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6:55 (금)
“읍면동, 민주화 사각지대…주민자치로 진정한 지역민주화 이뤄야”
상태바
“읍면동, 민주화 사각지대…주민자치로 진정한 지역민주화 이뤄야”
  • 김윤미 기자
  • 승인 2023.12.18 17: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숭실대 사회과학연구소 주민자치회 제도화 방향성에 관한 심포지엄

대한민국 주민자치의 역사와 현실, 혁신과 미래를 종합적으로 진단하고 조망한 자리가 마련됐다. 숭실대 사회과학원(원장 배귀희)과 한국주민자치학회는 지난 15일 숭실대 미래관에서 주민자치회 제도화 방향성에 관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박기관 상지대 교수가 사회를 맡고 전상직 한국주민자치학회장 겸 중앙대 특임교수가 한국의 주민자치 제도화를 위한 고찰들이란 제목으로 발제를, 이기우 인하대 명예교수와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김찬동 충남대 교수와 박희봉 중앙대 교수, 윤왕희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학술연구교수가 지정토론에 나섰다.

먼저 전상직 회장은 대한민국 주민자치의 현실을 짚으며 읍면동/통리는 민주화 사각지대로 비전을 상실한 삶은 개구리 증후군(boild Frog Syndrome)’으로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 관료들, 학자들, 정치인들 그리고 주민들까지 조금씩 온도가 높아지는 끊는 물속에서 삶아지고 있는 것이라며 잘 발달한 식민지체계와 삽업화체계, 빠르게 이룬 민주화체계 모두 주민을 도구화하여 버렸다. 사회자본을 소비하고는 재생산하지 못했다고 개탄했다.

이어 전 회장은 친밀+친숙이라는 주민자치의 기본원리를 소개하며 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의 한 대목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의 의미를 되새겼다. 그는 자치역량은 민주적인제도로 형성되고, 사업역량은 간섭 없는지원으로 형성될 수 있다라며 읍면동/통리가 민주화 되고 탈행정화’ ‘탈정치화’ ‘탈단체화된 주민자치가 성숙될 경우 정치-행정-시민사회-개인이 할 수 없는 일들을 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다음으로 전상직 회장은 주민자치의 역사를 훑으며 조선시대 향약과 촌계, 그리고 1895년 최초의 주민자치 입법으로 평가받는 향회조규의 의미를 짚었다. 이어 향약을 지역사회 지배도구로 활용한 일제강점기의 정책, 해방 후 주민자치 제도의 역사, 새마을운동의 성격과 특징, 이후 전개된 주민자치 정책들을 정리해 소개했다.

발제에 따르면, 1999년 지방자치제 도입 이후 설립된 주민자치센터 그리고 주민자치위원회는 애초 기획과는 달리 역할과 기능이 대폭 축소되어 주민자치와는 거리가 멀었다. 2013년 출범한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역시 해당 행정구역의 주민으로 구성되는이라는 지방분권법의 조항과 달리 주민이 회원이 되지 못하고 위원만이 존재하는 주민 없는 주민자치회로 전락했다.

더구나 주민자치회 시범실시를 위해 만들어진 행정안전부 주민자치회 표준조례는 주민자치회의 회칙 제정권, 주민자치회장 선출권, 주민자치회 재정권 등이 하나도 부여되지 않은데다가 주민자치회의 설치와 운영을 외부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는 독소조항까지 담겨 있어 주민자치회의 자치권을 심각하게 훼손했다.

전상직 회장은 한국 주민자치의 속성을 아래 한 장의 표로 정리하며 그 심각성을 제기했다.

 

계속해서 전상직 회장은 주민자치의 가야할 방향을 품위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밝힌 후 현재의 주민자치회 구역인 읍면동이 주민들의 직접 자치인 주민총회형으로 운영하기에 인구는 많고 면적은 넓어 통리 주민자치회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기존 읍면동 주민자치회는 협치형으로 운영, 통리와 읍면동 주민자치회의 이중구조를 제안했다.

 

 

전상직 회장은 또 최근 3개월 간 종로구와 함께 진행한 종로형 주민자치 실질화 연구 교육의 설문조사 결과와 함께 주민 발안으로 추진되는 종로구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조례 진행 상황을 소개하며 발제를 마무리했다.

발제 후 첫 지정토론에 나선 이기우 교수는 주민자치회를 하지 않으면 주민자치가 아닌가? 주민자치에 대한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지방자치는 주민의 단체인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이며,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으로 구성되는 공법상의 사단법인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지방자치는 모두 주민의 자치이다. 주민의 직접적 또는 간접적 자기결정과 자기책임성을 본질로 한다. 의사결정의 민주적 정당성을 직접, 간접으로 주민에게서 찾을 수 있을 때 주민의 자치, , 주민자치라고 할 수 있다라며 주민자치회가 별도로 없는 스위스나 독일 등 자치 선진국의 지방자치는 당연히 주민의 자치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주민자치회가 없으면 주민자치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현재의 주민자치회는 근린지역에서 자조적, 자발적, 자율적인 지역활동단체 자리매김할 수 있으며 대단히 가치 있고 필요하지만 공적인 의미에서 자치라고 볼 수는 없다. 어디까지나 결사를 통한 사적자치의 구현에 해당할 수는 있지만 공적자치인 지방자치 내지 주민의 자치로 볼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계속해서 이기우 교수는 근린단체나 지연단체를 별도의 법률로 규정하고 있는 입법례는 드물다. 미국의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 규정하는 경우가 많다. 자율적인 민간조직인 근린단체를 조례로 제정하는 것은 주로 근린단체의 수익에 대한 세금의 감면을 목적으로 한다. 세금을 감면받을 수 있는 근린단체의 요건과 설치구역, 의사결정과정, 기능 등을 조례로 규정한다. 일본에서는 지연단체에 대한 법률규정이 원래 존재하지 않았으나 1991년에 지방자치법 제260조의 2에 규정됐다. 입법목적은 지연단체들의 부동산에 대한 재산분쟁이 빈번하여(개인명으로 등기를 하였음) 이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방자치법에 규정했다(단체명의로 부동산 등기가 가능하게 됨). 우리나라에서는 일본과는 달리 재산관리를 위한 목적으로 주민자치회에 관한 법률을 제정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기우 교수는 법제화의 장점은 정부의 지원을 받기가 쉽다는 점이 있을 텐데 반대급부로 지원에 의존하면 독립적인 민간 자율성 훼손(관변단체화)의 소지가 발생한다. 또 법적 지위 확보로 위상이 높아질 수는 있으나 이 역시 관료화 우려라는 단점이 있다. 물론 민간단체로서 지위는 충분히 보장 가능하기에 원래 취지에 부합될 수 있다라며 단점으로는 주민자치위원회나 주민자치회는 행안부가 학계와 주민들의 풀뿌리자치(읍면동자치)의 요구를 무마하기 읍면동 지방자치단체 대신에 편법으로 시작된 것으로 주민자치회는 풀뿌리자치로서 기능을 할 수 없음이 지난 20년간 실증됐다. 이렇게 실패한 모델을 법제화하게 되면 행안부의 실패를 정당화하게 되고 읍면동의 풀뿌리자치의 실현에 장애가 된다. 순수 민간활동으로서 주민활동은 매우 유익하고 필요하지만 현행법 체계 내에서 충분히 작동가능하다. 이를 법제화하게 되면 문제가 많은 주민자치제도를 전국적으로 획일적으로 적용하게 되어 다양한 발전에 저해를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교수는 결론적으로 법제화는 근린 주민단체가 아니라 읍면동 단위의 풀뿌리자치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하다. 전국의 근린주민단체의 회원은 읍면동 단위에서 선진국 수준의 진정한 지방자치의 실현을 위해 연대하고 그 동력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으로 채진원 교수는 단순하게 도시공동체가 약화되었으니 공동체를 회복해야 한다는 식의 접근은 막연하게 공동체주의 담론에 호소하는 것으로 오해되는 측면도 있는 만큼 농촌공동체와 달리 도시 공동체가 작동하기 힘든 것에 원인 진단에 대한 다양한 논의소개가 필요할 듯하다. 현대화된 이익사회의 모습인 게젤샤프트를 목가적 공동체사회인 게마인샤프트로 단순하게 이행할 수 있다는 공동체주의에 대한 믿음에 대해 주의와 비판이 필요할 듯하다라며 미란다 조셉(Joseph, Miranda)자본주의와 국가체계에 포획된 공동체지적을 언급했다. 이에 따르면, 도시공동체가 힘든 것은 도시화와 산업화의 결과가 아니라 자본과 권력에 포섭된 도시화과정이었기 때문이다. 즉 공동체의 해체 원인은 도시화, 산업화 그 자체가 아닌 자본과 권력에 포섭된 도시화 과정이 문제였다는 것이다.

이어 채진원 교수는 발제자는 한국 사회적 자본의 약화를 지적한다. 이러한 지적에 공감함에도 이러한 결과에 대한 원인진단에 대해서도 소개가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주민자치의 효과와 사회적자본의 증가의 상관성/인과성에 대한 언급이 필요할 것이라며 통리반 수준에서 주민자치회나 실질적인 마을주민총회에서 주민참여가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방분권과 단체자치가 시도될 경우 권력은 소수의 지역토호나 지역시민단체, 지역엘리트에게 넘어가고 지역 차원에서의 관료행정체계에 의한 생활세계의 식민화가 발생할 위험이 매우 클 수 있다. 발제자가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읍면동 민주화통리반 주민자치회의 실질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권력관계의 작용에 대해 많은 이해와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권력관계의 작용이 제도설계를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단위의 권력관계에서 중앙집중의 원리가 작동하지 않고 아래로부터 보조성의 원리에 따라 연방주의 원리가 작동하도록 권력관계를 재편하는 접근과 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찬동 교수는 주민자치의 필요조건은 구역이 있고, 주민이 있으며, 이들이 주권을 가지고 있을 때이다. 충분조건으로서는 주민이 교양과 재원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정부로부터 자치권이 부여되어 있어야 한다. 주민자치의 구역에 대한 민주주의가 가능할 때이다. 발제자는 이를 분권역량, 자치역량으로 구분하고 있고, 주민자치회는 보조성과 연대성을 가져야 하며 주민들에 의하여, 주민들을 위하여, 주민의 자치여야 한다는 것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다시 말하면 읍면동/통리의 민주주의를 심는 문제가 된다라며 주민은 주민권과 자치권을 가지고 있는 주권자임을 고려하여 어떻게 주민공동체 자치와 주민 구역 자치를 하게 할 것인가, 혹은 정부 혹은 지방정부가 들어서 있는 곳에 참여하게 할 것인가를 구분하여 정해둘 필요가 있다. 결국 자치력이 있어야 한다. 이기적인 인간이 스스로 자치력이 생기기는 어렵다. 인간으로서의 이타심과 인간존엄성과 공동선을 향한 수고와 헌신이 전능자와의 동행하는 것임을 깨닫게 해줄 수 있을 때 자치가 진정으로 가능한 것이 아닐까 한다고 짚었다.

박희봉 교수는 주민자치는 기본은 발제 내용처럼 자발적이고 자주적이며 자율적이어야 한다. 이것은 주민의 의견이 주민 생활에 반영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그런데 주민의 의견이 가장 잘 반영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직접민주주의가 가장 우수한 제도일 것이다. 주민이 모두 또는 다수가 모여 합의한 대로 문제가 다루어지고 결정되는 것이 기본이다. 그렇지 않으면 주민이 직접 선출한 마을 단위의 대표가 모여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다. 즉 주민자치는 직접민주주의 방식이 제도화될 필요가 있다. 발제자가 지적한 대로 주민자치라는 포장으로 정부 주도의 관치, 시민사회단체의 관리, 지역 유지 중심의 권위적 공동체는 결코 주민자치가 될 수 없다. 주민자치위원이 정부에 의해 선발되거나 시민사회단체가 선발하거나 유명인 중심으로 선출되어서는 결코 주민자치가 될 수 없음이 선언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지정토론자 윤왕희 교수는 먼저, 읍면동 주민자치회와 통리 주민자치회라는 중층적 구조의 주민자치회 모형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현재 읍면동의 규모가 직접민주주의 기반의 주민자치를 구현하기에는 너무 크기 때문이다. 다만 발제자가 제안한 읍면동 주민자치회는 여러 기관단체들의 연합조직 성격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읍면동에 존재하는 사회단체나 조직들을 망라하는 개념의 주민자치회가 된다면 보다 폭넓은 참여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하고 설계가 이뤄진 듯하다. 그러나 이렇게 될 경우 읍면동 주민자치회가 자칫 회원들의 직접 참여보다는 각종 단체장들의 친목 모임의 성격이 두드러지는 게 아닐까 하는 우려도 있다라며 관과 민의 관계, 주민자치회와 행정기구 및 중간지원조직의 관계에 대해 보다 큰 틀에서 세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주민자치회의 제도화와 실질화를 위해서 관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고, 기존의 시민단체 및 중간지원조직 시스템은 어떤 역할로 변모해야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체계적 논의가 있어야 한다. 주민자치의 발전적 제도화를 위해서는 이분법적 대립의 시각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사진=문효근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공공성(公共性)’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연구세미나95]
  • 문산면 주민자치회, 주민 지혜와 협의로 마을 발전 이끈다
  • 제주 금악마을 향약 개정을 통해 보는 주민자치와 성평등의 가치
  • 격동기 지식인은 무엇을 말해야 하는가?[연구세미나94]
  • 사동 주민자치회, '행복한 끼'로 복지사각지대 해소 나서
  • 남해군 주민자치협의회, 여수 세계 섬 박람회 홍보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