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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살고 차가운 동네 아닌 아름답고 기쁨 주는 따뜻한 동네 만들기에 앞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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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살고 차가운 동네 아닌 아름답고 기쁨 주는 따뜻한 동네 만들기에 앞장
  • 김윤미 기자
  • 승인 2023.12.18 1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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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터뷰] 신상두 강남구 주민자치위원장연합회장(청담동 주민자치위원장)

‘강남 스타일’의 그 강남, 그 중에서도 청담동. 말만 들어도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대한민국 최고의 부자 동네? 이 청담동의 가치를 제대로 살려내고자 고군분투하는 이가 있다. 부자 동네라고 젠 체하거나 자랑하자는 게 아니라 찾아 온 이들에게 따뜻한 환영과 감사, 기쁨을 줄 수 있는 넉넉한 마음과 아름다운 환경, 주민들이 즐길 수 있는 이벤트를 만들어보자고 나선 것이다. 주민자치 경력 1년 반 만에 청당동 주민자치위원장과 강남구 주민자치위원장연합회장이라는 중책을 맡은 신상두 회장 얘기다.

패션도 사무공간의 인테리어도 예사롭지 않다 했더니 신상두 회장은 디자인학 박사라고 한다. 건축학 그 중에서도 조명, , 환경디자인 전문가다. “건축의 역사는 곧 빛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예전엔 자연의 빛을 실내에 얼마나 끌어들이느냐가 건축의 관건이었다. 지금은 그런 제약이 많이 사라졌지만 19세기 말 이전엔 가스등, 연소광원을 이용한 조명 환경이었기에 자연채광을 어느 정도 끌어들이느냐가 관건일 수밖에 없었다. 아마 발코니 설치도 이와 관련이 있었을 것이라는 그의 설명에서 전문가의 향기가 묻어났다.

여러모로 범상치 않음은 인생행로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그는 이 세상에서 완벽주의로 살아가는 게 얼마나 힘든지, 실은 그 조차도 열등의식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발로였는데 세간의 사회적 성공 문법에 따라 사느라 참. 뭣도 없는 인간이 완벽주의 성격으로 얼마나 힘들었겠나. 해외선교봉사활동 등을 통해 그 세상 때를 벗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며 은근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고 완벽주의 성격이 어디 가는 건 아니었나 보다. 지금부터 딱 1년 반 전, 주변의 추천으로 인연을 맺게 된 주민자치위원회 활동에서 그는 손 놓고 가만히 있는 대신 제대로 해보자를 실행에 옮겼다.

 

잘 사는 동네? 찾아 온 분들께 차라도 한 잔 내줄 수 있는 넉넉한 동네 됐으면

주민자치위원이 되자마자 덜컥 위원장이 됐어요. 처음으로 회의를 주재하는데 내가 여기 왜 있지? 이분들과 뭘 하려는 거지?’ 소위 현타가 오더라고요. 솔직히 실망스럽기도 했습니다. 그 어떤 미션이나 비전 없이 뭘 하려는 건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었죠.”

그래서 바로 분과위원회를 조직하고 전체회의 전 분과모임을 갖고 동네 발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찾고 전체회의에서 미션을 공유했다. 메인 콘셉트는 청담동의 가치를 제대로 살려내자였다.

잘 사는 동네라고 교만하거나 자랑하지 말고 동네를 찾는 분들에게 따뜻한 환영, 감사, 기쁨을 느낄 수 있게 해주자, 그러려면 먼저 환경부터 개선하자고 했어요. 청담동이 화려한 것 같아도 뒷골목에 가면 그런 이미지와 다르거든요. 지저분하고 하수구 냄새가 올라오기도 하고 주차공간은 없고요. 그래서 전봇대지중화사업, 주차장 확보 방안을 모색해보자고 했어요. 보이지 않게 6개월 정도 지나니 점점 많이 다듬어져 가더라고요.”

주민자치도 역시 사람이 하는 일이다. 신임 위원장의 추진방식에 저항은 없었을까?

신규 위원님들을 공개모집을 통해 선발했는데 한 분 한 분 면접을 통해 지역에 대한 애정, 지역 발전에 어느 정도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마을 활동에 경험이 있는지를 잘 살펴서 모셨습니다. ‘일하는 자치위원회로 만들자를 모토로 말로만 위원, 위원장 말고 주민들을 위해 헌신하고 지역발전에 공헌할 수 있도록 부지런히 주민들 의견을 수렴하고 분야별로 챙겨보자 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청담동 하면 잘 사는 동네라고 생각하고 오시는데 방문한 분들께 커피라도 한 잔 줄 수 있는 동네였으면 좋겠습니다. 집집마다 꽃화분을 내놓고 화단과 조경을 관리하는. 왜 유럽에 가면 정말 사랑스럽고 평화롭고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하는 동네가 있잖아요? 저희 동네가 그렇게 되면 좋겠습니다. 잘 살고 차가운 동네가 아니라 세련되고 아름답고 기쁨 주는 따뜻한 동네요.”

일할 준비 되어 있는 위원 20명에 동네를 잘 이해하고 측면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박사급 전문가 3명의 고문으로 위촉했다. 현역에서 물러난 분들이지만 경험과 능력이 풍부한 분들이라고.

지루한 사업은 가라! 주민에게 인정받는 위원회 돼야 진정한 권위가 생긴다

구에서 배정된 예산이 거의 없습니다. 예산이 필요하다면 자체적으로 마련할 수 있는 방법, 지역 주민들이 자진해서 낼 수 있게 유도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이제는 그렇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전봇대지중화사업 등 환경개선을 위해 행정과 주민들이 반반씩 매칭펀드 형식으로 예산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내가 낸 세금을 행정이 주인처럼 행사하는 것도 못마땅하지만 국가 예산에 입 벌리고 있는 모습도 답답합니다. 동네에 필요하다면 자발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뭐든 행정기관에 요구해 되지도 않고 무시만 당하고. 주민과 행정이 서로 타협해 공통분모를 만들어가면서 진정한 협력 발전 사업을 해내는 거 시범적으로 청담동에서 모델을 하나 만들자는 생각입니다.”

신상두 회장의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하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동네답게 모범적이고 절대 지루하지 않으면서 앞서가는 혁신적인 뭔가를 하고 싶단다. 그는 동 차원의 국제행사를 만들려고 한다. 예컨대 크로아티아데이가 될 수도 있고 청담대로 야외에서 멋지게 동네잔치를 하고 싶다. 뉴욕 맨해튼의 어느 동네와 자매결연을 맺어 1~2년에 한번 씩이라도 문화교류를 할 수도 있다. 동네들끼리 이렇게 글로벌하게 연결되다보면 국가적으로 문제가 있을 때도 서로 도울 수 있는 길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그런가하면 수입차전시장이 다 들어와 있는 동네이니만큼 도산대로에 전 세계 스포츠카를 모아놓는 전시회도 가능하다. 소수만 즐기는 동네잔치가 아닌 강남구 전체 잔치, 전국에서 찾아오는 분들과 함께 나누는 잔치가 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신상두 회장은 청담동 주민자치위원장이 된 지 1년여 만에 구 주민자치위원장연합회장이라는 중책도 맡게 됐다. 이 조직은 위원장연합회라는 이름처럼 위원장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동네 소식이나 현안 등 정보를 공유하고 친목을 다지는 모임이라 할 수 있다.

모여서 친목으로 끝나는 것보다는 어떤 역할을 만들어가야 하겠더라고요. 그런데 연합회의 권위라는 것은 강남구 22개동 주민자치위원장 한 명 한 명의 역할과 힘, 동네에서의 추진력 등에 따라 달라지겠더라고요. 연합회가 권위를 가지려면 우선 지역민들에게 인정받는 위원회가 되어야 하고 위원장이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신상두 회장과 인터뷰를 할 때 자주 나오는 말이 지루한 건 싫다. 지루한 일은 싫다였다. 지루함을 특히 못 참는 듯 보이는 그다. 또 자신의 완벽주의 성격디스했던 신 회장이지만 성심껏 일하고 후임자에게 인계할 때는 성과 있게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싶다는 바람까지 피력했다.

취재사진 김윤미 기자 citizenautonom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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