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6:55 (금)
주민‘자치’니까 눈치 보는 것 없이 주민이 주도적으로!
상태바
주민‘자치’니까 눈치 보는 것 없이 주민이 주도적으로!
  • 김윤미 기자
  • 승인 2023.11.1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람人터뷰] 유춘환 정읍시 주민자치협의회장(내장상동 주민자치회장)

거침없다. 똑 부러진다. 수화기 너머로 그 기운이 확확 전달되어 온다. 유춘환 정읍시 주민자치협의회장(내장상동 주민자치회장)과의 대화는 말 그대로 시원시원하다. 답답함이나 의뭉스러움이 일도 없다. 행정에서 받는 예산 없이도 척척 원하는 사업을 해내는, 전라북도 정읍시 내장상동 주민자치회를 이끄는 유춘환 회장을 인터뷰했다.

이번 호 사람터뷰는 이 분을 해보시면 재미있을 겁니다.”

종종 인터뷰이(Interviewee, 인터뷰대상자) 선정 도우미를 자처하는 백영춘 한국주민자치중앙회 수석부회장의 적극적 추천이 계기가 됐다. 으레 기대하거나 기댈 수밖에 없는 관()의 예산지원 없이 순전히 주민자치회 자체 조달로 특색사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매우 주도적이고 독립적인 마인드를 가진 분이라는 소개였다.

주민자치센터 공간이 별도로 있어요. 여기서 약 13개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수강료가 워낙 저렴하기 때문에 큰 수익을 내고 있진 못하지만 그래도 저희 동은 주민 참여가 활발해 약간의 수익을 남기고 있고 그것으로 시설 유지관리와 보수를 하고 있습니다. 주민자치회를 하면서 솔직히 공무원들과 갈등이 꽤 있습니다. 일을 할 때 주민자치회가 확실히 주도를 하고 행정은 뒤에서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지방은 특히 모든 게 행정 위주인 것 같습니다. ‘우리 스스로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그 관행을 깨고 싶었고 위원들과도 치열한 토론을 거쳤습니다. 모든 결정은 다수결의 원칙으로 정하죠.”

 

우리고 하고 싶은 사업은 스스로 결정해 자체 조달 비용으로 수행한다

그렇게 추진한 사업이 바로 청소년 선진문화 탐방이다. 이번에 2회를 맞은 이 행사는 코로나19 , 유춘환 회장이 주민자치위원장 시절에 처음 기획, 진행해 좋은 반응을 얻었던 프로그램이다. 주민자치위원회는 워낙 관의 예산지원이 없이 동장 자문회의나 동네 어른들의 친목단체처럼 운영된다는 인식이 많았는데 자체 조달 예산을 통해 이 행사를 진행한 것이다.

이번에도 1회 때처럼 비용의 반은 참가자가, 나머지 반은 주민자치회에서 충당한다. 예산은 위원들의 회비와 동네 주민들의 십시일반 후원으로 마련됐다.

“1회 때 상하이 탐방을 갔던 학생들이 아직도 모임을 계속하고 있어요. 그런 모습을 보면 마음이 뿌듯해지고 이 사업을 계속해야 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죠.”

 

실질적으로 독립운동이 많았던 곳은 블라디보스토크래요. 후배들은 여기로

내장상동은 정읍시 안에서도 인구가 가장 많은 동이다. 몇 년 전 내장동과 상동이 합쳐졌는데 인구가 약 18000여명 정도다. 면 단위 지역에 비해 아파트도 많고 학생들도 많아 프로그램을 진행했을 때 호응이 좋은 편이다.

“1회 때 상하이에 다녀온 아이들이 그러더라고요. ‘앞으로 후배들은 블라디보스토크를 가면 좋을 것 같아요. 실질적으로 독립운동이 많이 있었던 곳은 블라디보스토크래요. 다음에는 이곳으로. 유적이 훼손되기 전에 가야될 것 같아요라고요. 아이들이 이런 식의 얘기를 해주는 게 참 흐뭇하고 향후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참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자체사업을 추진해나가는 것에 대해 주민들의 호응은 뜨겁지만 그렇다고 고운 시선을 받는 것만은 아니라고 한다. 기본적으로 많은 주민자치회에서 회비를 내가며 일을 하거나 비용을 자체적으로 충당해 사업을 한다는 것에 대해 일면 낯선 시선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주민자치회가 관변단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너무 관만 쳐다보고 자체적으로 스스로 뭔가를 하려고 하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보조금을 받지 못하면 뭔가 능력이 부족한 조직으로 인식되기도 하고요.”

월급 얼매씩 받고 일한대? 거꾸로 돈 내고 활동합니다!

내장상동 주민자치회에는 간사가 따로 없다. 위원들이 돌아가면서 간사 역할을 맡는다고. 현재는 김용훈 총무가 자치회의 살림살이를 주관하고 있다.

제 경우는 올해 처음으로 주민자치위원이 되고 총무를 맡게 됐어요. 다른 동은 간사가 있고 주민총회 같은 행사를 할 때도 보니까 시나리오 작성, 업체 선정까지 주로 공무원들이 다 알아서 진행을 하더라고요. 한마디로 동 공무원들이 주도를 하는 것이죠. 우리 내장상동 주민자치회는 위원들 스스로 알아서 하는 편입니다. 저희가 주도하고 동장, 담당 공무원들이 참여하는 식으로요. 주민들에게 그런 오해도 받았어요. ‘자치위원들은 얼매씩 받고 일한대?’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거꾸로 돈 내고 활동 합니다라고 말씀 드립니다. 회비를 걷어 행사를 진행하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봉사하는 마음으로 하고 있습니다.”

어려운 어르신들, 취약계층을 위한 반찬봉사, 주거환경 개선사업은 이제까지 해왔던 대로 지속적으로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내년부터는 협의회도 활성화 시켜야죠

유춘환 내장상동 주민자치회장은 정읍시 주민자치협의회장직도 맡고 있다. 그러나 유 회장은 정읍시 협의회도, 또 전라북도 연합회도 그리 활발히 운영하거나 참여하지 못한 게 현실이다.

정읍시에 11개 읍면동이 있는데 동네마다 생각이 다 다른 것 같고 화합이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협의회 활동에 열심을 내지 못한 면이 있습니다. 내년에는 혹시라도 의견이 다른 분들이 있다면 잘 설득해서 함께 가보려고 합니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래도 협의회를 좀 더 활성화 시켜볼 예정입니다. 도 연합회에도 관심을 더 기울이고요.”

 

김윤미 기자 citizenautonomy@gmail.com

사진=내장상동 주민자치회 제공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공공성(公共性)’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연구세미나95]
  • 문산면 주민자치회, 주민 지혜와 협의로 마을 발전 이끈다
  • 제주 금악마을 향약 개정을 통해 보는 주민자치와 성평등의 가치
  • 격동기 지식인은 무엇을 말해야 하는가?[연구세미나94]
  • 사동 주민자치회, '행복한 끼'로 복지사각지대 해소 나서
  • 남해군 주민자치협의회, 여수 세계 섬 박람회 홍보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