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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운동과 새마을운동 : 비교와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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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운동과 새마을운동 : 비교와 교훈
  • 전영평 대구대학교 명예교수
  • 승인 2023.12.07 1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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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평 교수의 자치이야기

주민자치운동은 새마을운동과 유사점이 상당히 많다. 그중에서도 핵심적인 유사점은 둘 다 주민의 자발성, 집단적 참여와 협동, 내 고장 발전에 토대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새마을운동은 박정희 대통령 서거 이후 그 동력을 상실하였으나 이후 정권에서도 새마을운동과 새마을조직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려 하였기 때문에 새마을운동 조직은 현재까지도 가장 거대한 범국민운동 단체(회원 170만 명)로 존속하고 있다. 그간 새마을운동은 도시새마을운동, 공장새마을운동, 직장새마을운동 등으로 영역을 확장한 적도 있었고 새마을금고, 새마을문고 등 파생조직이 생기기도 하였다. 2013년에는 새마을운동 기록이 유네스코 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한국의 사회경제문화적 변동으로 인하여 새마을운동에 관한 관심과 참여가 상당히 줄어들고 있다.

반면 주민자치는 1995년 지방자치가 전면적으로 시행된 이후 다소나마 관심을 받는 주제로 점차 부상하였다. 그러나 지방자치 시행 30년이 지난 지금에도 주민자치는 풀뿌리민주주의 근간이 되는 기초자치로 뿌리를 내리지 못한 채 관공서의 지도하에 운영되는 유사 주민자치로 변질되어왔다.

박정희 대통령은 권위주의적 독재자로 알려졌지만 새마을운동의 경우에는 주민과 마을이 주도하고 관청이 이를 뒷바라지해야 한다는 철학과 실천을 보여주었다. 그는 새마을운동은 반드시 농민들의 자발적 운동으로 계도되어야 한다. 스스로 부락민 마음에서 우러난 자발적 운동이라야 성공, 관에서 이것 하라 저것 하라 강요해서 하는 사업은 성공 못 한다라는 기본 인식을 하고 있었다.

이 글에서는 박정희 대통령에 의해 범국민운동주민과 정부의 합작운동-으로 전개된 새마을운동(1970-현재)2010년 이후 한국주민자치중앙회-주민자치 옹호집단-이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주민자치운동을 비교 고찰하여 교착상태에 빠진 현재의 주민자치운동과 주민자치회의 활동에 대한 교훈을 얻고자 한다.

새마을운동은 박정희 대통령의 정치적 선택이었다. 1960년대 초반에 시작된 경제개발 5개년계획의 두 번째 성공을 눈앞에 둔 1970422일 박정희 대통령은 기차여행 중 유심히 보았던 경북 청도군의 주민 자구노력에 큰 영감을 얻어(새마을가꾸기운동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라며 새마을운동을 제창하였다고 한다) 2년간의 새마을운동을 실시한 이후 197242617장의 메모지에 직접 작성한 <새마을운동>이라는 제목하의 친필원고를 전라남도 광주에서 518일 개최된 [새마을소득증대촉진대회]에서 발표하게 된다.

이 메모의 내용을 보면 1)새마을운동의 전개 상황, 2)역사적 의의와 계기의 활용 필요성, 3)새마을운동의 의의와 개념, 4)새마을운동의 방법, 5)협동의 원리와 순기능, 6)근면, 자조, 협동정신, 7)새마을운동의 실천 단계; 사업 선정, 촌락지도자, 부락민 설득 8)새마을사업 방향:직접 소득증대, 잘살기 운동, 성과 차등 지원, 실패 분석, 미래 계획, 9)농민과 정부의 역할, 10)새마을운동의 성공을 위한 11개 유의 사항이 바로 그것이다.

박정희 대통령의 새마을운동 구상 친필, 경상북도 새마을회 발행(2012년 12월)
박정희 대통령의 새마을운동 구상 친필, 경상북도 새마을회 발행(2012년 12월)

새마을운동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는 주장은 틀린 말은 아니다. 비록 새마을운동이 건국 초부터 일부 농촌운동가에 의해 일부 지역을 기반으로 진행되었다고는 하지만 당시 민간 농촌지도자에 의한 새마을운동은 농촌지역 전반에 확산할 수 있는 수준의 역량이 아니었다. 그 시절 대부분의 농촌지역은 전기, 수도, 도로, 환경시설 기반이 전혀 마련되지 않은 원시적 농촌이었다. 당시에도 외국에서 도입되어 유행했던 4H 운동, 가나안농군학교 운동 등이 있었으나 그 활동이 전국적으로 확산하지도 못하였고 얼마 안 가서 명맥이 유지되지 못하게 되었다.

외국에서도 수많은 농촌자립 운동이 일어났고 그런 모델을 수입한 나라도 있었으나 경제산업환경의 변화 등으로 인하여 대부분 큰 성과를 보지 못하였다. 그런데 새마을운동의 경우에는 70년대의 성공적 토착화를 거쳐 현재까지 명맥을 잇고 있으며 특히 개발도상국-대략 100여 개국-에서는 새마을운동단체와 연계하여 새마을운동을 수입하고자 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새마을운동이 성공하고 그에 대한 국제적 수요가 존재하는 가장 근본적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는 잘살아보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추동하고 그것을 전략적이며 범국가적 국민운동으로 상징화하고 경쟁과 보상의 원리를 동원하여 주도면밀하게 추진한 국가정책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훌륭한 이상과 전략을 가진 농민운동이라 할지라도 국가 정책적 관심을 받지 못할 때는 대부분 국지적 농민운동사업으로 그치고 만다. 이는 새마을운동을 이미 도입한 국가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새마을운동 사업을 대충 개발도상국 원조사업, 농촌개량사업, 농촌소득사업 정도로 도입한 국가들은 몇몇 새마을 시범마을 사업을 운영하다가 종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새마을운동 사업이 수많은 국가에 수출되었으나 이를 성공적으로 이끌어가는 나라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두 번째로 주목해야 할 점은 새마을운동의 기본주체는 주민과 주민회여야 하며 주민의,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기획과 결정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박정희 대통령의 경우 새마을운동의 주체는 농민(주민, 부락민)이어야 하며 관에서 이것저것 하라고 강요해서 하는 사업은 성공 못 한다. :부락민들의 총의에 의하여 농로를 만들기로 결정을 했다면 군이나 면에서는 측량설계를 도와주고 기술 지도를 하고 행정지원을 해주고..부락민들 힘으로 못하는 일을 도와주고 지도를 해야 한다는 지시를 하였다(사진 참조).

셋째 부락 간 경쟁과 차등적 보상을 시행하여 마을간 모방학습이 이루어지도록 한다는 것이다. 또한 새마을 국무회의 개최, 대통령 직속 새마을 전담 행정체계 구축, 부서별 새마을 전담 조직 공무원 배치, 새마을운동연수원 설치, 새마을지도자 청와대 초청 격려 등 새마을에 대한 국가 정책적 관심을 실감하게 하는 노력을 하였다.

그렇다면 새마을운동에 비추어 볼 때 작금의 주민자치운동에 대한 주민과 정부의 관심과 노력은 어떠한가? 한마디로 우리의 주민자치운동은 국가는 물론 주민의 관심도 못 받는 상황이다. 주민자치를 통해 자기 마을에 적합한 창의적 사업을 실행하여 삶의 질을 고양하고 마을 민주주의 학습을 통해 민주주의 체력을 강화하여 대의민주주의 실패를 강력히 견제할 수 있어야 함에도 이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하고 실천하는 활동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심지어 주민자치마저도 정치인들이 악용하고 대행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지난 10여 년간 지속적으로 주민자치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한국주민자치중앙회/한국주민자치학회의 활동은 가히 경탄할만할 것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새마을운동의 추진원리와 과정에 비추어 볼 때 우리의 주민자치운동은 각종 난제와 장애물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난관을 돌파하고 주민자치운동을 성공적으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새마을운동의 성공요인 및 장애요인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는 새마을운동과 주민자치운동의 기본출발점이 마을자치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 다 마을자치(주민자치)를 운동성장의 기본 플랫폼으로 하면서 주민의 자발, 자율, 자립, 자조, 협동 정신을 가장 큰 유사점으로 공유하고 있다.

한편 양자 간의 가장 큰 구분 점은 새마을운동은 대통령 지휘 하에 범국민운동으로 전개하고 국가기구와 정부가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관리하였다는 것이며, 주민자치운동은 민간 조직/NGO인 한국주민자치중앙회/한국자치학회가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새마을운동과 주민자치운동은 1)조직 설립/조직구성, 2)비전, 미션, 기본 가치, 3)리더십/철학/가치, 4)핵심사업, 5)경영혁신 분야, 6)거버넌스, 7)SWAT 분석과 전략 도출, 8)사업평가 9)회원조직 10)보상제도 11)위협요인의 측면에서 양자를 비교할 수 있다(필자가 제시한 기준임). 아래의 표는 이상의 기준을 적용하여 양자를 간략히 비교한 내용이다.

 

지면 관계상 이 표의 내용을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겠지만 이 비교를 통해 주민자치운동은 많은 시사점과 교훈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비교 이외에 주민자치운동-새마을운동 방식에 비추어 볼 때-이 유념해야 할 중요한 질문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적합한 답변을 마련할 것을 권고하고자 한다.

첫째 주민자치운동과 국가관계 설정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새마을운동식 국가-마을 합체 추진이 맞는가, 아니면 민간 주도(관치차지 배제/통 단위 마을 자치 구성이 맞는가? 주민자치 추진 방식 문제: 상향식(bottom up)으로 할 것인가, 아니면 상하향식조합(bottom up-top down)으로 할 것인가. 어떤 방식이 유리할 것인가?

둘째 읍면동 민주화-읍면 동장선출-는 정당정치/정파적 침투와 선거 부조리, 선거관리 어려움 등이 예상되는데 읍면동 민주화와 통치 주민자치가 양립할 수 있다고 보는가?

셋째 주민자치운동에의 주민참여 동기화 문제: 새마을운동에 비추어 볼 때 주민의 참여 동기를 어떻게 유도할 것인가?

넷째 주민자치에 대한 정치적 지원획득 문제는 어찌할 것인가. 정파성을 극복하면서 주민자치 제도화를 정책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어떻게 가능할 수 있을까? 현행 관 주도 주민자치제도는 타당한가? 아니면 제도적으로 주민자치법을 만들어야 하는가?

다섯째 주민자치운동 추진 속도 문제: 급진(radical), 개량(reformist), 후원(patron) 중 어떤 속도가 바람직한가?

여섯째 주민자치운동의 리더십, 주민회의 리더십 양성 문제: 만들 것인가, 빌릴 것인가?

일곱째 경제성장, 자유주의, 산업발전, 정보통신, 교통수단, 소통수단, 가족관계, 저출산 인구감소, 농촌소멸, 도시생활 등 압축적 총체적 상황변화에 따른 새마을/주민자치 전개방안이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일곱째, 새마을 초기의 시대상황/정신과 현재의 시대상황/정신에 관한 면밀한 탐구와 정확한 분석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매리 더글라스(Mary Douglas)는 인류학적 문화유형-(집단(group)-통제(grid) 기준에 의한 분류) 계층주의-평등주의, 개인주의-운명주의(고립)로 분류하였는바 새마을 초창기(1960~1970년대) 한국인의 삶의 스타일(life style)은 계층주의/운명주의가 강했던 반면, 주민자치운동 시대(2010-현재)의 삶의 스타일은 개인주의적/평등주의로 이행한 것으로 관찰되는바 이런 상황에 맞는 주민자치운동의 영역과 주제를 찾아야 하지 않는가? 또한 탈코트 파슨스(Talcot Parsons)의 유형변수(Pattern Variables)를 토대로 하여 고찰할 때도 새마을운동 시대 한국인의 태도, 행동 특성과 현재 한국인의 태도 행동적 특성은 매우 다르다고 판단되는바 이에 걸맞은 주민자치운동이 전개될 필요가 있지 않은가. 즉 전근대와 근대 구분, 그리고 새마을운동과 주민자치운동 전략을 면밀히 검토하고 조사하여 주민자치운동을 전개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판단된다.

당대의 주민자치운동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주민자치의 관행-특히 새마을운동의 역사-을 정확히 검토하여 교훈을 얻어야 한다. 또한 현재 주민자치운동의 장단점을 분석하여 효과적인 전략체계를 도출해야 한다. 미래 주민자치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주민의 욕구, 의식, 주거변화, 소통기술 및 방법의 변화를 잘 예측하여야 한다. 이것이 바로 주민자치의 과거 현재 미래의 연결고리에 대한 면밀하고 정확한 이해가 필요한 이유이다. 이런 점에서 주민자치운동의 과거 버전인 새마을운동 사례는 현재의 주민자치운동에 주는 시사점과 교훈을 주고 있는바 한국주민자치중앙회/한국주민자치학회가 주도하고 있는 주민자치운동의 기획과 실천에 잘 활용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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