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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이 직접 ‘커뮤니티플래너’로 지속가능한 아파트공동체 이뤄야 진정한 주민자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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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이 직접 ‘커뮤니티플래너’로 지속가능한 아파트공동체 이뤄야 진정한 주민자치
  • 김윤미 기자
  • 승인 2023.12.12 1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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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터뷰] 곽도 한국아파트공동체포럼 이사장

아파트 입주자대표로 활동하며 불합리한 점, 개선할 점을 강렬히 느껴 ‘이 문제점들을 연구해야 겠다’ 싶어 ‘아파트 박사 1호’가 됐다. ‘아파트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각종 교육과 컨설팅 등을 수행하며 ‘한국아파트공동체포럼’이라는 비영리법인 설립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렇게 곽도 이사장은 딱딱한 콘크리트 속 사람냄새 나는 정감어린 아파트공동체문화 만들기에 오늘도 애쓰고 있다.

벌써 오래 전인데 아파트 동대표를 하면서 NGO 활동도 같이 했었어요. 그러면서 투명성, 청렴지수 등에 상당히 많은 관심과 실무 경험을 쌓았는데 동대표를 하면서 바른 소리를 하게 되고 동대표에서 잘리는 일도 있었습니다. 한 번은 하자보수금을 많이 받게 되어 가까운 은행에 예치를 하려는데 입주자대표회의 한 임원이 이자가 높다면서 굳이 멀리 떨어진 특정 은행에 넣더라고요. 나중에 알고 보니 가족이 근무하던 지점이었고 특별히 이자가 높지도 않았어요.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고 문제점들이 참 많더라고요. 안 되겠다. 이걸 연구해야 겠다 싶어서 석사 논문도 박사 논문도 모두 아파트공동체 활성화에 대해 썼어요. 아파트 박사 1호가 된 셈이죠.”

 

아파트 1호 박사의 아파트공동체 활성화 핵심해법은?

편리하고 깔끔한 도시화의 상징, 그러나 성냥갑, 콘크리트라는 단어로 대표되는 몰개성의 대명사로도 꼽히는 아파트. 주변을 돌아볼 틈 없는 바쁜 현대인들의 삶 속에 바로 옆집과의 소통조차 없는 아파트의 은신처화 속에서 곽도 이사장이 주목하는 것은 역시 사람이다.

희망은 사람이다. 숱한 문제점을 찾아내는 것도 이 속에서 돌파구를 모색해가며 상황을 개선해나갈 수 있는 것도 당연하지만 사람이기 때문이다.

커뮤니티플래너, 활동가를 양성해야 합니다. 아파트공동체를 활성화 하기 위해 무슨 프로그램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걸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는 전문가가 있어야 해요. 그렇다고 한두 달 교육? 그걸로 양성이 안 됩니다. 단지 입주민 중 봉사정신도 있고 능력 있는 분들을 모집해서 제대로 교육을 시켜야 합니다. 정부가 그간 마을공동체사업이라는 이름으로 특정 회사나 단체에 말기는 식으로 사업을 해왔는데 이런 식으로 해선 안 됩니다. 주민들이 직접 해야지요. 이런 교육프로그램 운영에 그렇게 많은 예산이 들지도 않습니다. 양성된 분들에게 지자체와 입주자대표회의에서 반반씩 부담해 수당을 지급하고 입주민들을 위해 일을 하게 하면 됩니다.”

곽도 이사장은 조기퇴직자, 은퇴자들을 주목했다. 그는 아파트공동체 활성화의 핵심은 리더 양성교육이다. 리더를 양성하면 일이 저절로 굴러간다. 은퇴자 분들 중 유능한 인재가 많다. 이 분들 입장에서는 재능기부도 되고 보람도 느낄 수 있다. 국가가 큰 예산 들이지 않고 활동가를 양성해놓으면 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전세대 주민들 신명나게 하는 프로그램 기획운영 필요경로당도 활력있게

활동가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양성교육 내용은 다양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공동주택 관련 여러 제반내용들이 있을 거고요. 주민들을 위한 행복론, 웃음치료, 공모사업 지원서 작성법이나 지출정산을 위한 회계교육, 프로그램기획론, 노인복지 관련 내용까지 정말 여러 교육들이 필요합니다. 독거어르신들 케어와 관련된 지식도 필수겠고요. 이 활동가 분들이 입주 어르신들을 케어하면서 고독사방지에 기여할 수 있거든요. 이렇게 양성된 분들이 전세대 주민들을 신명나게 하고 살기 좋은 아파트를 위해 많은 프로그램들을 기획하고 운영해야 합니다. 물론 프로그램에 맞는 외부강사들도 초빙해야 할 것이고요.”

그는 경로당에 활기를 불어넣어야 한다는 점도 빼놓지 않았다.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데요. 아파트에서 할 수 있는 일 중에 아이돌봄이 있습니다. 사실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곳 찾기가 힘든 현실인데요. 전문 어린이집처럼은 아니더라도 잠깐잠깐씩 아이를 맡겨야 할 때에 아파트 경로당 어르신들이 품앗이로 봐주신다면 다른 곳보다는 안심이 되지 않을까요? 같은 단지 내 어르신이니까요. 이럴 경우 어르신들에게 약간의 보상이 제공된다면 좋겠고요. 이렇게 되면 이것도 하나의 좋은 프로그램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사실 이런 것만 가능해져도 우리 아파트 참 좋다라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생길 수 있고요.”

얘기는 더 이어졌다. 곽도 이사장은 고령화시대지만 아파트 경로당들은 그리 활발히 운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어르신들이 상당히 많이 거주하고 있음에도 경로당 이용률이 그리 높지는 않은 것 같다. 왜일까? 어르신들을 끌어당기는 매력적인 프로그램이 별로 없어서일 것이다. 경로당에서 혈당, 혈압체크 서비스를 제공하고 동네 병원과 결연을 맺어 건강강좌를 하거나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정보를 알려드리는 유익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좋을 것 같다. 여기에 약간의 수익사업이라도 해서 활동비 정도라도 제공해드리면 경로당은 더욱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다. 농촌마을과 자매결연을 통해 입주민들에게 농산물을 저렴하게 판매한다든지 하는, 어르신들이 할 수 있는 수익사업, 봉사활동을 기획, 운영하면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아파트도 공동구매 공공시스템 구축하면 비용은 줄이고 투명성은 높일 수 있어

오랫동안 아파트 문제에 천착해온 곽도 이사장이기에 관리시스템에 대한 고민과 해법의 깊이도 달랐다. 그는 정부에 조달청 e나라장터가 있는 것처럼 아파트 단지에도 공동구매를 위한 공공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달청이 있기 전 행정 각 부서마다 구매담당 공무원이 따로 있었죠. 부서별로 각각 필요물품을 구매하는 시스템이었던 게 나라장터 시스템으로 바뀐 거죠. 지금 아파트 마다 아마 물품구매가 관리사무소의 최대 업무일거예요. 이걸 나라장터 같은 공공시스템으로 바꿔 공동구매를 하게 되면 개별 아파트별로 일일이 따로 물품을 구매하느라 드는 시간과 노력을 절약할 수 있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을 거예요. 그렇게 절약된 시간과 비용을 아파트 주민들을 위해 더 쓸 수 있는 거죠. 업체도 아파트 대상으로 로비나 영업에 시간 들일 필요가 없어지고요. 이 시스템 운영을 위해 지자체별로 공무원 두세명, 여기에 민간에서도 같이 참여를 하면 충분히 가능할 겁니다. 이권도 사라지고 절차도 투명해지고 비용도 절감되고 일거삼득이에요. 문제점이 나타날 수도 있지만 시범 지역, 단지를 정해 일단 시행해보면서 시스템을 개선, 보완해 나가면 몇 년 안에 금세 정착될 수 있을 겁니다.”

아이디어는 더 나아갔다. 곽도 이사장은 주민센터에서 하고 있는 서식발급 등 비교적 단순한 업무들을 각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위임, 위탁을 주면 동주민센터 공무원을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을 재배치 하는 등 인력조정을 통해 아파트공동체 활성화에 기여할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파트로 대표되는 공동주택 거주비율이 70%를 넘어가는 시점에서 아파트 자치가 곧 주민자치의 성패에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현재의 읍면동 보다 통리 단위 주민자치회가 지역규모나 인구 면에서 주민자치에 더 적합하다는 논의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는 점에서 입주자대표회의를 통한 아파트 자치의 역할과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곽 이사장은 아파트로 치면 약 200~300세대가 하나의 통이라고 할 수 있고 크게는 한 단지가 밀접한 공동체로서 기능을 한다고 했을 때 이 역시 우선 시범적으로 몇 개 지역과 단지에서 운영을 해봤으면 한다. 입주자대표회의가 있지만 그 기능 면에선 주민자치회와 일치되는 것도, 다른 것도 있기 때문에 바로 적용하는 것보다 시범운영을 통해 방향을 모색해보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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