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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지방체제 및 '직선' 이·촌장의 역할로 보는 풀뿌리주민자치[연구세미나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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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지방체제 및 '직선' 이·촌장의 역할로 보는 풀뿌리주민자치[연구세미나91]
  • 김윤미 기자
  • 승인 2024.03.11 02: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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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회 대만의 주민자치: 한국 주민자치를 위한 시사점

1인당 국민소득이나 산업구조 면에서 한국과 비교 대상이 되고 있는 대만의 주민자치를 살펴볼 수 있는 흔치 않은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주민자치학회의 제91회 주민자치 연구세미나가 지난 7일 대만의 주민자치: 한국 주민자치를 위한 시사점을 주제로 서울 인사동 태화빌딩에서 열렸다.

전영평 대구대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은 이날 세미나에서는 최흥석 고려대 교수가 발제를, 그리고 정창원 제주대 교수와 허훈 대진대 교수가 지정토론에 나섰다.

발제를 맡은 최흥석 교수는 먼저 지방정부체제의 유형을 설명했다. 유형은 크게 후원자 모형 경제개발 모형 복지국가 모형 시장 모형으로 구분되며 각각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아울러 최 교수는 다층적 거버넌스의 유형도 소개했다.

발제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지방정치는 후원자 모형+경제개발 모형으로서 이는 하향적 정당조직, 기초선거 정당공천, 소선거구제, 그리고 재개발 및 재건축, 지역 인프라 등을 통한 부동산 교환가치 제고에 우선순위를 둔 지방엘리트 집단의 광범한 존재 등을 특징으로 한다. 또 지방행정은 지방 관료조직이 주도하는 복지국가 모형으로 온정주의적(paternalism) 경향이 여전한 가운데 (일방적으로 결정한 내용의) 공공재 및 서비스를 대량 생산대량 공급한다(규모가 큰 기초자치단체의 공공재 및 서비스 자체(in-house) 생산). 이는 유형I 거버넌스구조로 지방자치법 상의 지방자치단체 이외에 나름의 통치영역(jurisdiction)을 가진 통치체(governing entity)를 구성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흥석 교수는 대한민국의 지방체계는 주민자치에 호혜롭지 않은 환경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의 지방체계란, 예컨대, 다음 세대에게 어떠한 지방환경을 남겨줄지에 대한 꿈을 꾸면서 결국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계속해서 대만의 지방정부체제에 대한 소개가 이어졌다. 발표에 의하면, 대만에는 2개 성()(타이완성, 푸젠성), 6개 직할시(直轄市)(타이베이, 카오슝, 신베이, 타이중, 타이난, 타오위안), 13개 현()(장화, 차이, 신주, 화련, 먀오리, 난토, 핑동, 타이퉁, 일란, 윈린 등)3개 시()(자이, 신주, 지룽), 170개 구()(6개 직할시 및 산지 원주민 구, 그리고 3개 시의 12개 구), 198개 향(), (), ((146, 38, 그리고 14개 현할시(縣轄市))가 지방자치단체로 존재한다. 1998년 헌법 개정으로 타이완성 정부가 간소화됐고, 2018년부터는 타이완성 정부와 푸젠성 정부가 해산되어 대만에 있어 성()은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행정구역이 됐다. 자이, 신주, 그리고 지룽은 성할시인데, 성이 사실상 해산되어 직할시와 함께 행정원의 직접적인 관할 하에 있다. 직할시는 인구 125만을 기준으로 설치되고 성과 동격의 행정구역이다. 1967년에 타이베이시가 최초로 성할시에서 직할시로 승격되고, 카오슝 그리고 신베이 등이 각각 1979, 2010년에 직할시가 됐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타오위안 현이 2014년에 직할시로 승격됐다.

최 교수는 직할시, , , , , , 현할시, 직할시산지원주민구(直轄市山地原住民區)가 지방자치단체로서 지방제도법(地方制度法)에 따라 지방자치와 상급 정부의 위임 사항을 수행한다. ()은 도회형 타운십으로 우리나라의 읍과 유사하다. 현재 38개의 진이 존재한다. ()은 시골형 타운십으로 우리나라의 면과 유사하다. 현재 146개의 향이 존재한다. 향에 촌()을 두고 진, 현할시, 그리고 구에 리()를 설치, 임기 4년의 촌장과 이장을 직선으로 선출한다. 촌과 리 안에는 마을()이 존재한다. 직할시에 시정부와 시의회를 두고 직선을 통해 임기 4년의 시장과 시의원을 두고, 시장이 구청장을 임명한다(현과 시에도 직선 단체장과 의회 설치). , , 현할시에는 사무소(公所)와 주민대표회(民代表會)를 두고 임기 4년의 향장과 주민대표를 직선으로 선출한다. 리와 촌에는 입법기관이 없으나 신베이 등 일부 지역에는 리의회와 촌의회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발제자는 대만 주민자치의 핵심으로 이장촌장을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리와 촌은 대만의 가장 기본적인 지방행정 단위이다. 리는 구, 현할시, 진에 있고 촌은 향에 설치된다. ·촌장은 주민직접선거로 선출하고 임기는 4년이다. 연임제한은 없고, 무급직이지만 월 5만 위안의 사무보조비를 지급 받는다. 1946216~35일 제1차 이·촌장 선거를 대만성의 현과 시에서 실시, 임기 2년의 이·촌장 6304명을 선출했다. 대만의 지방제도법 제59조에 따라 이·촌장은 향(, , )장의 지휘와 감독을 받고 리와 촌의 공무를 수행한다. 다만 이·촌장이 선출직이기 때문에 향(, , )장은 이·촌장에 대해 명령을 하기 보다는 협조를 구하는 경우가 더욱 일반적이다. ·촌장의 관할구역에는 대체로 100~4000가구 정도가 있다. 195232일에 시작된 제4차 이·촌장 선거부터 이·촌장의 임기가 3년으로 변경되었다. 그러다 1961423일에 시작된 제7차 이·촌장 선거부터 이·촌장 임기가 다시 4년으로 바뀌었다. 2014(민국103) ·촌장 선거에서는 7851명을 선출하였는데 14191명이 등록했고 출마 등록자 중에 국민당은 2636, 민주진보당은 718명이었다. 가장 최근에는 20221126일 제 22차 선거를 통해 7748명의 이·촌장을 선출했다.

그렇다면 이장과 촌장은 누구인가? 이에 최흥석 교수는 “2022년 선거에서 당선된 이·촌장의 평균연령은 59.58세였다. 참고로 당시 시의원의 평균연령은 51.04세이고 입법위원(국회의원)의 평균연령은 52세였다. ·촌장 선거 후보자의 5.5%23-39세이고, 60세 이상의 후보자는 전체 후보자의 54.2%였다. ·촌장 선거 후보자 중 남성과 여성의 비율은 각각 80.14%19.86%

, 당선자 중 남녀 비율은 80.79%19.21%였다(대만 중앙선거위원회, 2024). 2022년 이·촌장 선거는 7748 곳에서 실시되었는데 이중 39.4%에서는 단독 후보이고,47%2인 후보였다. 4명 이상 경합하는 리와 촌은 3.7%였다. 19026280명의 유권자 중 116450명이 투표하여 투표율은 61.18%”라며 “2022년 이·촌장 선거에서의 유효투표수는 10846718표였다. 이 중 국민당의 후보는 14.25%1545742표를 얻었고 민주진보당은 3.78%409771표를 얻었다. 반면에 무당적 후보자들은 전체 유효표의 81.65%8856767표를 얻었다. 이는 이·촌장 선거에 있어 정당의 역할보다는 후보자의 개인적 네트워크가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짚었다.

최 교수는 난토현(南投縣) 푸리진(埔里鎮)33개 리에 대한 사례 연구를 수행했던 Yaguang Hao(2023)의 조사내용을 인용하며 이장과 촌장의 역할에 대해 이들의 공적 역할은 정부 정책의 전파(advocate of decrees), 주민 의견의 대변, 정부와 주민 사이의 소통, 주민 간 갈등의 중재 등이다. 특히 이·촌장은 주민과 마을의 문제를 상위 지방정부(, )에 알리고 그의 해결을 위한 관심과 자원배분을 촉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또 마을 주민의 대·소사를 위해 수행하는 일이 일백 가지가 넘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촌장의 근무시간은 밤과 낮이 따로 없어서 9~5로 근무하는 경력직 공무원과 비교된다. 명절에도 일이 생기면 주민들은 이·촌장을 찾는다. 예를 들어 명절 기간에 상을 당하면 이를 이·촌장이 챙겨야 하고 심지어 집에 도둑이 들어도 경찰보다 이·촌장에게 먼저 연락을 할 때도 있다. ·촌장은 자신을 돕는 부관을 둘 수 있다고 소개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촌장의 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상급 지자체의 경력직 공무원이 파견된다는 것이다. 각각의 리 혹은 촌에 1인의 공무원이 파견됨을 원칙으로 하지만 리와 촌의 규모에 따라 파견되는 공무원의 숫자는 조정될 수 있다고 발제자는 전했다. 파견 공무원은 리와 촌 행정 처리의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며 아울러 이들은 리, 촌과 상위 지자체를 연결하는 채널이 된다. 경력직 공무원은 상위 지자체의 방침 및 서비스가 리와 촌에 잘 전달되도록 하는 역할을 하지만 그

들은 동시에 상위 지자체의 정책이 소속된 리와 촌의 현장상황에 더욱 잘 부합하도록 신축성을 부여하는 역할도 수행한다고 최 교수는 설명했다.

그렇다면 대만 지방체제와 주민자치가 우리에게 주는 함의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최흥석 교수는 한국의 지방정치는 후원자 모형에 경제개발 모형이 합쳐진 형태(하향적 정당 구조, 기초선거 정당공천, 소선거구제+부동산 교환가치 우선의 지방엘리트)이며 한국의 지방행정은 온정주의적 경향의 지방관료 주도 모형이라 할 수 있다. 또 한국의 지방체제는 유형1 거버넌스구조로 문제해결 중심의 다층적 거버넌스는 사실상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단일목적 특별구와 학교구를 중심으로 주민자치가 이루어지는 다층체제는 한국의 지방체제와는 거리가 멀다. 또한 한국의 기초자치단체와 그의 하위 행정단위(, )의 크기가 일반적으로 대단히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주민자치는 결국 공공서비스 종합성과 주민대표성 위주의 유형1 거버넌스구조를 기초자치단체 및 그의 행정계층(, ) 이하에서 구현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대만의 이·촌장과 유사한 명예직 주민대표를 선출하고 그를 지원하는 조직(주민위원회, 지원(liaison) 경력직 공무원 등)을 구성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어 그는 주민자치 조직과 정당의 관계에 유의할 필요가 있으나 대만의 경우를 관찰하면 주민자치 조직이 자연스럽게 주민의 니즈 및 공공서비스 수요 대응 위주로 작동하게 됨을 알 수 있다. 다만 대만의 경우에는 지역 토호세력의 부정한 사적 이익, 심지어 검은 돈과 이·촌장이 연루되는 사례가 과거에 많았으나 점차 감소했다. 대만의 이·촌장 평균 연령은 60세 정도로 2022년 이·촌장 선거 출마자 14021명의 절반이 넘는 7556명이 60세 이상이고, 39세 이하인 출마자

784명이었다(20-30대 젊은 계층의 출마가 점차 늘고 있는 추세). 그리고 후보자 및 당선자 중 여성비율은 약 20% 정도라며 만일 한국의 선출직 주민대표가 이와 유사한 구성으로 이루어질 경우 주민자치 조직에 대한 하향적 정당 정치의 영향력이 현재 기초지자체 선출직 공직자 집단의 경우보다는 적을 것이고, 생활정치에서 출발하여 정치인으로의 성공을 모색하는 집단의 확대를 기대해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제시하며 발제를 마무리했다.

이어진 지정토론에서 허훈 대진대 교수는 지방정치와 행정이 왜곡되는 원인을 단체자치의 요소가 강한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특성에서 찾고 있으며, 그 예속성을 벗어나서 자율성을 증대시키기 위해서는 주민자치의 요소가 강화되어야 한다라며 지역의 현장연구를 해보면 작은 규모의 생활현장에서 주민공동체의 노력이 대단히 중요한 변수임을 확인할 수 있었으나 지역을 대표하는 정치가 공동체에 의해 선택되기보다는 정당공천 등 국가정치에 종속되는 경향을 볼 수 있었다. 이러한 경향을 전환하기 위해서는 이통에서 자치가 발전하여 통리 수준에서부터 지방정치행정에 예속되는 것이 아니라 상향식 민주주의의의 초석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풀뿌리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대만처럼 이통장 선출에 관한 실태를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통 수준에서 실제적으로 주민자치적인 통치를 하는 곳이 다수 눈에 들어오는데도 그 실태를 잘 알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민자치라는 용어와 이통 수준의 거버넌스구조가 국가에 의해 왜곡되는 상황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계속해서 그는 이통장의 역할과 관련해 이장이 하는 일을 의욕적으로 전개하면서도 어떤 일을 해야 하는 지에 대해 궁금해 한 이장협의회가 있었다. 이들이 발행한 이장매뉴얼을 분석해보면 옥천군 동이면에서는 2018년 기준으로 이장이 행정을 보조하느라 필요한 공문처리, 그리고 각종 지원정책 혹은 관련사업, 그리고 마을자체업무 등으로 임무를 해야 했다. 첫째 공문처리 측면에서는 옥수수종자 신청홍보 및 마을단위 신청서 제출 공문 등을 시작으로 1월에 68개 공문을 처리해서 가장 많았고 6월에는 18개 공문을 처리해야 했다. 월 평균 30여개 공문이 내려왔고 이를 전파하거나 행정처리를 하는 것이 제일 큰 일이었다. 둘째 중앙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정책 및 관련 사업에 대한 대응이었다. 즉 여성농업인 행복바우처사업, 상수원관리지역주민지원사업 등 33개 크고 작은 지원 및 공모사업 등에 대응하는 일이었다. 셋째 마을자치규약에 따른 업무였다. 마을임원회의 및 마을총회 등의 회의주재 및 회의록 관리, 재산관리, 마을재산 대장 등 기록관리 업무라고 설명했다.

다음 지정토론자 정창원 제주대 교수는 대만원주민자치운동을 소개하며 그의 표현대로 대만원주민 자치의 현실과 민낯을 끄집어내며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하고 제대로 알지 못하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를 제기했다.

사진=문효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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