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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주민자치위원으로서의 성적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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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주민자치위원으로서의 성적표는?
  • 에디터K
  • 승인 2024.01.26 1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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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주민생활

사람의 인생행로는 참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합니다.

불과 4년 전만 하더라도 주민자치의 도 모르던 제가 어느덧 OO동 주민자치위원 2년차를 맞았습니다. 이제 초보의 때를 좀 벗어야 할 텐데 그게 가능할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12시간 회의 시간도 못내는 사람이 주민자치위원을 할 수 있을까요?

한 세미나에서 들었던 뼈 때리는 이야기 한 대목입니다. ‘주민자치회 정기회의를 오후 4, 5시가 아니라 더 일찍 하십시오(이유는 회의에서 제대로 된 안건 논의가 되기도 전에 밥 먹고 합시다혹은 회의 빨리 끝내고 식사 갑시다같은 얘기가 나오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라는 제언에 청중 속에서 평일 낮 회의면 실질적으로 직장인은 주민자치회에 참여 못한다는 거네요?’라는 반응이 나오자 돌아온 일성입니다.

한 달에 한 번 두 시간 월례회의 시간도 못내는 사람이 주민자치위원을 할 수 있을까요?’. 한 달에 한 번 회의를 마감 야근 때는 어쩔 수 없이 결석하거나 혹은 참석 시에는 매번 시작 시간을 넘겨 헐레벌떡 도착하고는 하는 제게도 뼈아픈 소리였습니다.

아프지만 반박불가 맞는 얘기입니다. ‘12시간도 내지 못하는 사람이 주민자치위원을 할 수 있을까요?’. 이건 직장인은 주민자치회 활동을 못한다거나 해서는 안 된다가 아니라 직장인이건 누구건 1회 정기회의 참석은 기본이요 그 이상의 시간을 낼 수 있는 사람이 주민자치위원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일 겁니다.

 

기꺼이 내 시간과 마음을 쓴다는 것

지난 한 해 OO동 주민자치위원으로서의 저의 점수를 매겨봅니다. 월례회의, 분과회의에 2/3 이상 참여했고 주민총회, 분과위 주최 행사, 시군구 차원의 체육행사 등에도 가능한 한 일찍 참석해 행사준비에도 열심을 내려고 노력했지만 어딘지 성에 차지 않고 부족합니다.

물론 행사는 말할 것도 없고 월례회의, 분과회의에 얼굴도 비치지않는 분들, 심지어 단체문자방에서 일체 움직임이 없거나 아예 들어와 있지 않은 분들도 있습니다(이런 분들 대부분은 어떤 이유에서건 위원직에서 사퇴하거나 연속 미출석 2회 이상이 되어 자연스레 물러나는 수순이 될 수밖에 없겠지만요).

하지만 주민자치위원으로서의 활동점수를 매길 때 최악, 최소치가 아닌 그래도 최상, 최대치와 비교를 해야 할 것이므로 더 더 고개가 숙여집니다. 게다가 남들의 이목, 평가도 중요하겠지만 본인의 성적은 아마도 본인 스스로가 가장 객관적으로 매길 수 있는 것이겠지요.

지난 1년 간 활동을 해보니 기꺼이 내 시간과 마을을 쓴다는 것, 더구나 내 이웃을 위해 마을을 위해 그렇게 쓴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시간이 많아서? 물론 그것도 맞습니다. 마음의 여유든 물리적 시간이든 뭐라도 쓰려면 쓸 꺼리가 있어야 합니다. 전일제 직장인, 그것도 출퇴근 왕복 3시간 30분이 걸리는 상황이라면 쉽지 않은 게 맞습니다.

하지만 아실 겁니다. 전업주부라 해서, 은퇴자라 해서 마냥 여유가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을요. 무엇보다 참여할 결심’ ‘활동할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을요. 또 전일제 직장인이더라도 휴가를 내서 활동시간을 확보할 수도 있는 것이고요. 어디에 우선순위를 두고 방점을 찍느냐에 따라 그 시간 활용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반성합니다. 제 딴에는 나름 기를 쓰고 했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설렁설렁 하면 안 된다는 것을요.

 

새해 첫 마음으로 다잡고

앞 쪽으로 페이지를 넘기시면 이관춘 교수님의 칼럼을 만나실 수 있는데 이번 호의 제목은 새해 첫 마음으로 주인으로 사는한 해를입니다. ‘주핵관’(월간 <주민자치> 핵심 관계자)의 신분으로 이 칼럼을 먼저 읽을 특권(!)이 있어 아하!’ 무릎을 치며 이 제목을 올려 모셔왔습니다.

OO동 주민자치위원 첫 해. 시간도 마음도 제대로 못 쓴 한 해가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2024년 올해는요? 그 어려운 일을 제가 한 번 해보겠습니다(실은 벌써부터 올해 말 성적표가 두려워지긴 합니다).

법과 제도가 우리를 속이더라도 주민자치위원이라는 자긍심과 책임감으로 제 마음도 시간도 기꺼이 (즐겁고 신나게) 더 쓰는 갑진년을 만들어보겠습니다.

독자 여러분들 모두 더욱 건강하고 근사한 새해 맞으시기 바랍니다.

Happy New Year!

 

 

에디터K

계란 흰자수도권의 한 신도시에 서식하고 있는 글로소득자’. 삶의 8, 아니 9할 이상의 시간 동안 주민자치(위원)회의 존재 자체를 몰랐다가 뒤늦게 사전 의무교육 6시간수강을 득하고 추첨에 의해 주민자치위원에 위촉됐다. 어느덧 위원 2년차를 맞았다.

 

어느덧 2년차를 맞은 초보 주민자치위원의 슬기로운 주민생활2024년 갑진년에도 계속됩니다. 1년여 전까지 주민자치 현장 경험이 일천한 지나가던 주민1’에 불과했던 에디터K는 주민자치위원 경력이 쌓일수록 슬기로운 주민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요? 올해도 에디터K맨땅 맨바닥 주민자치 체험기에 애정 어린 관심 부탁드려요.

해당 칼럼의 내용은 특정지역의 사례, 특정 일인의 경험과 견해일 수 있으므로 타 지역의 상황과 매우 다를 수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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