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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 이제껏 하지 않았던 일 찾아내 할 줄 알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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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 이제껏 하지 않았던 일 찾아내 할 줄 알아야”
  • 문효근 기자
  • 승인 2023.12.12 14: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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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시 주민자치협의회 2023 송년의 밤서 전상직 중앙회장 특강펼쳐

군산시 주민자치협의회 2023 송년의 밤 행사가 11일 군산시에 위치한 옥산힐빙센터에서 개최되었다. 군산시 주민자치협의회가 주최 및 주관한 이번 행사는 군산시 주민자치위원 역량강화를 위한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중앙대 특임교수)의 특별강연을 주요 프로그램으로 하고 있다. 전상직 회장의 특강을 지상중계한다.

 

1999년 주민자치가 태동될 때부터 주민자치를 시작해 지금까지 연구하고 있다. 24년 간 주민자치를 하며 느낀 결과는 스위스 주민자치가 100이면 일본은 80, 영국 70 프랑스와 독일은 50, 우리는 1이다. 10만 되더라도 주민자치 잘하는 사람 칭찬하겠는데 할 수가 없다. 저 역시 종로구 부암동 주민자치위원이다. 오늘 가감 없이 쓴 소리 포함해 솔직하게 주민자치의 현실에 대해 말씀드리겠다.

 

OECD 중 읍면동장 직선 않는 국가는 우리뿐...읍면동 민주화되어야

지방자치는 단체자치와 주민자치로 구성된다. 단체자치는 30년 동안 빛나는 발전을 이뤘다. 분권과 권한을 부여 받아 의미 있는 발전을 해 온 것이다. 주민자치? 20년 되었지만 여전히 어떠한 분권도 받지 못하고 제자리걸음 중이다. 결국 반쪽짜리 지방자치인 것이다.

주민자치회법을 만들기 위해 20년 동안 노력해 왔지만 쉽지 않다. 우리나라 현실은 읍면동이 식민지화되어있다. 읍면동이 먼저 민주화되어야 한다. OECD 국가 중 읍면동장 직선하지 않는 국가는 우리나라 밖에 없다. 일본 정내회, 스위스 게마인데 같은 주민자치 조직은 모두 읍면동장을 직선한다. 심지어 중국도 직선한다. 우리나라만 행정이 꽂아 내리는 구조다. 읍면동장을 직선하면 별도의 주민자치회가 필요 없다. 그렇지 않기 때문에 주민이 주민자치회장을 직선하고 회칙을 직접 만들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중앙대 특임교수)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중앙대 특임교수)

주민자치는 이인삼각...발맞추는 규칙 만들 듯 주민이 주민자치회 회칙 만들어야

주민자치는 2인 삼각 경기와 같다. 사전에 말을 맞추고 발을 맞춰 가야 한다. 알아서 자체적으로 규칙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주민자치회도 마찬가지다. 주민들이 함께 모여 회칙을 만들어야 한다.

주민자치회는 주민들이 합의해 구령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 구령이 바로 주민자치회 회칙이다. 근데 이걸 누가 만드나? 지방의회 의원들이 조례로 만든다. 주민자치회 회칙은 지역에 따라 내용이 달라야 하고 이를 주민이 만들어야 하는데 이게 전혀 안 되는 것이다. 지방의회에서 이 권한을 절대 놓으려 하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제가 수 없이 반복적으로 교육하고 어필하고 있다.

주민자치의 본질은 잘 먹고 잘 살고 잘 노는 것이다. 단 이걸 혼자 하면 개인자치, 관료가 하면 관료행정, 시민단체가 하면 시민운동이다. 주민 모두가 함께 해야 주민자치가 완성된다. 뒤집어 놓고 보면 잘 먹고 잘 살고 잘 노는 일 중 국가나 단체장, 시민단체가 해줄 수 없는 일이 분명히 있다. 그것은 마을차원의 문제, 생활차원의 문제를 다루는 것이다. 이게 바로 주민자치가 해야 할 일이다.

 

이웃을 위한 미덕이 공덕 되는 것...주민자치 이웃사촌 만들기 필요해

주민자치위원들이 좌절하고 비난 받는 이유 잘 안다. 99개 잘해도 1개 잘 못하면 욕먹게 된다. 어쩔 수 없다고 통 크게 생각하고 넘어가셔야 한다. 주민자치가 잘 되려면 나태주 시인의 시처럼 주민들을 가까이에서 자세히 보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고 예뻐 보인다. 그래야 주민자치가 제대로 돌아간다. 그런데 주민들을 자세히 보고 오래 볼 기회가 있나? 없다. 그래서 이웃사촌 만들기를 해야 한다. 내가 이웃을 위한 미덕이 공덕이 되는 것이다. 행정의 일을 잘 도와주는 것으로 주민자치 잘한다고 하면 안 된다.

주민자치는 주민이 마을의 생활관계를 주민과 마을을 위해 주민이 스스로 결정하고 실행하는 것이다. 분권과 자치 아래 주민이 구역을 나의 마을로 승인하는 자발성, 주민이 옆에 주민을 나의 이웃으로 승인하는 자주성, 주민이 마을의 일을 나의 일로 승인하는 자율성이 주민자치의 필요충분조건이 되어야 한다.

 

주민자치회 봉사단체 아니야...주민에게 자치 조건 제공하는 단체

주민자치회는 지금 봉사단체가 되어 있다. 매우 잘못된 것이다. 주민자치회는 주민들이 자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단체다. 정부는 주민자치회가 주민들에게 자치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해 주면 되는데, 우리나라 정보는 주민자치회가 주민들에게 자치 조건을 제공할까봐 겁내고 있다.

군산시 주민자치위원이 600여 명인데, 한 달에 1만원씩만 회비를 내면 한 달에 600만원이고 일 년이면 7.200만원이다. 군산시청에 굳이 손 벌릴 필요 없다. 사무실도 마련하고 토론회, 다양한 행사, 사업 등을 벌일 수 있다.

이 뜻이 제대로 모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의지와 시스템이 마련되면 가능하다. 주민자치위원들이 힘을 모으고 공무원들은 도와주면서 간섭하지 않는다면 행정과 정치가 하지 못하는 일을 주민자치가 충분히 해낼 수 있다.

정부는 주민자치에 힘을 실어줄 생각이 전혀 없다. 정부 예산, 시군구 예산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없다. 공공기관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지위의 조직으로는 어떤 것도 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끼리 뭉쳐야 하고 한 달에 1만원씩 회비를 내는 마음과 의지를 모으자고 말씀 드리는 것이다.

빈 콜라 1병이 주민자치 핵심...함께 살아가는 배려와 관용

주민자치에 대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콜라 1병이 1천원인데 빈병 2개 반납하면 1병을 무료로 준다. 5천원을 가지고 있다면 몇 병의 콜라를 마실 수 있을까? 핵심은 2병씩 반납한 후 남은 빈병 1개다. 이 빈병을 버릴지 활용할지가 주민자치의 화두다. 방법은 간단하다. 가게에서 1병을 외상으로 마신 후 원래 있던 빈병과 합쳐 빈병 2개로 1개의 콜라를 받아 가게에 갚으면 된다. 함께 살아가는 유연성, 배려와 관용이 주민자치의 미덕인 것이다.

배려와 관용은 어떻게 만드나? 주민자치위원장, 주민자치회장 같은 주민자치 리더들이 만들어 주셔야 한다. 동네의 부유한 분들, 재능이 많은 분들, 그리고 시간이 많은 분들에게 각각 돈과 재능, 시간을 멋지게 훔쳐서 제대로 주민자치 일하게 만드는 역할을 맡아주셔야 한다. 주민들을 기분 좋게 유쾌하게 등치는 것이다. 결국 주민자치는 기분 좋게 주민을 등치는 리더십이기 때문이다(웃음).

 

링컨부터 케네디까지...미국은 주민이 국가 위해 일할 수 있는 시스템 갖춰져

링컨의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는 이 지상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1863년 게티스버그 연설에서 주민자치의 함의를 잘 살펴 볼 수 있다. 놀랄만한 사실은 그로부터 100년 뒤인 1963년 케네디 대통령의 국가가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묻지 말고 당신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물어보라는 취임사다.

미국이 민주주의를 100년 동안 시행하고 나니 이제는 국가가 주민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이 국가를 위해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졌다는 자부심인 것이다. 누가 시켜서 명령해서가 아니라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우리 동, 우리 구, 우리 시를 위해 일하도록 만드는 게 주민자치라는 의미와 맞닿아 있다.

 

대향회-중향회-소향회로 구성된 향회조규...제대로 가동된 역사 속 주민자치 조직

그렇다면 우리 역사에는 주민자치가 없나? 우리 역사 속에도 주민자치의 원형이 있다.

우리나라 주민자치의 역사는 중종 당시인 1518년 향약을 반포하면서 시작되어 1747년 상하주민 모두가 참여하는 보은향약에서 꽃 피웠다. 그러다 1895년에 들어 유길준 선생이 향회조규를 만들면서 만개한다. 향회조규는 오늘날 주민자치회 법이다. 1895년 대한제국에서 법률로 반상차별을 철폐하고 주민이 회원이 되어 대표자를 선거하는 등 조선 향약 328년의 경험이 주민자치의 지혜로 되살아 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조선 주민자치의 결정판인 향회다.

실제 향회조규에는 대향회, 중향회, 소향회로 조직을 구성해 놓았는데 소향회는 리에 설치되어 매 호 대표가 모여 회장 선거를 하고 중향회는 면에 두어 소향회에서 회장1, 대의원 2명 등 3명이 모여 면회를 구성한다. 여기서도 또 다시 3명이 모여 군회인 대향회를 구성하는 것이다. 제대로 된 주민자치가 작동할 수 있는 조직 구성인 것이다.

주민이 회원 되지 못하는 주민자치회...행안부 표준조례가 문제의 발단

주민자치회 회칙은 주민들이 합의해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지방의회에서 조례로 만든다. 회원이 없으니 회칙을 만들지 못 만드는 것이다. 문제의 발단은 행정안전부다. 주민 없는 주민자치회로 왜곡시켜 버렸다.

지방자치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 제27조 주민자치회 설치에 관해 풀뿌리자치 활성화와 민주적 참여의식 고양을 위해 읍면동에 해당 행정구역의 주민으로 구성되는 주민자치회를 둘 수 있다는 조항을 행정안전부 주민자치회 표준조례에서는 해당 행정구역의 주민으로 구성되는이란 문구를 삭제한 것이다.

이로 인해 주민자치회에 주민이 없어져 버리고 소수의 위원만 남았다. 주민자치회의 회칙 제정권이 박탈되었고 대신 시군구 조례에 묶여 관치화된 것이다. 회장 선출권도 박탈되고 공개추첨으로 무력화시켰다. 재정권 역시 빼앗아 시군구 예산에 의지하게끔 예속화시켜 버렸다. 결국 지금의 주민자치회는 주민이 아닌 소수의 위원만으로 구성된 심각하게 기형적인 구조다.

 

이웃이 서로 모양 알고 색깔 알면 주민끼리 어울려 잘 살고 있는 것

주민들이 이웃의 모양을 알고 색깔을 안다는 것은 모든 것을 다 알고 지낸다는 뜻이다. 다 알면 다 이해가 되고 도와줄 수 있고 어울려 잘 살 수 있다. 주민자치위원들의 유연한 기술이 필요하다. 주민이 이웃이 들어 줄 수 있는 부탁과 도움을 주고받아야 한다. 읍면동장, 시장군수구청장에게도 거절할 수 없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요청과 요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부디 그런 능력을 힘껏 키워 주시기 바란다. 주민자치, 우리끼리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주민자치, 이제까지 하지 않았던 것을 찾아내 하셔야 한다.

 

사진=이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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