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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하례1리 마을공동자원과 공동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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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하례1리 마을공동자원과 공동체 이야기
  • 최현 제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장)
  • 승인 2024.02.13 13: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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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자원과 주민자치

서귀포시 하례1리 소개

하례리는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남원읍에 있는 마을이다. 서귀포시와 남원읍의 경계인 효돈천은 하례리의 서쪽에 있다. 효돈천을 사이에 두고 서귀포시 상효동, 신효동, 하효동과 남원읍 하례1·2리가 접해있다(<그림1> 참조).

제주 대부분의 마을이 한라산을 중심으로 해안까지 부채살 모양으로 퍼져 있다. 주민들이 밭농사와 어업을 동시에 영위하면서 생계를 유지하는 데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지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하례리 역시 한라산에서 해안까지 뻗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조선시대에는 오지리 또는 하례촌으로 불리다가 일제시대인 1914년 하례리(下禮里)로 개명됐다. 1965년 하례리는 하류의 하례1리와 상류의 하례2리로 행정상 분리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하례1리의 공동체

하례리의 인구 현황은 <1>과 같다. 인구구성에 특이한 점은 하례1리는 외지인 비율이 10% 정도로 매우 적은 편이다. 과거 하례1리에는 18개의 자연마을이 있었으며 당시 마을 인구는 1800여 명에 이르렀다. 현재는 마을 인구가 감소하여 자연마을을 12개의 반으로 구성했다. 하례1리는 남원읍(17개리로 구성)에서 6번째로 큰 마을이다.

<그림2>는 하례1리 마을의 조직 현황을 보여주는 것이다. 마을의 의사결정구조를 살펴보면 마을총회가 최종 결정기구다. 그러나 통상적으로는 임기가 2년인 이장과 이장이 장인 마을운영위원회가 마을총회를 소집하는 등 마을 운영 전반을 담당하며 이장은 마을총회에서 선출된다.

운영위원회는 개발위원, 새마을지도자, 자생단체인 노인회장, 청년회장, 부녀회장, 상동 및 하동 영농회장, 어촌계장, 문고회장 그리고 자연마을의 반장 등으로 구성된다. 개발위원회는 하례1리 운영의 실행기관이다. 개발위원 6명은 마을총회에서 선출하며 노인회장, 부녀회장, 청년회장은 당연직 개발위원이다. 하례1리를 구성하는 자연마을이 12개의 반(상동은 1~5, 하동은 6~12)으로 나뉘는데 각 반의 반장도 운영위원회에 참여한다.

상동 및 하동영농회장은 농사정보를 마을사람들에게 전하는 역할을 한다. 제주의 다른 마을들은 대개 영농회장을 마을의 의사결정구조에 참여시키지 않는다. 오히려 마을공동목장조합장과 어촌계장을 모두 마을의 의사결정구조에 참여시키는 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과거 제주의 주민 생활에는 공동목장과 바다가 매우 중요했기 때문이다.

제주는 화산섬이기 때문에 씨뿌리기 전에 말과 소로 땅을 밟아주지 않으면 싹이 트지 않아 말과 소가 꼭 필요했다. 따라서 말이나 소를 기를 마을목장이 꼭 필요했다. 또 대부분의 마을이 바다와 접하고 바다에서 다양한 먹을거리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어촌계 역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때문에 마을목장과 마을어장의 책임자는 마을 내 의사결정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하례1리의 경우 환금작물인 감귤이 도입되면서 대부분의 세대가 감귤농사를 지어 높은 소득을 얻게 됐다. 이렇게 감귤농사가 마을 경제의 중심이 되면서 상동 및 하동 영농회가 마을의 의사결정구조에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 하례1리의 경우 오히려 마을공동목장조합은 분리돼 마을의 의사결정구조에서 빠져 있다. 어촌계는 마을의 의사결정에 참여한다.

효돈천의 끝자락에 있는 쇠소깍의 모습
효돈천의 끝자락에 있는 쇠소깍의 모습

 

하례1리의 공동자원과 공동체

하례리에서는 과거 공동목장, 어장 및 효돈천이 중요한 공동자원이었다. 하지만 1960년대 이후 감귤 농사가 중요해지면서 공동자원의 중요성이 사라졌고 마을 공동체의 유대 역시 약해졌다. 하지만 효돈천은 생태관광마을 추진을 통해 새로운 공동자원으로 부활했고 그에 따라 마을 공동체도 강화됐다.

효돈천은 한라산 서남서벽과 남동쪽에서 각각 발원한 하천줄기가 많은 지류를 모아 영천오름 부근에서 합류한 뒤 칡오름의 동쪽을 돌아 내려오다 예촌망(망오름)을 지나 쇠소깍에 이르러 바다로 나가는 형태의 하천이다. 한라산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하천인만큼 한라산 남쪽(산남, 서귀포)지역의 최대 하천이다. 효돈천의 물은 인근 마을의 중요한 식수원이었다.

효돈천은 식수뿐 아니라 생활에 필요한 땔감, 빨래터, 목욕시설을 하례리 사람들에게 제공했다. 효돈천은 하례리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자원으로 마을 사람들을 효돈천을 함께 관리하면서 결속을 이어왔다.

하지만 1960년대 이후 하례리에 상수도와 비료, 화석연료가 보급되고 환금작물인 감귤 생산이 확산했다. 이에 따라 효돈천의 중요성이 쇠퇴하고 효돈천을 매개로 한 협동과 공동체적 유대도 약해졌다. 이라는 임금노동이 수눌음을 대신하면서 공동체적 협동과 유대는 더욱 약해졌다.

하지만 효돈천은 1965년 천연보호지역(천연기념물 182, 한라산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으며 2002년에는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의 핵심지역으로 선정됐다. 201412월에는 효돈천과 하례마을이 공모를 통해 환경부 생태관광마을로 선정됐다. 하례리는 생물권보전지역 사무국의 제안을 계기로 생태마을로 선정 공모에 참여했다. 현재 하례1리와 2리가 함께 생태마을협의회를 구성하여 추진한다.

효돈천을 중심으로 한 생태관광을 계기로 하례1리 마을주민들은 효돈천을 다시 함께 관리하기 시작했고 마을공동체 관계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하례1리의 생태관광마을 사업은 몇몇 주민의 소득 사업이 아니라 마을공동체 사업으로 진행했다. 이에 따라 마을 사람들이 함께 생태관광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영하고 효돈천을 함께 이용·관리했다. 이를 통해 효돈천이 하례1리 마을주민 모두의 것, 곧 공동자원이라는 인식이 형성되고 강화됐다.

효돈천 트레킹 프로그램 이전에는 그다지 마을 소모임이 활발하지 않았고 교류도 적었다. 오직 돈벌이와 직결된 감귤작목반만 활성화됐고 비용 절감을 위해 농자재를 공동으로 구매하고 감귤을 공동으로 판매하는 등의 활동만 했다. 농업기술을 공유하거나 감귤수확을 서로 돕기 위한 교류 등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생태관광을 위해 효돈천을 함께 관리하면서 주민들이 새로운 즐거움을 찾고 다양한 친교를 나누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마을 구성원의 소속감이 강화되면서 서로 협력하기 시작했다. 마을공동체가 강화된 것이다. 효돈천과 마을주민 사이의 관계가 변하면서 마을주민들 사이의 관계가 변했다. 마을공동자원은 마을공동체를 유지하고 강화하는 데 중요한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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