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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어도 봉사, 마을활동 계속할 수 있는 원천은 재미와 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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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어도 봉사, 마을활동 계속할 수 있는 원천은 재미와 보람”
  • 김윤미 기자
  • 승인 2023.09.12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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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터뷰] 황교진 광주시 주민자치협의회장
마을 청년회장 8년, 이장 8년 그리고 주민자치위원장 4년, 협의회장 2년. 이 한 줄로 황교진 경기도 광주시 주민자치협의회장(오포 주민자치위원장)의 지역에서의 역할과 활동은 바로 가늠된다. 그냥 ‘토박이’라고 하기에는 27대째 한마을에서 터를 잡고 살아온 가문의 자손이라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마을에 대한 마음이 각별할 수밖에 없는 황교진 협의회장과 만났다.

많은 직책과 책임으로 멀티플레이어가 될 수밖에 없는 각 지역 주민자치협의회장들은 연락이 쉽지 않다. 문의나 요청에 대한 회신도 그리 빠른 편은 아니다. 그런데 황교진 협의회장은 달랐다. 경쾌한 이모티콘과 함께 도착하는 빠르고 긍정적인 답변이 그의 사람 좋은 미소와 편안한 인상을 절로 수긍하게 만들었다.

그는 광주시 주민자치협의회장이자 오포 주민자치위원장이다. ? 명칭이 오포읍도 아니고 오포1동도 아닌 오포라 의아했는데 그 의문은 바로 풀렸다.

오포읍이 지난해 오포1-2, 신현동, 능평동 4개 동으로 나뉘어졌어요. 그런데 동별로 주민자치센터 공간을 마련하지 못한 채 사무공간만 임대해 쓰고 있다 보니 동별 주민자치위원회는 구성되지 못했습니다. 오포읍 시절처럼 주민자치위원회가 아직 4개동 합동으로 운영되다보니 오포1이 아닌 오포주민자치위원회라는 명칭을 쓰고 있습니다. 광주시 주민자치가 지금 좀 과도기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간 주민자치센터 운영도 그렇고 주민자치 활동도 꽤 열심히 해왔지만 지금 광주시는 특히 센터 운영에 있어서는 혼란기인 셈입니다. 아직 공간이 없어서 4개동 주민들이 모두 여기 오포1동 센터에서 프로그램 수강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동은 나눠졌지만 주민자치센터 공간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주민자치위원회 구성도 늦어지고 있는 지역이 오포 뿐 아니라 더 있기 때문에 광주시의 읍면동은 16개이지만 주민자치(위원)회는 그보다 적은 10개다. 4개동이 여전히 하나로 합쳐져 있는 오포처럼 광주시의 몇몇 동들도 아직 별도의 주민자치위원회로 분화되지 않은 채 함께 묶여 있다. 말 그대로 과도기이다.

지난해 초 시 주민자치협의회장에 취임하면서 황교진 회장은 급속히 변해가고 있는 광주시는 시대흐름에 따라 주민들의 요구는 더욱 다양해져가고 있는 만큼 주민자치위원회도 많은 변화가 필요한 시기에 회장을 맡게 돼 어깨가 무겁다. 각 읍··동 주민자치위원회와 협의를 통해 광주시 발전을 위해 더욱더 노력해 나가겠다고 한 바 있다.

27대째 광주 지킴이-3대째 이장

대를 이은 토박이답게 황교진 협의회장은 마을 봉사와 활동으로 그야말로 잔뼈가 굵었다’. 청년회장 8, 이장 8. 마지막 2년간은 상황에 밀려 주민자치위원장과 겸직을 하기도 했다. 흥미로운 건 황 회장의 부친, 조부도 모두 이장을 역임했고 그 역시 3대째 이장을 맡았다는 것이다.

황 회장은 특히 광주시 오포의 놀라운 변화, 발전과정을 직접 목격하고 체험했다. 많은 지역들이 인구 감소를 염려하고 있는 것과 달리 광주는 지속적으로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소위 자연부락은 점점 축소되고 아파트 등 공동주택이 늘어나면서 마을의 외형도 변하고 주민들의 성향도 바뀌고 있음을 몸소 체감 중이다.

주민들의 마을에 대한 애향심이랄까요? 이런 것도 예전과는 달라진 것 같아요. 마을 일에 대한 참여도, 봉사 인원도 많이 줄었고요. 아파트가 늘어나면서 젊은 세대들이 많이 유입됐는데 아무래도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없어서인지 참여가 적더라고요.”

마을 일에 자연스럽게 몸담게 됐지만 계속 할 수 있는 원동력은 역시 보람이다. 그는 봉사를 해보니 힘들지만 재미도 있어서 자꾸 자꾸 하다 보니 청년회도, 학교 운영위원회도, 해병대 봉사대도, 마을회도, 주민자치위원회도 물 흐르듯 하게 되었던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어린이 주민자치회 운영 유독 기억에 남아

해병대 봉사대에서 고무보트 체험 등 어린이들과 함께 하는 행사를 오랫동안 진행해왔던 황교진 협의회장은 주민자치위원회 사업으로 어린이 주민자치를 기획, 운영해 호평을 받았다.

여러 사업과 봉사를 해왔지만 특히 이 어린이 주민자치가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매주 토요일마다 유년분과를 운영해 주민자치위원회처럼 분과를 나눠 회의도 하고 봉사도 행사도 많이 했어요. 참여한 어린이들이 참 열심히 재미있게 활동을 했죠. 12일 탐사활동도 했었고요. 4~5년이 지나서 참여했던 아이들이 고등학생이 되어 한 자리에 다시 모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는데 함께 대화를 나누면서 무척 뿌듯했고 보람도 컸습니다. 아이들이 참 잘 커서 오래 마음에 남고 감사한 마음이었어요. 코로나19로 인해 프로그램이 계속 이어지지 못한 게 매우 아쉽죠. 주민자치박람회에서 우수상도 탔고 이웃 마을에서는 중학생 주민자치를 운영하기도 했죠. 전국 여러 지역에서 벤치마킹을 오기도 했고요.”

이렇게 말하는 표정에서 흐뭇함이 그대로 배어나온다. 그는 주민자치센터 우수동아리 경연대회 같은 행사를 보면서도 많은 감사와 보람이 느껴진다고 한다. 황 회장은 센터 수강생들의 끼와 열정을 발휘할 수 있는 자리가 참 소중한 것 같다. 수강생 분들이 초급에서 시작해 중급, 고급으로 실력이 업그레이드되면서 공연까지 하는 걸 봤을 때 여러 면에서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특히 팬데믹으로 인해 지난해 말 오랜만에 행사가 열려 감회가 각별했다.

시 협의회-도 광역조직 중요성 새삼 느껴단체장 인식 아쉬워

시 협의회장 임기가 올해 말까지라 얼마 남지는 않았지만 황교진 회장은 시군구 조직인 시 주민자치협의회와 도 광역조직인 경기도 주민자치회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고 있다. 이는 특히 지난 7월 열린 경기도 시군구 협의회장 회의에 참여하면서 더욱 강해졌다.

경기도 시군 협의회장님들이 그렇게 한자리에 많이 모인 게 처음이었어요. 마음 같아서는 12일 워크숍을 하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서로 소통할 시간이 부족했죠. 더 많은 이야기를 심도 깊게 나누고 교육을 받으면 좋겠다 싶더라고요. 얼마 전 경기도 각 시군이 참여한 도 차원의 행사가 있었는데 시군 협의회장들에 대한 소개도 없고 서로 소통할 시간도 없어서 아쉬웠었거든요.”

황 회장은 7월 경기도 회의에서 서로 연배도 비슷하고 대화도 잘 통하던 이천시, 여주시, 양평군 협의회장과 의기투합해 소모임을 결정하기도 했다. 한 달에 한 번 지역을 순회하며 모임을 갖고 서로 정보도 교환하고 고충도 나누고 있다.

경기도 31개 시군 협의회장이 모이는 도 주민자치회 회의가 더욱 중요하게 다가오는 것은 주민자치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회와의 체계적 소통을 강화시켜보고자 하는 의지 때문이기도 하다.

“11년 전이었을 거예요. 경기도 31개 시군이 모여 워크숍을 했었어요. 주민자치회 시범사업을 소개하며 주민자치회로 되면하면서 기대감을 갖게 했어요. 주민자치가 제대로 될 것 같은 분위기를 심어주었죠. 그런데 11년이 지난 지금 바뀐 게 있나요? 그때나 지금이나 변화된 게 없으니 실망스러울 따름이죠. 주민자치 정착을 위해서는 결국 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단체장들의 주민자치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낮고 말만 주민자치, 주민자치 하는 게 참 많이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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