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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주민자치회를 떠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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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주민자치회를 떠났을까?
  • 에디터K
  • 승인 2023.12.22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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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주민생활

‘OO동 주민자치회 위원 모집’.

1년 전이네요. 이 현수막을 처음 본 그때가요. 설레는 마음으로 지원을 하고 온라인 실시간 라이브로 진행된 공 뽑기를 역시나 아주 살짝 긴장하며 봤던 그때가요.

OO동 주민자치회 위원 정수는 50명이었고 정원을 넘어서는 지원자수로 인해 불가피 공개추첨을 해야 했고 뽑히지 못한 나머지 분들은 모두 예비번호를 받았었습니다. 그랬는데주민자치회 출범 후 1년이 흐른 지금 남아있는 주민자치위원은 40명이 채 되지 않습니다. 하나둘 위원들이 그만 둘 때마다 예비인원들에게도 기회가 간 것으로 알고 있고 더 이상 남아있는 예비번호도 없건만 현재스코어 40명이 되지 않는 것입니다.

 

위원 50명으로 출발했던 주민자치회가 지금은

그렇다면 그들은 왜 주민자치회를 떠났을까요? 결론부터 얘기하면 위원을 그만둔 한 분 한 분의 사정은 잘 모르지만입니다. 단톡방에 전해진 사유로 미루어 짐작할 뿐인데 말 그대로 일신상의 이유라거나 타 단체활동 참여로 인한 사유 등이 있었습니다(실제 타 단체로 갈아탄사례를 듣기도 했는데, 물론 특정인의 상황일 수 있으나 주민자치회가 우선순위에 있어 타 지역단체에 밀린(?) 케이스라 할 수 있겠습니다, 안타깝게도요).

50명에서 20% 이상 인원이 줄어들었다면 심각한 사안일 수 있습니다. 물론 주민자치(위원)회를 비롯한 유사조직에서 매우 이례적일 것까진 아닌, 흔한 사례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특히 주민자치회는 무보수 명예직이라는 용어로 대표되는, 대단한 보상이 주어지는 자리가 아닙니다. 오히려 본인의 시간과 에너지(때로는 금전까지도)를 써야하는 자리입니다.

그래도 처음 참여를 할 때는 거창할 것까진 아니더라도 의지와 열정, (개인에 따라 그 무게는 다르더라도) 사명감과 책임감 같은 게 분명 있었을 텐데요. 그렇다면 처음의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 봅니다. 그들은 왜 주민자치회를 떠났을까요?

 

재미가 없잖아~”

개개인의 구체적인 사정이야 알 길은 없지만 저와 개인적 친분이 살짝 생긴 한 위원 분의 이 한 마디가 뇌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재미가 없잖아~”.

주민자치위원이 장난이야? 재미로 해?’라고 할 분은 설마 없겠지만 그렇다 해도 재미?’ 하며 고개를 갸웃할 분이 계실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무보수 명예직즉 권한도 없고 보수도 없는 이 일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에는 이 재미라는 것이 꽤 중요할 수 있습니다. 이건 봉사DNA’를 타고나거나 장착한 분들이라도 예외는 없을 것 같습니다.

재미라고 해서 대단한 오락이나 유흥이 아니라 그게 때로는 보람이라는 말로 다가올 수도 있고 으쌰으쌰 함께 하는 소속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재미가 없잖아~” 이 한 마디에서 여러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럼 도대체 나는 왜 주민자치위원을 할 결심을 했고 왜 하고 있는가?

 

감투의 쓸모? 혹은 주민자치를 할 결심

동기부여를 어떻게 하는가가 중요하다.

이는 비단 주민자치회에 해당되는 얘기만은 아닙니다. 그러나 자주-자발-자율성이 중요한 주민자치회 활동에 있어서는 특히 더 강조될 만한 대목입니다.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거창한 감투여서도 아니고 대단한 보상이 있는 것도 아닌데 기꺼이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할 수 있는 마음과 행동’. 보다 많은 지역의 숨은 능력자들이 나설 수 있도록 적절한 동기부여를 해줄 수 있느냐가 주민자치회의 성패를 좌우한다고도 합니다.

OO동 주민자치회의 평 위원들은 최소 월 2회의 회의(정기회의, 분과회의)에 참석해야 합니다. 올 가을에는 9월 주민총회, 10월 주민행사(지역상인회와의 협력행사)가 있어서 (틈틈이 각 아파트단지 행사들도) 주말에 차출(? 기꺼이 참여했습니다만)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신기한 건 오프라인 행사는 말할 것도 없고 온라인단체문자방에서도 전혀 흔적을 보이지 않는 분들입니다. 위원직을 사퇴하신 건 아닌데 그 어떤 활동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분들. 혹시 이 분들 역시 재미를 잃으신 걸까요? 혹여라도 재미없는데 그만둘까?’라는 위기에 놓여있는 건 아닐까 기우일 수 있는 염려도 해봅니다.

 

에디터K

계란 흰자수도권의 한 신도시에 서식하고 있는 글로소득자’. 삶의 8, 아니 9할 이상의 시간 동안 주민자치(위원)회의 존재 자체를 몰랐다가 뒤늦게 사전 의무교육 6시간수강을 득하고 추첨에 의해 주민자치위원에 위촉됐다.

 

슬기로운 주민생활은 불과 얼마 전까지 주민자치에 대해 일도 모르던 지나가던 주민1’ 에디터K의 주민자치회 입성부터 활약(과연?)까지를 담아내고자 기획된 맨땅 맨바닥 주민자치 체험기입니다. 과연 시민K는 주민자치회 참여를 통해 슬기로운 주민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요?

해당 칼럼의 내용은 특정지역의 사례, 특정 일인의 경험과 견해일 수 있으므로 타 지역의 상황과 매우 다를 수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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