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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일원으로서의 통과의례 ‘성년식’ 현대적 부활 어떻게?[연구세미나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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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일원으로서의 통과의례 ‘성년식’ 현대적 부활 어떻게?[연구세미나92]
  • 김윤미 기자
  • 승인 2024.03.15 1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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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회 세계 각국의 성인식

세계 각국의 사례를 통해 본 성년식의 현대적 의미와 마을사업(행사)으로서의 활동 방안을 모색하는 논의의 장이 펼쳐졌다. 한국주민자치학회의 제92회 주민자치 연구세미나가 세계 각국의 성인식을 주제로 지난 14일 서울 인사동 태화빌딩에서 열렸다.

박경하 중앙대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은 이날 세미나에서는 서종원 한국민속예술연구원 학술원장이 발제를, 그리고 육철희 전 성균관유도회 사무총장과 이영수 단국대 연구교수가 지정토론에 나섰다.

 

통과의례로서의 각국의 성년식

 

발제를 맡은 서종원 학술원장은 통과의례로서 성년식을 소개했다. 그는 통과의례는 인간이 태어나면서 죽을 때까지 행해지는 일련의 의례이다. 일생의례, 관혼상제 등으로 불리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출산례-성년례-혼례-상장례-제례로 구분한다. 이 중 성년례(성년식)는 일정한 어른으로 인정을 받는 과정으로 사회의 일원으로 인정 받는 것과 관련이 있다. ‘관례라 표기를 하는데 여성의 경우는 계례라 칭한다라며 우리나라에서는 아주 오래 전부터 성년식이 진행되었으며 1985년에 성년의 날을 지정했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성년식이 신분 혹은 지역 등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그리고 성년식은 각 나라에서 나름대로의 방식에 맞춰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서 원장은 세계 각국의 다양한 성년식 사례 중 원초적인성년식 사례로 남태평양 비투아트 펜테코트섬의 번지점프, 문신을 새기는 고통을 이겨내야 하는 마오리족의 의례, 동굴에서 홀로 지내야하는 아프리카 일부 부족의 의식, 인도네시아 발리섬의 송곳니 연마, 아프리카 하마르족의 소 등 올라타기, 브라질 아마존강 샤우아빼족의 살인개미 체험, 아마존강 티구나 부족 여성들의 금남의 집 거주, 중국 바사먀오족 남성들의 낫으로의 이발, 중국 다이족 남성들의 얼굴 분장, 미얀마의 삭발 후 사원생활 등을 제시했다.

그런가하면 축제 성격의 성년식도 소개됐다. 교육과 파티가 결합된 이스라엘의 바르미츠바 행사, 이란의 자시네노설레기(9살의 축제)’ 등이 그것이다.

가까운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를 보면, 1948년 성년의 날이 115일로 지정됐다가 2000년 이후 1월 두 번째 월요일로 변경됐다. 일본은 고대 이래로 성년식을 진행했는데 귀족이나 무사의 남성은 관을 쓰고 무사는 머리카락을 반달 모양으로 미는 의식을 했다고 한다. 행사 주관과 진행은 지방자치단체에서 담당하며 여성은 기모노(후리소데), 남성은 하카마 또는 양복 등을 입고 사진을 찍는 형태로 진행된다고 한다.

발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성년식은 중국의 성년식과 관련이 깊다. 유교를 기반으로 한 성년식이었기에 남성은 관례’, 여성은 계례로 불리었다. 다만 신분에 따라 형식의 차이를 보여 서민들의 성년식은 달랐다. 유교적 형태의 성년식은 주로 문중이나 집안에서 이루어진 반면, 서민의 성년식은 마을 단위로 진행됐다. 궁궐 안의 왕자와 공주의 경우도 성년식이 열렸다.

서종원 학술원장은 유교식 성년례는 예서에 명시되어 있는데 시기는 정월 혹은 사월, 칠월 초

하루에 하도록 되어 있다. 성년식을 맞이한 사람을 관자라 표현한다. 택일이 되면 사흘 전에 종손이 사당에 가서 의례를 행한다. 다음으로는 빈객을 모시는데 벼슬이 높거나 자손이 많은 분을 선정했다. 관례 하루 전에는 관례를 올릴 장소를 정하는데 보통은 사랑방을 선정했다. 관례일이 되면 방에 세 종류의 관복과 신발, 허리띠를 준비하고 밖에는 채관, 사모, , 복건 등을 준비했다라며 당일이 되면 빈객이 도착하면 주인이 그를 맞이하고 찬자는 관자 옆에 서며 예생은 홀기를 불러 찬자로 하여금 순서대로 행하게 했다. 방에서 기다리던 관자와 찬자가 마루에 서면 찬자는 관자의 머리를 풀어 상투를 올리고 망건을 씌워 줬다. 빈객이 집사자로부터 치관을 받아 축사와 함께 씌워주고 찬자가 복건을 올리면 빈자가 이를 씌워줬다. 관자가 일어나 읍하고 방으로 들어가 사규삼을 벗고 심의 등을 입고 나와서 꿇어앉았다. 일련의 의례는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삼가례-초례(초가례)-가자-사당의례-답례와 주례로 구성됐다고 설명했다.

 

전통사회의 성년식향교서 명맥유지

발표에 의하면, 유교식과 달리 서민들의 성년식은 마을 단위를 중심으로 행해지는데 특히 두레패가 주도적으로 진행했다. 이 경우에는 농사일에 서툰 꽁뱅이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며 그의 농사능력을 테스트 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다른 일꾼과 씨름을 하기도 하며 일정한 과정을 통과해야 한다. 이 과정을 마치면 동료들에게 술을 대접하는데 이를 꽁뱅이술이라 한다. 이를 진사턱, 진새내, 진사례라 부르는데 술이 아닌 밥을 대접하기도 했다.

이어 서종원 원장은 전통사회 서민들의 성년식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이 들돌들기였다. 무거운 들돌을 들어야 성인으로 인정받는 것인데 여러 지역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며 지역마다 나름대로 규정이 있어 이에 따라 의례가 행해졌다는 흥미롭다. 들돌들기 시기는 정초나 무더운 여름철이며 대개는 백중날 실시했다. 백중날을 머슴날이라 부르는 것도 이러한 것과 관련이 깊은데 이 같은 사례는 비교적 최근까지도 행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소개했다.

다음으로 향교에서 행해지던 성년례도 언급됐다. 발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성년식은 현재 유명무실한 상태이긴 하나 지역의 향교를 중심으로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부분은 무척 의미가 크다. 마을 혹은 문중 단위로 행해지던 성년식이 조금은 다른 형태로 바뀐 것이긴 하나 해마다 성년의 날이 되면 지역의 향교에서 일련의 의례를 행하고 있다. 양주향교와 제주향교를 비롯해 여러 향교에서 비슷한 절차로 진행되고 있다. 양주향교는 515일 전후로 진행되며 그 순서는 성년례의 의미설명-시가례-재가례-삼가례-초례-자관자례이다. 시가례는 어른의 평상복을 입히고 관을 씌워 성년자 스스로에 대한 수양을 권유하는 가르침을 내리는 절차이며 재가례는 평상복인 심의를 벗고 어른의 출입복을 입히고 관을 씌워 가정에 대한 성년자의 책임과 역할을 일깨우는 절차이다. 삼가례는 어른의 관복을 입히고 관을 씌워서 사회의 일원으로서 성년자의 책임과 역할을 일깨우는 절차이며 초례는 성년이 되는 자에게 술 마시는 예법을 가르치는 절차로 성인이 되었음을 인정하고 이를 축하하는 의미에서 술을 내려 주며 술을 마시도록 허락하는 의식이다. 끝으로 자관자례란 어른이 되었으니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을 존귀하게 여겨 함부로 사용하지 않고 보존하라는 의미에서 이름 대신 부르도록 자를 내려주는 절차이다.

 

기능·역할 축소된 성년식현대적 관점 재해석활성화 관건

 

발제 말미에 서종원 원장은 지구상에는 개별 지역 혹은 부족마다 나름대로의 성년식이 행해졌다. 상장례와 제례 등에 비해 중요성이 떨어지긴 하나 성년식은 매우 중요한 의례이며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거쳐야 했던 의식이었다. 다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 그 기능이 약화되고 일련의 의식에 대해서도 많은 이들이 관심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우리의 경우는 농경사회의 해체, 결혼식으로 대체 등과 맞물려 성년식의 기능과 역할이 축소된 상태라며 지구상의 여러 성년식을 살펴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보이는데 일정한 절차를 통과해야 비로소 성인으로 인정을 받는 것이 그렇고 그 대상자를 모든 사람들이 축하해 준다는 것이다. 아울러 지역사회에서 온전한 구성원으로 인정을 받는 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은 시련통과와 책무부여, 마오리족의 경우는 극한극복과 심신단련 등의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원초적 성년식이든 축제적 성년식이든 절차와 내용은 차이가 있지만 이러한 부분을 집중해 성년식이 행해졌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그는 문제는 여러 전통문화가 그러하듯 시대의 변화에 따라 성년식 역시 전승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전승 주체가 모호하고 성년식에 대한 중요성과 가치가 약해지면서 미래 지향적 관점에서 이를 어떤 식으로 이어갈 것인지를 현시점에서 진지하게 고민을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일반인들이 성년식을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느냐 이며 과연 성년식이 오늘날에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려를 했으면 한다. 특히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를 성년식을 통해 해결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어찌 되었든 성년식의 필요성과 그것의 역할을 다각적으로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한 결론이 어느 정도 공감이 되면 현대적 관점에서 성년식을 재해석해 산소를 불어넣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발제 후 지정토론이 이어졌다. 먼저 육철희 전 성균관유도회 사무총장은 과거든 현재든 또 어느 사회나 마찬가지로 수직적, 수평적 관계 설정과 형성은 늘 중요한 일이었는데 우리나라는 급격한 사회구조와 생활환경의 변화로 심각하게 무너져가고 있다. 부자, 사제, 사장과 사원 등의 수직적 관계와 형제, 친구, 이웃 등의 수평적 관계에서 관심과 배려 그리고 존중의 모습은 점점 찾아보기 어렵고 이기심과 배타 그리고 업신여김이 만연하고 있다라며 우리 선조들은 사람의 일생을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아니 죽고 난 이후까지도 관계를 유지하려고 했다. 부모의 돌봄이 필요한 어린이에서 자립할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인생의 동반자를 만나 혼인을 해서 자식을 낳고, 수명을 다해 죽음에 이르고, 돌아가신 조상을 기리는 이 과정을 통과의례라고 하여 중요하게 여겼다. 그 가운데 오늘 이 자리는 성년례가 갖는 의미를 다시 확인해 보고 어떤 방식으로 확산시켜 사회적 관계를 긍정적으로 정립할 수 있을까를 의논하는 자리라고 생각한다라고 짚었다.

 

성년자들 시선 끌 만한 요소들 고민해야

 

계속해서 육 전 총장은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왕실과 사대부 집안에서는 관계례를 하고 서민들은 각 지역에서 들돌들기 등 지역 상황에 맞게 성년의 자격을 거치게 하여 성년이 되었음을 인정했다. 관혼상제 중 유일하게 날을 정해 기념하는 것이 성년의 날뿐이다. 그만큼 과거에나 지금이나 어린이에서 어른이 된다는 것에 대해 사회적으로 큰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이라며 관례와 계례는 성균관이나 일부 지역의 향교에서 이루어지고는 있으나 사실 지금은 땋아 내린 머리도 없고 상투나 쪽을 지는 일도 없기 때문에 전통방식대로 할 수도 없어 관례나 계례라는 명칭도 맞지 않아 성년례라고 한다. 그래서 지금은 학교나 단체에서 성년의 날행사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무리 현대화하고 단순화 시킨다고 해도 여러 가지로 준비와 절차가 익숙하지 않아 성인이 된 모든 사람들이 성인으로서의 의식을 제대로 할 수는 없는 실정이다. 그러다보니 상술이 파고들어가 장미, 향수 등의 선물을 받는 날로 엉뚱하게 변질되어 본래 의미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성년례는 법률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정당한 권리에 참여하고 신성한 의무를 지는 어른이 되는 것이므로 의례를 통해 어른으로서의 책무를 일깨우는 것이다. 어떤 의례도 마찬가지지만 의례 당사자가 의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마지못해 임한다면 형식만 있고 내용은 없는 껍데기에 불과할 것이다. 오늘 이후 대한민국에서 성년을 맞이하는 사람들과 그 가족들에게 그리고 우리사회에도 의미 있는 의례가 새롭게 마련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영수 단국대 연구교수는 오늘 발제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행해지는 다양한 성년식의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전제한 뒤 성년식이라고 해서 꼭 성년이 되는 사람으로 국한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2013년 국립민속박물관에서 나를 찾아 떠나는 시간여행프로그램이 진행된 적이 있다. ‘나를 찾아 떠나는 시간여행일생의례(기자신앙~성인식까지)를 기반으로 9주에 걸쳐 연속으로 진행된 융합 교육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이 중에서 7~9주차 주제가 관례와 가족이었다. 자신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자기의 의견을 표현하는 방법을 습득하고 새로운 환경과 관계에 적응하는 방법을 배웠으며 체험활동으로는 관례의 가장 마지막 절차인 자관자례(刺冠者禮)를 체험하였다. 어린아이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새로운 이름에 자기가 어른이 되었을 때 바라는 미래의 모습을 담았다고 한다고 언급했다.

이 교수는 또 발제자가 제시한 제주향교의 성년의례라는 기사를 검색해 보았다. 20235월 제주향교에서 거행된 성년식에는 성년자 10명을 포함하여 제주시 부시장, 복지위생국장, 지회장, 유림지도자 등 70여 명이 참석했다. 성년식에 참석한 성년자의 숫자가 너무 적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년자들의 시선을 끌 만한 요소들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발제 내용 중 일본의 경우 성년식 참가자들의 수를 늘리기 위해 도쿄디즈니랜드가 있는 치바현 우라야스시에서는 디즈니랜드에서 성년식을 진행하는데 성년을 맞이한 지역의 대상자들이 80% 넘게 참가하며 이날 참석자들은 각자 준비해 온 옷[남자는 하카마 또는 양복 정장, 여자는 후리소데]을 입고 뜻 깊은 날을 보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기존의 성년식 의례에 젊은 세대들이 좋아할 만한 축제 요소 등을 접목하여 성년자들의 참가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대학 축제가 5월에 열리는 경우가 많으니까 이를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일 수 있다. 발제에서 언급됐듯이 성년식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관해서는 좀 더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짚었다.

사진=문효근 기자 citizenautonom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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