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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주민자치 사회적 위상 결정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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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주민자치 사회적 위상 결정돼”
  • 문효근 기자
  • 승인 2023.12.02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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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주민자치위원 역량강화 워크숍 전상직 중앙회장 특강 펼쳐

2023년 경상남도 주민자치위원 역량강화 워크숍이 1130일과 121일 고성군청소년센터에서 열렸다. 경남 주민자치회 임원진 및 읍면동 주민자치위원 등 300여 명이 참석한 이번 워크숍은 주민자치에 대한 이해와 실무역량 배양, 도농형 주민자치 구현 방안 모색, 주민자치 우수사례 발표 등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었다.

특히 121일에 열린 2일차 워크숍에서는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중앙대 행정대학원 특임교수)경상남도 주민자치 실질화라는 주제로 특별강연에 나섰다. 전 회장의 특강을 지상중계 한다.

 

한 달에 회비 1만원이면 주민자치 행정에 손 벌릴 필요 없어

경상남도 주민자치회를 창립하고자 했을 때 주민자치위원들이 단합하지 못한다면 주민자치 제대로 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제일 먼저 위원들의 단합에 의미를 뒀다. 전국 시도 주민자치회 창립을 다 그렇게 했다. 경남도는 주민자치 모범 지역 중 하나다. 7,400여 명의 경남 주민자치위원들이 한 달에 1만원씩 회비를 낸다면 한달에 7,400만원이다. 경남도청에 굳이 손 벌릴 필요 없다. 사무실도 마련하고 토론회, 다양한 행사, 사업 등을 벌일 수 있다. 이 뜻이 제대로 모이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 위원들이 힘을 모으고 공무원들은 도와주면서 간섭하지 않는다면 행정과 정치가 하지 못하는 일을 주민자치가 할 수 있다.

1999년부터 주민자치를 해 왔다. 당시 행정자치부가 주민자치센터를 만든다고 했을 때 읍면동을 아예 없앤다는 게 김대중 정부의 구상이었다. 대신 주민자치위원회에 맡긴다는 목표였다. 그러나 공무원들이 맹렬하게 반대했다. 읍면동을 없애면 읍면동장도 설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 주민자치센터다. 센터장은 당연히 주민자치위원장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읍면동장이 센터장이 되고 말았다. 고작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을 심의하는 역할을 주민자치위원회에 맡기는데 그쳤다. 그렇게 지금까지 20년이다. 그런데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을 주민자치위원장들이 만들고 있나? 아니다. 주민자치센터를 공무원에게 빼앗기고 만 것이다. 참으로 아쉽고 안타깝다. 정부는 주민자치위원회나 주민자치회에 힘을 실어줄 생각이 전혀 없다. 정부 예산, 시군구 예산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없다. 공공기관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지위의 조직으로는 어떤 것도 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끼리 뭉쳐야 하고 한 달에 1만원씩 회비를 내자고까지 말씀 드리는 것이다.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

 

내년 총선 전 국회의원 후보들에게 주민자치 물을 것

제대로 된 주민자치를 학자도 공무원도 시민운동가도 모른다. 그래서 2006년에 한국주민자치학회를 창립했다. 17년 동안 세미나를 1,000회 가까이 했다. 치열하게 주민자치 공부하고 연구해 온 것이다. 내년에는 총선을 앞두고 각 지역마다 주민자치를 잘 알지 못하는 국회의원 주요 후보자들을 초청해 주민자치도 가르치고 주민자치에 대한 후보들의 견해도 들어 볼 대담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그렇게 하면 후보들이 바라보는 주민자치에 대한 시각이 달라진다. 우리도 누가 주민자치를 제대로 지원해 줄 후보들인지 옥석을 가릴 수 있다. 무엇보다 주민자치의 위상이 달라진다. 한국주민자치학회가 월간 <주민자치>를 발행하고 있는 언론사이기 때문에 토론회 개최가 가능하다. 비용도 제가 부담하겠다. 여러분들은 후보들을 섭외하고 장소만 정해주시면 된다. 반드시 대담회가 열릴 수 있게 경남 주민자치회의 협조와 도움을 부탁드린다.

 

밥 먹으러 갑시다주민자치 아니다

사람은 그 사람이 하는 일로 평가 받는다. 무슨 일을 하느냐에 따라 사회적 지위가 결정되고 경제적 기반이 달라진다. 주민자치에 대입하면 어떨까. 주민자치회의만 해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이 맞나? 잠시 모여 인사 나누고 모든 안건은 주민자치회장에게 일임한 뒤 밥 먹으러 가자고 한다. 이래서 주민자치의 지위와 위상이 제대로 설리 없다. 주민과 마을을 위해 일하는 것이 주민자치회야 하는데 그러고자 하면 오히려 눈총을 받기 일쑤다. 그렇다면 마을과 주민 간 친목이라도 잘 되게 하고 있는가? 회의 끝나고 밥 먹으러 가는 식당은 꼭 주민자치위원이 하는 식당으로만 간다. 주민자치위원끼리만 친목이 되어서는 안 된다. 마을 전체와 주민 전체가 친목이 되게 해야 한다.

 

주민이 주민자치회장 직선하고 회칙도 만들어야

주민자치회는 주민들이 합의해 구령을 만들어야 한다. 이 구령이 바로 주민자치회 회칙이다. 근데 이걸 누가 만드나? 지방의회 의원들이 조례로 만든다. 주민자치회 회칙은 지역에 따라 내용이 달라야 하고 이를 주민이 만들어야 하는데 이게 전혀 안 되는 것이다. 지방의회에서 이 권한을 절대 놓으려 하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제가 수 없이 반복적으로 교육하고 어필하고 있다.

지방자치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 제27조 주민자치회 설치에 관해 풀뿌리자치 활성화와 민주적 참여의식 고양을 위해 읍면동에 해당 행정구역의 주민으로 구성되는 주민자치회를 둘 수 있다는 조항을 행정안전부 시범실시 주민자치회 표준조례에서는 해당 행정구역의 주민으로 구성되는이란 문구를 삭제해 버렸다.

이로 인해 주민자치회의 회칙 제정권은 박탈되어 시군구 조례에 묶여 관치화된 것이다. 주민자치회장 선출권도 박탈되고 공개추첨으로 무력화시켰다. 재정권 역시 빼앗아 시군구 예산에 의지하게끔 예속화 시켜 버렸다.

특히 주민자치위원마저도 단체장이 위촉하게 되어 있다. 주민 없는 자치회에서 결국 소수의 위원이 전부일 수밖에 없다. 행안부의 표준조례 개정안은 더 가관이다. 읍면동장이 위원선정위원회 권한을 가지고 주민자치위원 선정을 좌지우지하게끔 되어 있다. 심지어 수직적 관계에 있는 이통장까지 선정위원회의 당연직위원으로 둘 수 있다.

주민이 주민자치회장을 직선하고 회칙을 직접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렇다면 읍면동장 난리나고 지방의회 의원들 주민자치를 엄청나게 경계할 것이다. 주민자치회장이 시장군수구청장 말에 복종해야 하나? 주민이 직선한 주민자치회장의 말을 오히려 시장군수구청장이 따라야 하는 거 아닌가? 일본 정내회, 스위스 게마인데 같은 주민자치 조직은 모두 읍면동장을 직선한다. 심지어 중국도 직선한다. 우리나라만 행정이 꽂아 내리는 구조다.

 

시민단체 주민자치에 숟가락 얹고 덩치 키워

시민단체도 주민자치에 숟가락을 얹었다. 문재인 정부와 고 박원순 서울시장으로부터 시작된 시민단체에 대한 주민자치 위탁이 시민운동가와 권력형 시민단체의 규모만 키운 것이다. 행정과 권력의 하수인 역할을 하는 시민단체, 관변단체를 중간지원조직이라는 미명 아래 주민자치회를 지배하고 주민자치회의 정당한 권리를 말살시켰다. 행정에게 권한을 위탁 받은 중간지원조직에 의해 주민은 흡사 식민지에 처한 현실이다.

전격적으로 폐지된 서울시 마을공동체사업이 대표적 증거다. 서울시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마을자치지원센터-동자치지원관으로 이어지는 중간지원조직을 내세워 주민자치 경험이 전무한 시민단체에 정책부터 행정까지 포괄적으로 위탁한 것은 자치단체의 무책임이자 지방의회의 무지를 드러내는 극치다. 주민 동의 없이 모든 것을 민간에 위탁해 버리는 작태는 조선시대에 이미 실패했던 주민자치인 수령향약, 양반향약과 다를 게 없다.

주민자치 본질인 고유 사무는 위탁이 불가한 영역이다. 주민은 회원으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가지고 주민자치회에 참여하며, 총회에서 위임한 사항을 집행하고 위임하지 않은 사안은 다시 총회를 소집해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주민자치회 유지 및 운영에 필요한 사무국은 있지만 주민 간 소통, 주민과 주민자치회 간 소통을 담당하는 회원국, 주민자치회의 사업수행을 담당하는 사업국은 지금 주민자치회에 부재된 현실이다.

 

제대로 할 수 있는 일 잘 찾는 게 주민자치의 시작

주민자치는 주민자치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한다. 좋은 일이면 최고로 좋고 그렇지 않은 일이라도 주민자치가 알아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해야 한다.

주민자치의 본질은 잘 먹고 잘 살고 잘 노는 것이다. 단 이걸 혼자 하면 개인자치, 관료가 하면 관료행정, 시민단체가 하면 시민운동이다. 주민 모두가 함께 해야 비로소 주민자치가 완성된다. 이 중 잘 노는 것이 중요한데 일하면서도 잘 놀고 마을을 위해서 잘 놀고 주민들을 위해 잘 노는 것이 필요하다. 재미있게 잘 놀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단순히 봉사하는 것이 주민자치가 아니다. 재미있고 하기 쉽고 돈 적게 드는 주민자치 사업을 기획하고 찾아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잘 먹고 잘 살고 잘 노는 일 중 국가나 단체장, 시민단체가 해줄 수 없는 일이 분명히 있다. 그것은 마을차원의 문제, 생활차원의 문제, 주민차원의 문제를 다루는 것이다. 이게 바로 주민자치다.

 

행정은 지원하되 간섭 말고 정치는 제대로 된 주민자치 제도 마련할 것

주민자치의 걸림돌은 지금 그대로 현상을 유지하려는 편향들이다. 또한, 모든 변화는 손해라고 느끼는 것 역시 주민자치의 걸림돌이다. 이런 현상을 부드럽게 변화시키는 것이 주민자치 실질화의 관건이다.

주민자치는 주민이 마을의 생활관계를 주민과 마을을 위해 주민이 스스로 결정하고 실행하는 것이다. 분권과 자치 아래 주민이 구역을 나의 마을로 승인하는 자발성, 주민이 옆에 주민을 나의 이웃으로 승인하는 자주성, 주민이 마을의 일을 나의 일로 승인하는 자율성이 주민자치의 필요충분조건이 되어야 한다.

인간과 사회라는 두 축을 놓고 본다면 인간의 사회화, 사회의 인간화를 이루는 일련의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관건은 이러한 주민자치 원리를 실현하기 위한 주민자치 정책은 반드시 자치와 분권에 기반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주도나 특정단체 주도로 조직된 단체가 주민자치회에서 충실한 기능을 수행하도록 제도화하면 주민자치는 주민역량에다 단체역량을 결집하여 지역을 공동체화 할 수 있다. 주민자치회가 지역과 주민을 대표하는 것을 국가나 지자체가 조직한 단체가 침식하고 훼손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주민자치는 행정적 속성을 가지면서도 비행정조직이요, 정치적인 속성을 가지면서도 비정치조직이요, 재정을 필요로 하면서도 비영리조직이요, 고유의 목적을 가지면서도 지역보편조직이기 때문이다.

 

주민의 여유와 역량 모으는 것이 주민자치 리더의 임무

주민자치위원의 역량은 지원으로 가능하지만 의지와 여유는 지원으로 불가능하다. 주민자치는 의지와 여유 있는 주민자치 리더가 주민의 여유 있는 역량을 결집하는 것이다. 주민자치위원 선출시 이런 점을 고려해야 한다. 결국 주민자치위원의 미덕이자 임무는 주민들의 여유와 역량을 잘 모아 잘 꿰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당부 드린다. 주민자치 공부해 주시라. 주민자치(위원)회도 공부하시고 협의회도 공부하시라. 특히 협의회 회의를 오후 3시 정도에 하시고 그 중에 1시간을 시청에 있는 1개 과를 지정해 시청이 하는 업무를 보고 받으시라. 계속 과를 바꿔가며 시청의 업무를 보고 받으시라. 그러면 주민자치 역량이 몰라보게 높아질 것이다. 공부하지 않으면 변화가 없다. 하시는 만큼 변화가 클 것이다.

오늘 잔소리 같은 말씀 많이 드렸다. 꼭 잘못하셨다고 드린 말씀이 아니라 더 잘 되시라 드린 것이니 잘 새겨들어 주시기 바란다. 또한, 앞서 전해 드린 것처럼 내년 총선 전 국회의원 후보들에게 주민자치 제대로 가르치는 기회 가질 수 있게 적극적인 협조 부탁드린다.

 

사진=이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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