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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재검토 필요한 주민참여예산...주민존중과 동기부여부터 우선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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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재검토 필요한 주민참여예산...주민존중과 동기부여부터 우선돼야”
  • 문효근 기자
  • 승인 2024.02.15 13: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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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천구 주민참여예산포럼에서 전상직 회장 특별강연 펼쳐

양천구 주민참여예산포럼 2월 정기포럼이 14일 영등포구에 위치한 학교안전공제중앙회 8층 회의실에서 열렸다. 김춘엽 양천구 주민참여예산포럼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참석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주민자치 최고 권위자이신 전상직 회장님을 초빙해 많은 교육과 학습이 되기를 바란다. 우리 양천구를 함께 발전시키고 더 나은 마을로 만들기 위한 다양한 제안이 나왔으면 한다고 전했다.

 

김춘엽 양천구 주민참여예산포럼 회장

주민참여 예산위원장 및 위원 교육을 위해 열린 이번 포럼에서 전상직 한국주민자치학회장(중앙대 행정대학원 특임교수)가 특별강연이 있었다. 주민참여 예산 운영의 방향성과 개선점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이번 특강에서 전 회장은 양천구 주민참여예산 주민자치 실질화라는 주제로 열강을 펼쳤다. 전 회장의 특강을 지상중계한다.

 

주민참여예산은 빈껍데기 예산

단체자치는 단체장 직선과 의회 구성을 위한 입법·인사·재정권 등을 확보하고 의미 있는 발전을 거듭해 왔다. 그러나 주민자치는 아직까지 실질적 권한은 물론 그 실현 가능성마저 답보 상태에 있다. 주민자치가 처음 시작할 때나 25년이 지난 지금이나 변한 게 없는 것이다. 이렇듯 오늘 주민자치에 얽힌 여러가지 사안과 함께 주민참여예산의 올바른 방향성을 말씀 드리겠다.

전상직 한국주민자치학회장(중앙대 행정대학원 특임교수)

예산은 관료들이 쓰는 행정예산과 주민들이 관료 간섭 없이 쓸 수 있는 주민예산이 있고 이 가운데 주민참여예산이 있다. 주민참여예산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전체 집행 예산에 지방의회뿐 아니라 주민 전체가 참여해야 한다. 일본에서는 그렇게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예산 일부에 대해서만 주민에게 참여하게 하고 있다. 그래서 주민참여예산은 빈껍데기 예산이다. 관료들이 전체 예산을 책정할 때부터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해야 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주민은 공모해라? 선택은 관료가 한다!

심사-선정-확정으로 이어지는 주민참여예산의 진행 과정은 주민 참여 보다는 행정이 간섭하고 참견하려는 것과 같다. 행정이 주도권을 쥐려는 것이다. 평가자(관료)가 응모자(주민)의 동기를 제대로 심사해 줄지 의문이다. 주민을 존중하는 것이 먼저인데 지금의 주민참여예산 시스템은 주민을 모독하고 있다

주민의 참여의지와 사업역량이 넉넉할 때 공모사업이 가능하다. 그러나 부족하다면 행정의 횡포와 같다. 억지로 공모시키고 평가하려는 것이다. 공모사업을 기회로 여기는 사람만 참여하게 된다. 결국 사업이 저질화될 수 밖에 없다. 주민참예산제도의 전면적인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주민참여예산은 주민이 계획하고 실행하고 평가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주민참여예산 공모사업은 응모된 사업 중 행정이 취사선택 하겠다는 오만한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주민은 공모해라? 선택은 관료가 알아서 하겠다? 이건 주민을 평가해 관료의 잣대로 줄 세우기 하려는 것과 같다. 공모는 미덕이 아니라 악덕이다. 따라서 계획 이후의 실행이나 평가가 부실해 질 수 있다. 실제 주민참여예산 위원회도 실절적인 참여가 아니라 자문의 역할에만 그치고 있다.

 

진정한 주민참여 위해 예산을 먼저 주민에게 부여해야

주민참여예산 사업의 참여 주체도 주민자치 보다는 시민단체 위주다. 응모를 업으로 하는 시민단체가 주민참여예산제도의 본질을 흐리고 있는 것이다. 반면 주민자치위원들은 제대로 된 사업을 기획할 역량이 부족하다. 십 몇 년 전 하던 단순한 사업을 아직까지 응모하고 있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제대로 된 주민참여예산이 운영되기 위해서는 예산을 일단 주민에게 주고 주민이 알아서 운영하도록 하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 예산을 주민에게 먼저 부여해 줘야 주민참여가 유도되는 것이다. 또한 예산을 주민들이 참여할 시 제공해야 주민호응도 유도되는 것이다.

 

급격한 도시화가 한국병 만들어

지금부터는 보다 본질적인 문제, 우리 한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병폐와 이를 치유할 주민자치적 방안에 대해 말씀 드리겠다.

한국의 사회적 자본 지수가 162개국 중에서 107위로 매우 낮다. 국가의 신뢰도인 살기 좋은 나라는 29위로 높지만 공적인 신뢰도는 정치인 신뢰도(114), 사법시스템 신뢰도(155), 정부신뢰도(111) 모두 현저하게 낮다. 사적인 신뢰도는 사회적 관계망(162), 서로에 대한 존중(160), 친구 만들 기회(153)로 매우 낮다.

또한, 이촌향도로 인한 도시화와 주거가 아파트로 변화됨에 따라 한국에만 있을 수 있는 한국병이 발병했다. 급격한 도시화로 인해 도시지역 내 계층 간, 수도권과 비수도권, 도시와 농촌 간 격차가 발생했고 도시와 농촌의 이중구조, 도시의 불안과 농촌의 빈곤, 교통문제, 환경문제, 주거문제 등이 나타난 것이다.

 

읍면동장 직선하고 주민자치위원장도 주민이 뽑아야

양천구청장, 양천구의원 다 선거해 뽑는다. 그런데 동장과 통장은 선거하지 않는다. 동장선거를 하기 되면 구청장과 공무원들이 난감해 할 것이다. 국회의원도 골치 아플 것이다. 주민자치도 마찬가지다. 주민자치위원에게 위촉장을 주고 행정 주도로 위원장 선거하면 끝이다. 엄청나게 잘못된 구조다.

주민이 주민자치위원장을 직선해야 한다. 그러면 마찬가지로 구청장, 공무원, 지방의원, 국회의원 모두 펄쩍 뛸 것이다. 주민 손으로 뽑은 주민자치위원장이 권한이 대폭 강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주민자치위원회는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이런 걸 두고 삶은 개구리 현상이라고 한다. 개구리를 찬물에 넣었다가 아주 조금씩 서서히 온도를 높이면 처음엔 모르다가 결국 삶아지게 된다.

주민자치와 주민참여의 본질은 주민이 잘 먹고 잘 살고 잘 노는 것이다. 혼자 하면 개인자치고 관료가 하면 관료행정이고 시민이 하면 운동이지만 주민이 함께 하면 주민자치다. 주민이 함께 힘을 합치고 마음을 맞춰야 주민자치가 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민이 합의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주민자치회는 회칙이 없고 지방의회가 만든 조례밖에 없다. 주민자치는 주민을 자세히 보고 오래 보게 만드는 것이다. 이게 주민자치이고 주민참여예산이기도 하다.

 

주민자치는 배려와 관용의 이웃사촌 만들기

주민자치는 이웃사촌 만들기다. 집 값은 천냥이지만 이웃 값은 만냥이라는 말이 있다. 이웃을 위하는 미덕이 바로 마을의 공덕이고 이 공덕을 쌓아가는 것이 주민자치다. 그러나 현재의 주민자치에 주민은 없고 위원만 있다. 구역을 주민들이 나의 마을로 승인하고 주민을 주민들이 나의 이웃으로 승인하며 마을일을 주민들이 나의 일로 승인하게 하는 것이 주민자치의 필요충분조건이다. 그러나 주민자치 주무부서인 행정안전부는 이럴 생각이 없다.

주민자치에 대해 발상의 전환도 필요하다. 콜라 1병이 1천원인데 빈병 2개 반납하면 1병을 무료로 준다. 5천원을 가지고 있다면 몇 병의 콜라를 마실 수 있을까? 핵심은 2병씩 반납한 후 남은 빈병 1개다. 이 빈병을 버릴지 활용할지가 주민자치의 화두다. 방법은 간단하다. 가게에서 1병을 외상으로 마신 후 원래 있던 빈병과 합쳐 빈병 2개로 1개의 콜라를 받아 가게에 갚으면 된다. 함께 살아가는 유연성, 배려와 관용이 주민자치의 미덕인 것이다. 앞서 말씀 드린 이웃사촌을 배려와 관용으로 만들어야 한다.

 

링컨부터 케네디까지...미국은 주민이 국가 위해 일할 수 있는 시스템 갖춰져

링컨의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는 이 지상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1863년 게티스버그 연설에서 주민자치의 함의를 잘 살펴 볼 수 있다. 놀랄만한 사실은 그로부터 100년 뒤인 1963년 케네디 대통령의 국가가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묻지 말고 당신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물어보라는 취임사다.

미국이 민주주의를 100년 동안 시행하고 나니 이제는 국가가 주민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이 국가를 위해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졌다는 자부심인 것이다. 누가 시켜서 명령해서가 아니라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우리 동, 우리 구, 우리 시를 위해 일하도록 만드는 게 주민자치라는 의미와 맞닿아 있다.

 

조례로 주민자치회 회칙 왜곡하는 행정권력

주민자치회는 주민들이 합의해서 구령을 만들어야 한다. 이 구령이 바로 주민자치회 회칙이다. 근데 이걸 누가 만드나? 지방의원들이 조례로 만든다. 주민자치회 회칙은 지역에 따라 내용이 달라야 하고 이를 주민이 만들어야 하는데 이게 안 되는 것이다. 문제의 발단은 행안부다. 주민 없는 주민자치회로 왜곡시켜 버렸다.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 제40조에 풀뿌리자치 활성화와 민주적 참여의식 고양을 위해 읍면동에 해당 행정구역의 주민으로 구성되는 주민자치회를 둘 수 있다는 조항이 있음에도 행정안전부 주민자치회 표준조례에는 해당 행정구역의 주민으로 구성되는이란 문구가 삭제되었다. 이로 인해 주민자치회에서 주민이 회원이 되지 못하고 소수의 위원만 남게 되었다.

주민자치회에 주민이 없어진 것이다. 대신 위원으로 채워 넣었다. 주민자치회의 회칙 제정권이 박탈되었고 대신 시군구 조례에 묶여 관치화된 것이다. 회장 선출권도 박탈되고 대신 공개추첨으로 무력화시켰다. 재정권 역시 빼앗아 시군구 예산에 의지하게끔 예속화시켜 버렸다. 결국 지금의 주민자치회는 주민이 아닌 소수의 위원만으로 구성된 심각하게 기형적인 구조다.

주민자치를 시민단체에 위탁하는 것도 큰 문제다. 행안부 표준조례안 제218'시장-군수-구청장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관련 법인 또는 단체 등으로 하여금 주민자치회 설치 및 운영을 지원하게 할 수 있다'는 조항에 의해 주민의 동의 없이 주민자치회의 설치, 교육, 운영 등을 시민단체가 주도할 수 있게끔 했다. 지자체는 이러한 표준조례안을 그대로 답습해 중간지원조직이라는 미명 아래 주민자치 현장을 왜곡하고 호도하고 있다. 관련 조례를 통과시킨 지방의회 잘못도 크다. 알고도 통과시켰다면 무지의 극치고, 모르고 했다면 무책임의 극치다.

 

주민자치, 마을의 공동체 의식 눈 뜨는 행위

그렇다면 해외의 주민자치 사례는 어떨까? 일본의 경우 주민자치회의 역할이 주민 간 커뮤니케이션과 친목도모라는 사회적자본 형성, 그리고 주거환경 유지 및 마을문제 대응이라는 사회서비스 공급에 치중되어 있다. 또한 이러한 부분에서 자치단체 측에 협력하고 민원을 제기하는 것보다 주민자치회를 통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주민의 불만해결의 주요 매개체도 개인이나 직간접적으로 지자체 의원, 유력자를 통하기 보다 주민자치회를 통해 진정하고 해결하는 비율이 높다.

주민자치는 일, 다시 말해 마을사업을 통해 개인의 인격과 마을의 공동체 의식이 눈 뜨는 행위다. 그런데 현재 주민자치회 사업은 봉사활동이 대다수인 실적 위주의 행정서비스형이나 시민단체 활동을 사업화하는 서울형 주민자치회,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같은 완장형 시민운동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공동체 생활에 필요한 마을서비스 사업이야말로 진정한 주민자치형 사업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조선의 촌계 이후 맥락이 끊긴 상태다.

 

주민자치로 품위 있는 사회 만들어야

주민자치로 품위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품위 있는 주민, 마을,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제도가 사람을 모욕하지 않아야 한다. 제도에 의지하는 사람들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사회여야 한다. 이를 위한 실천방안으로 전입주민환영회가 될 수 있다. 관례와 계례 같은 성년식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매월 매주 성년이 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것이다. 주민 간 친목을 다지고 이웃 사촌 만들기를 할 수 있는 방안이다. 서울에 유일하게 양천구에 있는 양천 향교에서 이런 행사를 개최할 수 있다. 주민자치가 바로 이런 일들을 해야 한다. 주민자치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주민자치는 주민이 스스로의 주인, 마을의 진정한 주인이 되는 행위이며, 주민자치위원은 마을의 품위 있는 어른이 되는 것을 뜻한다. 어른은 무엇인가? 경험과 여유로 대표되는 지혜의 미덕과 함께 덕망과 책임, 그리고 윤리라는 사회적 역할을 겸비한 사람을 뜻한다. 주민을 인격자로, 마을을 공동체로 만드는 주민자치를 위해서는 마을에 존경할 어른이 있어야 한다. 마을의 아이들이 여러분들을 봤을 때 닮고 싶은 어른, 따르고 싶은 어른, 품위 있는 어른이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멋있는 어른이 되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특강이 끝나고 질의 시간이 이어졌다.

양천구 주민자치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것은 주민자치위원들의 참여 부족, 역량 부족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해야 변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우선 주민자치위원을 명예롭게 만들어야 한다. 동장 위촉이 아니라 주민들이 선출하거나 추대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 명예롭게 일을 하고 명예롭게 회비도 낼 수 있다. 진정한 주민의 대표가 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잘못된 주민자치위원회 구조도 문제다. 지금은 위원장-간사위원회에 머물고 있는 현실이다. 일본은 주민자치회에 회비를 낸다. 그러면 마을의 일과 주민자치회에 관심이 갈 수 밖에 없다. 주민자치회도 사명감을 갖고 일하는 시스템을 갖추게 된다. 주민세는 정부가 관여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다. 주민자치회가 알아서 쓸 수 있어야 한다. 영국은 행정이 주민자치회비를 걷어 주민자치회에 전해 준다. 일본은 주민자치회비를 주민자치회가 바로 받는다. 우리나라는 이런 시스템이 안되어 있다.

주민자치가 대학에서 강좌로 열리는 것으로 아는데, 그 방향성이 궁금하다.

주민자치에 학문적으로 관심 가지는 사람이 많지는 않다. 주민자치를 정확하게 보는 사람이 없다. 대학에서 주민자치학을 학문적으로 기틀을 만들고 주민자치학과를 제대로 만들어 이론적 토대를 구축하고자 한다.

 

사진=이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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