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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모두의 주민자치로! 서울로 견학 온 청평면, 전국서 찾아가는 선진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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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모두의 주민자치로! 서울로 견학 온 청평면, 전국서 찾아가는 선진지 되길”
  • 김윤미 기자
  • 승인 2023.12.27 17: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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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군 청평면 주민자치회가 선진지 견학차 서울 인사동 한국주민자치중앙회를 찾았다. 27일 오전 서울에 도착한 청평면 주민자치회(회장 류임상) 위원들 그리고 지병록 청평면장과 이교학 부면장 등 20여명은 먼저 서울 인사동 문화유적과 북악스카이웨이 팔각정, 길상사 등을 박경하 중앙대 명예교수의 해설에 따라 둘러보고 오후 2시경 태화빌딩 그레이트하모니홀에 모였다.

백영춘 한국주민자치중앙회 수석부회장이 이들을 맞아 환영사를 전하고 이어 지병록 청평면장이 이렇게 좋은 기회를 주셔서 거듭 감사드리고 오늘 많은 것을 배우고 돌아가겠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다음으로 특별강연에 나선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은 주민자치가 잘 됐으면 좋겠다는 기본 전제 하에 오늘 쓴 소리를 좀 드리도록 하겠다. 대통령, 국회의원, 도지사, 시장군수구청장, 시도의원, 시군구의원에 이르기까지 전부 주민들이 직접 뽑는다. 그런데 읍면동장은 어떤가? 청평면장 여러분들이 직접 뽑지 않는다. 면장 선거를 주민들이 하지 않는 것, 어느새 주민들은 당연한 일로 생각한다. 이런 걸 두고 삶은 개구리 현상이라고 한다. 개구리를 찬물에 넣었다가 아주 조금씩 서서히 온도를 높이면 처음엔 모르다가 결국 삶아지게 된다라며 주민들과 가장 가까운 읍면동장 주민 직선은 못하게 하고 상대적으로 먼 시장군수구청장 이상만 선거를 한다. 잘못 되도 한참 잘못 됐다. 이걸 두고 한 독일 주지사가 그러더라. 주민 폭동 안 일어나냐고. 굉장히 특이한 연구대상감이라며 의아해했다고 지적했다.

전상직 회장은 주민자치를 왜 해야 하는가 생각해봐야 할 지점이 있다. 주민자치는 주민들이 함께 잘 먹고 잘 살고 잘 노는 것이다. 주민자치는 행정을 돕는 것도 독거노인을 돕는 봉사활동도 아니다. 또 위원만 하는 게 아니라 주민 전체가 함께 움직이는 게 주민자치다라며 주민자치회 조례, 주민들이 직접 만들어야 한다. 근데 우리나라는 시군구의회에서 주민자치 조례를 만든다. 말이 안 된다. 이건 주민 권리를 빼앗는 것이다. 이런 경우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옆 나라 일본의 경우 시군구는 주민자치회에 대해 매우 기본적인 것만 정한다. 근데 우리나라는 시군구의회에서 주민자치 조례 만드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시군구 의원들이 왜 주민들이 만들어야 할 조례까지 만드나? 주민자치 조례는 주민들이 합의해 만들어서 운영해야 주민 전체가 참여한다. 물론 함께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음으로 전 회장은 외국 여러 나라들을 주민자치 선진국이라 하는데 그렇다면 우리나라에 주민자치 전통이 없었을까? 우리 조상들이 외국보다 못했다고?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는데 주민자치의 전통을 찾았다. 바로 향약, 촌계가 그것이다. 더 나아가 1895년엔 우리나라 최초의 주민자치법이라 할 수 있는 향회조규도 만들어졌다. 지금 주민자치회 조례보다 훨씬 앞서간 법이었다. 다만 그 주민자치의 전통이 일제강점기, 권위주의정권을 거치면서 다 파괴되고 다시 복원되지 못한 채 오늘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전국 각 지역 주민자치 조례의 전범이 된 행정안전부 표준조례에 대한 지적도 빠지지 않았다. 전상직 회장은 지방분권법에 분명히 나와 있었던 해당구역에 거주하는 주민으로 구성된 주민자치회라는 문구가 표준조례에는 빠져 있다. 주민자치회에 주민이 빠지고 위원만 있게 된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주민자치회의 설치, 운영을 외부기관에 위탁해 할 수 있도록 한 점이다. 올해 개정된 표준조례에선 이 부분이 빠졌지만 그 동안 이를 통해 주민들의 주민자치회가 외부기관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부작용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입법-인사-재정권 등이 미비된 주민자치회이지만 운영, 사업에 있어서의 발상의 전환을 통해 주민들을 참여를 이끌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전상직 회장은 거듭 강조했다. 그는 주민자치 사업과 행사, 얼마든지 다르게 할 수 있다. 아이디어를 내면 많은 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멋진 행사를 만들 수 있다. 주민자치회가 어떻게 기획하느냐에 달려있다. 뜻이 좋고 사업기획이 좋으면 비용을 크게 안들이고도 사업을 멋지게 잘 할 수 있다라며 우리 동네에 필요한 일, 면장이 못하더라도 우리가 힘 모아서 할 때 진정한 주민자치 되는 것이다.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많다고 여러 예시를 들어 설명했다.

끝으로 전상직 회장은 제가 어릴 때 동네에 정말 멋있는 어른들이 많이 계셨다. 그 분들을 뵈면서 나도 커서 저런 분처럼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그분들보다 지금 제 나이가 더 많다. ‘우리 동네 아이들이 저를 보고 그렇게 생각할까?’ 스스로 반성하게 된다. 주민자치위원 분들은 이미 동네의 어른이시다. 여기 계신 분들 모두 제가 어릴 적 우러러 봤던 그런 멋진 어른이 되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 청평면 주민자치가 잘 되는 일이라면 저도 뒤에서 열심히 돕겠다는 약속과 함께 강의를 마쳤다.

이어 류임상 주민자치회장이 전상직 회장에게 감사의 선물을 전하며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백영춘 부회장은 선진지 견학을 오던 청평면이 내년에는 누군가 견학을 가는 선진지가 되길 바란다는 덕담을 하며 행사를 마무리했다.

사진=문효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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