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교육과 주민자치의 접점과 협력 시너지를 찾고자 하는 시도가 모색됐다. 한국주민자치학회는 지난 12월 28일 서울 인사동 태화빌딩에서 제85회 주민자치 연구세미나를 열고 ‘평생교육과 주민자치’를 주제로 1부와 2부에 걸쳐 마라톤 토론회를 가졌다.

이관춘 연세대 객원교수가 좌장을 맡은 이날 세미나 1부에서는 정민승 한국평생교육학회장/한국방송통신대 교수가 ‘지역사회에서의 평생교육: 위상과 역할’이라는 제목의 발제를, 최수연 건국대 미래지식교육원 교수와 박재준 서울평생교육원 콘텐츠본부장이 지정토론에 나섰다. 또 2부에서는 이관춘 교수가 ‘주민자치와 평생교육, 그 접점’을 주제로 한 발제를, 지정토론에는 양은아 나사렛대 교수와 유인숙 (사)평생학습을실천하는사람들 대표가 참여했다.

세미나 시작에 앞서 전상직 한국주민자치학회장은 “이웃사촌을 만드는 게 주민자치의 목적인데 이는 아마 평생교육도 성균관과 유도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 단체들이 함께 하면 시너지가 매우 클 것이고 충분히 멋있게 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다양한 협력을 제안할 수 있어 기쁘다”라며 아래 표와 같이 단체들의 연대를 표현했다.

 

장소성의 회복, 공동체의 복원

다음으로 1부 발제를 맡은 정민승 교수의 ‘지역사회에서의 평생교육: 위상과 역할’ 발표가 진행됐다. 그는 “발표를 준비하면서 주민자치와 평생교육의 연계, 연동지점을 더 적극적으로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라며 “지역사회는 우리 뇌의 1차적 배선장치다. 커뮤니티의 커뮤니케이션이 정체성의 원천이다. 글로벌시대일수록 로컬이 중요하다. 지역사회는 위-필링(we-feeling)에 기반 한 공동체이며, 주민의 자기성장과 자기주체성이라는 차원에서 평생학습의 개입이 필요하다. 공동소통을 하는 과정, 그걸 가능케 하는 게 지역사회이며 이게 곧 자치일 것”이라고 서두를 꺼냈다.

정 교수는 ‘지역사회, 아직도 중요한가?’라는 화두를 던지며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디지털에서 디지로그로, 장소에서 공간으로, 공간에서 다시 장소로~ 장소성의 회복, 공동체의 회복이 다시금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다. 공간이 인식의 한계를 규정하고 소통의 방식을 정한다. 환경에의 적응을 위해 신체는 변화한다. 유전과 환경은 서로 연동되어 있다는 점을 새롭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라며 “공동체의 붕괴, 그리고 협오-피로-투명-단속사회가 등장했다. 심각한 자살율과 정신질환, 우을증과 마약, 묻지마 폭력, 젠더 갈등, 노인 협오, 저소득 경멸, 인종차별… 수많은 병리현상과 문제들 속에서 여전히 지역을 얘기할 수밖에 없다. 몸을 통해 살아가는 인간인 이상 이 부분을 놓을 수 없다. 정체성의 재형성 역시 이 안에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계속해서 정민승 교수는 “교육은 원래 학교화(shooling)가 아니다. 그러나 우리의 교육 이미지, 패러다임은 학교에 기반하고 있다. 또 지역사회교육, 주민자치교육은 ‘강의’나 ‘프로그램’이 아니다. 문제는 우리가 새로운 교육의 방식을 접해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최근 사회적으로 상호파멸적 담론이 연쇄적으로 나오고 있는데 새로운 행복의 원천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 담론과 내면간의 거리두기도 필요하다”라며 “몸은 생존을 위해 환경에 적응하고 적응을 위해 몸을 변화시킨다. 처음 감각을 익히는 것도 학습이고 감각에 이름을 붙이는 과정도 학습이다. 일단 회로가 생기고 나면 그것을 바꾸는 일은 매우 힘들다. 교육의 두 패러다임을 쉽게 설명한다면, ‘국가-학교교육’은 시간, 목적지가 정해진 기차여행이라 할 수 있고 ‘지역-평생교육’은 이 모든 것에서 자유로운 배낭여행에 비유할 수 있다”고 짚었다.

 

지역의 린치핀으로서의 평생교육

 

그렇다면 왜 평생교육인가? 정 교수는 “평생교육은 린치핀(Linchpin)과 같다. 린치핀은 바퀴를 바퀴이게 만드는 마지막에 끼우는 핀이다. 자기 스스로의 나라는 존재의 존엄성 속에서 다양성을 추구하는 게 자치라면 평생교육은 이런 전반의 과정 속에서 자기주체성을 찾아나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즉 평생교육은 ‘나’를 재코드화하는 작업이다”라며 “평생교육을 구분해 러닝 투(Learning to) ‘노우(Know)’ ‘두(Do)’ ‘리브 투게더(Live Together)’ ‘비(Be)’ 이렇게 네 기둥으로 말한다. 주민자치는 평생교육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가치이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굉장히 중요한데 보통은 이를 배워야 한다는 생각을 잘 못 한다. ‘리브 투게더,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것’을 배움의 굉장히 중요한 영역으로 설정해야 하며, ‘비(Be)’ 존재의 영역도 마찬가지다. 주민자치에서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으로 지역은 인간에게, 그리고 교육적으로 왜 중요한가? 이에 대해 정민승 교수는 “인간은 자율적이고 자치적인 존재가 아니다. 타율에서 자율이 생겨나고 존중에서 자치가 생겨난다. 인간은 ‘던져진’ 존재라는 하이데거의 말처럼 지역은 최초의 문화코드가 만들어지는 공간, 구조접속이 일어나는 공간으로 인간의 의미망을 바꾼다.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환경인 부모의 문화적 토대는 ‘스며들기’이다”라고 강조했다.

발제에 따르면 한국의 지역사회교육은 1950년대부터 논의가 시작되어 1960년대에 이미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 지역구성원이 배움을 통해 지역사회에 직접 참여하고 지역문제를 해결해가는 사회적 활동’이라는 틀이 형성됐다.

 

자기성찰·협력·비인간 생태적 영역도 평생학습 영역에 포함되어야

 

‘지역의 린치핀으로서 평생교육’은 어떠해야 하는가? 정 교수는 “평생교육이 비인간 생태적 영역까지도 고려해야할 시대가 됐다. 주변 세계 자체가 변했기에 학습의 영역에 자기성찰, 협력이 포함되어야 한다”라며 “평생학습자원 간 네트워크 구축, 주민의 평생학습 기회 확대 등을 통해 지역의 사회통합, 경제발전, 지속가능성 확대를 유도하는 창조적 ‘학습공동체’ 형성을 도모해야 한다. 지역 구성원들의 학습욕구에 기반 한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고 학교/교육기관과 지역/지역주민의 연계가 이뤄져야 하며 전생애 동안 이루어지는 학습을 수평적이고 통합적으로 연결해 지역의 문제를 찾아내고 공동 논의하고 해결방법을 찾고 실제로 해결해가는 전 과정에 플랫폼으로 작동해야 한다. 평생학습을 통한 도시-마을-사회의 재구조화가 이뤄져야 하며 평생교육의 활성화는 지역화의 방향성과 결합해 다양한 형태로 성장해야 한다. 이를 통해 주민자치와 평생교육이 서로 윈-윈, 상생할 수 있는 영역이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며 1부 발제를 마무리했다..

이어 지정토론에 나선 최수연 건국대 미래지식교육원 교수는 “평생교육과 주민자치 세미나 따로 할 것이 아니라 같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융복합 시대로 가야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코로나 이후 인간의 삶에 대해 굉장히 많은 고민을 해 왔다. 굳이 주제를 정하라면 ESG교육을 위한 우리의 미래, 우리의 과제? 이런 식으로 진행해보면 어떨까 생각한다. 이를 통해 어떤 개인의 삶은 바뀔 수 있을 것이다. 각자 영역에서 따로 소리 낼 것이 아니라 이제는 만나서 이야기를 하다면 한 개인의 삶이 행복해지지 않을까. 이해관계자모임이 아닌 곳에선 가능할 것 같다. 제도화, 이슈화를 통해 세상이 바뀌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것 같다. 작은 씨앗을 만들어 무엇인가 실행한다면 그 자체 움직임으로 한 개인의 삶이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주민자치-평생교육, 함께 할 때 가치 있는 새 플랫폼 완성될 것

 

다음으로 두 번째 지정토론자인 박재준 서울평생교육원 콘텐츠본부장은 “오늘 기조강연과 발제를 들으면서 느낀 점은 변화이다. 그러나 솔직히 사람은 변화기가 쉽지 않다. 변하는 순간은 깨달음, 즉 각성했을 때, 아는 순간일 것이다. 주민자치 30년, 많이 변했나? 그렇지 않다. 변하게 하려면 사람들을 각성 시켜야 하는데 방법은 교육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주민자치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이야기 해주는 사람이 내 주변에 있었던가?”라며 “오늘은 주민자치와 평생교육이 하나 되는 날인 것 같다. 따로 가면 안 될 것 같고 함께 참여해야 한다고 본다. 주민자치의 개념은 지역사회의 다양한 문제 해결을 위해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 협력하는 것이다. 주민자치와 평생교육이 같이 갈 때 가치 있는 새로운 플랫폼이 완성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문효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