직 회장은 먼 길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제는 먹고 사는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이 됐으니 잘 사는 것, 잘 노는 게 문제이고 중요합니다. 주민자치는 주민들끼리 재밌게 잘 노는 게 먼저이고 어떻게 하면 어른답게 잘 사느냐가 문제입니다. 근데 이 이야기는 어디서도 잘 안 나옵니다라며 시도지사, 영주시장, 시의원은 우리가 직접 뽑습니다. 뽑아 놓은 사람이 잘 못 했을 땐 주민소환, 주민발안 등 제도가 마련되어 있는데 읍면동장은 시장이 임명해 뭘 잘 못해도 주민들이 뭔가를 할 수 없습니다라고 현실을 지적했다.

전 회장은 통장, 통회의 차이를 아시나요? 통장은 직선하기도 하지만 지금 제도 하에서는 통장만 있을 뿐입니다. 근데 통회장은 통회 규칙을 따라야 한다. 언제든 통회장이 잘 못하면 주민들이 끌어낼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리도 리회로 만들어야 합니다. 현재 대한민국 주민자치가 제대로 되고 있나? 지금 상태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중국도 동장 선거를 합니다. OECD 국가 중 우리나라만 동장 선거를 안 합니다라고 짚었다.

이어서 전상직 회장은 주민자치는 주민이 잘 살고 잘 먹고 잘 노는 것인데, 이것을 혼자하면 개인자치, 공무원들이 하면 관료행정, 시민단체가 하면 시민운동, 주민이 함께 해야 주민자치입니다. 함께 한다는 게 중요합니다. 잘 산다는 것, 어른은 어른답고 아이는 아이다워야 합니다. 잘 노는 것은, 일조차 노는 것처럼 해야 한다고 할 정도로 노는 게 중요합니다. 근데 우리나라는 이게 잘 발달이 안 돼 있습니다. 지금 지방축제가 과연 주민들을 위한 축제일까요? 동네 축제는 주민들이 함께 하고 주민들이 즐거워야 합니다. 근데 이걸 공무원들이 하면 재미없어집니다. ‘주민자치, 원래 주민들이 해야 하는데 공무원들이 설치기 시작하면 주민자치가 안 된다예전에 모 단체장이 했던 말입니다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주민자치, 어떻게 할 것인가? 전상직 회장은 주민들이 어떻게 하면 주민자치센터, 주민자치에 관심을 갖게 될까? 주민자치센터의 강좌, 꼭 강사가 있어야 할까요? 어른들이 동네 아이들에게도 신경써줘야 합니다. 초등학교 졸업식때 주민자치위원장상이 있나요? 만들어야 합니다. 영주시 협의회 회의를 할 때도 맨날 시청에서 하지 말고 한 번은 경찰서에 가서, 한번은 교육지원청에 가서, 또 소방서, 새마을조합 등에 가서 하고 업무도 듣고 소통도 하고 해야 합니다. 이렇게 해서 영주시 협의회가 시장 밑에 있는 게 아니라 시청을 벗어나 시 전체를 생각하는 조직이 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이렇게 하면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저항을 넘어서야 자치회 위상도 올라가고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또 주민자치위원들만 활동하는 게 아니라 이제 주민들과 소통해야 합니다라고 주문했다.

전 회장은 또 시에서 예산을 받아오면 성공, 못 받아오면 실패라는 인식도 바뀌어야 합니다. 회의수당으로 함께 식사만 할 게 아니고 이를 모아서 멋있는 사업을 하나 구상할 수도 있어야 합니다. 찾아보면 할 일이 매우 많습니다. 주민 한 사람의 기를 살려줄 수 있는 주민자치회가 될 수 있길 바라봅니다. 주민자치위원회가 잘 되려면 밥 먹는 것 보다 회의가 재밌어야 하고 그렇게 할 방법은 많습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날아서 산으로 갈 수 있는데 사공이 적으니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겁니다. 위원장 한 사람이 아니라 위원 전체가 사공 노릇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주민자치는 위원이 하는 게 아니라 주민이 하는 것입니다. 주민자치는 따로 힘을 안들이고도 주민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모을 수 있으면 일이 됩니다. 주민자치위원회에서 공무원이 못하는 일, 안하는 일을 해야 합니다. 이걸 기획하는 게 쉽지 않지만 어려워도 해야 하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일들을 할 수 있는 여건들이 아직은 안 되어 있다는 게 안타까운 일입니다. 예컨대 위원장 임기가 정해져 있어 일을 할 만하면 임기가 끝나서 교체가 되고 늘상 제자리걸음입니다. 위원장을 뽑을 때 차기 위원장을 미리 뽑아 현 위원장과 같이 호흡을 맞추게 하면 2년 간 저절로 실습을 하게 되는 셈이 되고 단절 없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라고 주장했다.

계속해서 전상직 회장은 주민자치회에 통장, 각종 지역단체장들을 다 모으면 모을수록 좋습니다. 주민자치위원 수 25명 제한 같은 제도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통장이 위원에 빠져있는 것도 적절치 않습니다. 1895년에 향회조규라는 훌륭한 주민자치회법이 있었습니다. 지금 주민자치회는 규칙을 스스로 못 만들게 되어 있는데 조직이 회칙을 자체적으로 못 만든다? 입법권이 없으면 바로 식민지 상황인 겁니다. 꼭 아셔야 할 것이 여러분들은 봉사자가 아닙니다. 봉사는 나중에 시간이 많이 나실 때 하실 일입니다. 주민자치위원회는 우선 여러분들이 가진 권한 즉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 심의 권한을 이용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먼저 자치센터를 멋있게 운영해보십시오. 한두 분이라도 교육전문가를 모셔서 잘 만들어보시길 바랍니다. 센터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꼭 강의만 하는 게 아니고 성인식, 전입주민환영회 등을 멋지게 만들어 개최하실 수 있습니다. 자치회관은 강사 전용 공간이 아니라 주민자치회 전용 공간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노래교실, 댄스교실 등은 꼭 자치센터가 아니라 다른 장소를 빌려서 해도 됩니다. 센터는 위원들이 모여 다달이 어린이, 노인, 여성들 문제를 연구하고 준비하는 것을 했으면 좋겠습니다고 제안했다.

끝으로 전 회장은 어릴 때 봤던 어른들, 우리가 지금 그 나이가 됐습니다. 동네 아이들이 나도 커서 저 어른처럼 멋있는 어름이 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멋진 어른, 멋진 주민자치위원이 되어주시길 바랍니다. 이를 위해 필요하신 게 있으면 언제든 저도 열심히 돕겠습니다. 주민자치를 멋있게 해주십시오라고 당부했다.

이어 가흥1동 주민자치위원회는 전상직 회장에게 감사의 선물을 전달한 뒤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사진=문효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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