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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재생과 공동자원: 일본 오키나와현 쿠다카 마을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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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재생과 공동자원: 일본 오키나와현 쿠다카 마을의 도전
  • 김자경 제주대학교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 학술연구교수
  • 승인 2024.03.08 1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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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쿠다카의 개요와 과제

쿠다카(久高島)는 일본 오키나와(沖縄) 본 섬의 남부인 난죠시(南城市)에서 조금 떨어진 조그마한 섬이다. 난죠시에서 쿠다카까지 고속선으로 약 15, 페리로 약 25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쿠다카는 행정구역상 오키나와현 난죠시 치넨(知念)의 한 구에 속한다. 쿠다카는 류큐(琉球)의 창세신 아마미키요라는 신이 하늘에서 내려와 나라를 만들었다는 건국 신화가 있어 류큐의 성지로 알려져 있다. 류큐는 오키나와의 옛 왕국 이름이다.

섬의 남서부 쪽에 마을이 모여 있고 북부로 갈수록 우다키(御嶽)’라고 하는 신의 영역이 존재한다. 우리 식으로 보면 우다키는 일종의 신당이며 쿠다카의 여성 외에는 출입이 금지되었다. 이 덕분에 쿠다카 섬은 신비롭고 자연경관이 그대로 남아 있어 관광객이 많이 찾고 있다. 오키나와 본섬과 쿠다카 섬을 오가는 선박 이용자 수는 연간 13만여 명인데 이 중 80%는 관광객이다.

 

<그림 1> 오키나와 지도와 쿠다카

2023년 현재 쿠다카의 인구는 147세대 234명이다. 쿠다카가 직면한 과제는 여느 작은 농어촌 마을과 같이 섬의 인구가 감소하고 산업으로서 농업과 어업이 쇠퇴하고 있다는 점이다. 본토에서 떨어진 섬일수록 의료와 복지 문제가 심각하다. 쿠다카 노인들은 각종 의료와 복지시설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오키나와 본섬으로 이동해야 한다. 또한 청년들의 일자리 확보가 관건이며 청년들이 살아갈 주택도 새롭게 확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일본의 전통적 토지제도이자 공동체적 토지 소유 형태의 하나인 총유제도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기에 이에 따른 토지 활용 방법이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쿠다카의 총유 제도와 토지 헌장

일본의 전통적 토지제도의 경우 토지 자체는 마을이 소유(총유)하는 대신에 15세 이상의 남성에게 배분했다가 일정한 나이가 되면 마을에 반환하는 제도이다. 지역에 따라 반환하는 시기가 50, 60, 또는 몇 년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제도가 형성된 배경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으나 영주에 대한 세금을 부담하기 위해 공평하게 부담하거나 수해와 같은 자연재해를 입었을 때도 공평하게 분담하기 위해 땅을 나눈 것이라 보는 견해가 강하다. 어떤 학자는 약자의 생활권 확보를 위한 것이라 해석하고 있기도 하다. 쿠다카가 이와 같은 오래된 토지제도를 유지하는 이유는 첫째 어느 소수의 유력자에 의해 토지가 집중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고, 둘째 쿠다카 사람들의 최저생활을 보장하고, 셋째 섬 밖으로 나간 후 다시 돌아왔을 때 생활 보장을 하기 위한 것이다.

1980년대에 들어선 일본은 경제 호황기를 맞아 리조트 붐이 일었다. 1987년은 리조트 법이 제정되기도 했고 오키나와의 여러 곳이 관광개발 붐에 휩쓸리면서 아름다운 해변들이 사유화되고 난개발이 시작되었다.

이러한 개발 붐 속에서 쿠다카를 지키기 위해 1988쿠다카 토지 헌장을 만들어 총유제를 성문화했다. 난개발 속에서 쿠다카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더불어 섬 출신자 이외의 사람들이 정주할 경우 토지이용 관계를 명확히 해둬야 할 지점이 존재하고 총유라는 토지이용의 질서를 지켜나갈 방법 찾아야만 했기 때문이다. 토지 헌장의 주요 내용은 마을주민을 규정하고 토지관리위원회를 구성하여 마을회의 승인을 얻는 방식으로 토지를 관리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토지 헌장의 성문화에 따라 쿠다카는 오키나와의 다른 지역과 달리 난개발을 억제할 수 있었다. 그리고 타지에서 생활하는 쿠다카 사람들에게 고향으로 돌아가면 배분되는 토지가 있으니 이를 기반으로 살아갈 수 있겠다는 일종의 안심감을 부여했을 것이다. 다만 총유제로 인해 새로운 주택을 건설할 부지가 제한되어 있고, 농업 효율성이 떨어지는 소규모 배분이라 인구감소는 계속되고 있다.

 

<사진> 쿠다카의 토지 - 총유제에 따라 배분된 토지 구획

사진 왼쪽은 1935년에 촬영된 총유지이며, 오른쪽은 2017년에 촬영된 총유지이다.

총유 제도에 의해 배분된 땅은 작은 돌멩이로 경계를 지었고 이 돌들이 움직인 적은 한 번도 없다고 한다.

 

쿠다카 섬의 도전 : 쿠다카 종합계획의 수립

현재 쿠다카는 고령화가 진전되고 청년들의 일자리가 부족하며 농업 효율성이 떨어지는 소규모 농지로 인해 인구감소는 계속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자구노력이 있었다. 우선 1991년 커뮤니티 아일랜드 사업 지원을 통해 쿠다카 진흥회를 설립하였다. 쿠다카 진흥회는 식당과 숙박교류관을 운영하는 것으로 시작으로 다양한 사업을 꾸려가고 있다. 이러한 사업은 마을이 직접 운영할 수도 있었지만 운영상 적자가 나면 섬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 있어 NPO 법인으로 쿠다카 진흥회를 만들었다.

쿠다카 유학센터는 일종의 농어촌 유학 기관이며 도시에서 온 학생들은 정규수업을 쿠다카의 초중학교에서 받고 나머지 생활은 유학센터에서 지낸다. 농어촌 유학생들이 증가하면서 쿠다카의 초중학교가 유지되고 있다.

쿠다카는 구 단위의 작은 마을이지만 2017년에 종합계획을 세웠다. 생활, 산업, 의료복지, 교육, 토지 활용 등 5개 부문으로 나눠 기본 목표와 시책을 수립했다. 생활에 관해서는 정주 인구감소에 따른 과소화 문제를 가장 심각하게 인식하고 자치회 활동을 중심으로 문제해결에 나서고자 했다. 특히 청년회를 발족하여 이들을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다.

산업의 측면에서는 고용기회 창출이 가장 큰 문제이다. 이를 위해 일종의 스마트팜인 채소 공장을 설립하게 된다. 이와 더불어 입도세(또는 입도료)를 재원으로 산업을 창출하고자 하는 논의가 제안되기도 했다. 특히 쿠다카 종합계획 수립과정에서 오버투어리즘이 되지 않는 관광 문화를 만들고, 자치를 위한 재원 확보를 위해 많은 논의가 이뤄졌다.

 

쿠다카 종합계획의 실현: 입도 협력금과 채소 공장

쿠다카 종합계획 수립 당시 입도료 또는 입도세가 큰 쟁점이 되었다. 입도료는 관광객에만 징수되고, 입도세는 일종의 세금이기 때문에 중앙정부와 조정이 필요하고 관광객과 쿠다카 주민들이 모두 징수 대상이 된다. 다양한 논의 끝에 2021111일부터 300엔 이상 입도 협력금이란 이름으로 쿠다카를 찾은 관광객에게 모금을 시작했다. 202311월에는 입도 협력금을 이용해 섬 내 도로 환경정비를 하고 관광객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있다. 자치를 위한 재원 확보의 측면에서 관광과 연계하여 입도 협력금 제도는 어떤 의미인가 고민해봐야 할 지점이다.

<사진> 입도 협력금 알림판

한편 쿠다카의 산업을 연계한 방식으로 일자리 창출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는데 201766일 임시주민총회를 열어 채소 공장을 짓는 계획을 추진하기로 했다. 오키나와 낙도활성화 추진사업의 보조금을 활용하는 것이었다. 중간에 여러 갈등이 있었지만 2021531일부터 채소가 판매되었으며 현재는 오키나와 시내에 있는 대형마트에 출하되고 있다. 채소 공장은 바로 상추와 같은 잎채소를 재배하는 스마트팜이다.

쿠다카는 태풍이 많고, 적은 규모의 농지를 할당하기 때문에 농업의 효율성이 좋지 못했다. 쿠다카 마을 사람들이 지역재생을 위해 리조트 개발이 아닌 농업과 연계한 채소 공장을 선택했다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볼 지점이 많다. 이 채소 공장은 지역재생을 위해 생업과 연계된 새로운 공동자원의 창출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나가며: 지역재생을 위한 공동자원의 역할

쿠다카는 총유 관습으로 토지를 지켜왔으며 이를 명문화했다. 이를 바탕으로 형성된 마을의 자치력은 리조트 개발 등 난개발을 막아내고 쿠다카 고유의 문화를 지켜내고 있다.

하지만 인구감소와 지역의 쇠퇴라는 상황은 피할 수 없었다. 이에 자구책을 마련하고 각종 정책보조금을 이용하여 쿠다카 진흥회, 유학센터 만들었으며 쿠다카 종합계획을 작성하여 자치회 활동 중심의 문제해결을 꾀하고 있다. 특히 생업과 연계된 채소 공장을 설립하여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했다. 쿠다카 사례를 보면서 기존 공동자원을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대에 맞는 새로운 공동자원의 창출이 오늘날 문제해결 방식에 적합한 것은 아닐지 고민이 되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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