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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글] 행안부는 주민자치 교육에 관여하지 말고 주민자치제도 개선과 정착에 앞장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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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글] 행안부는 주민자치 교육에 관여하지 말고 주민자치제도 개선과 정착에 앞장서야
  • 이창균 한국주민자치중앙회 상임부회장
  • 승인 2019.03.0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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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균 한국주민자치중앙회 상임부회장.
이창균 한국주민자치중앙회 상임부회장.

주민자치를 담당하는 주무 부서인 행정안전부의 최근의 주민자치 방향이나 정책을 보면, 여전히 주민관치의 타성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2019년 1월 행정안전부 주민자치형 공공서비스 추진단(주민자치지원팀)은 전국 주민자치 교육 추진체계를 구축하겠다고 하면서 그 추진 배경을 밝히고 있다.

행안부가 이를 추진하는 배경으로 첫째, 주민자치 교육의 다양한 요구에 비해 지역에서 교육강사와 교육 콘텐츠를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응이 필요하다. 둘째, 전국주민자치강사 발굴 및 양성을 통해 자치단체의 다양한 주민자치 교육에 있어 강사 풀 활용이 필요하다.

이와 같은 명분으로 행안부는 전국적으로 주민자치 교육망을 구축해 주민자치 교육에 직접 나서겠다는 것이다. 주민자치 활성화를 위해 당연히 행안부의 해야할 업무라고 생각되지만, 주민자치에 대한 현실적 문제 인식이나 그 추진방법에 있어 상당한 오류를 범하고 있다.

첫째, 주민자치 교육의 다양한 요구가 현실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주민자치는 주민들이 주민자치를 할 수 있는 제도도 아니고, 스스로 주민자치 사업을 할 수 있는 여건도 형성돼 있지 않고, 주민자치 동기도 부여돼 있지 않다. 따라서 주민자치 교육 요구는 허구에 불과하다. 행안부가 해야 할 일은 오히려 주민들이 주민자치의 동기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고, 주민자치를 할 수 있도록 주민자치 제도를 정비하고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다.

둘째, 행안부가 주민자치 교육 강사를 직접 발굴하고 양성할 경우는 행안부의 정책 선전 및 간섭 혹은 주민관치 교육으로 흐를 수 있어 진정한 주민자치 교육을 어렵게 할 수 있다. 행안부가 직접 나서서 할 일이 아니라 자치단체나 주민자치회에 맡겨야 한다.

셋째, 주민자치 활성화를 위한 기관 거버넌스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명분을 들고 있지만, 이는 행안부가 주민자치 관련 민간단체를 규합해 조직하고, 전국 주민자치 교육을 담당하는 강사조직을 구축해 주민자치회를 장악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이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서울형 주민자치회가 주민자치회의 지원을 핑계로 급여를 주는 별도의 조직인 주민자치지원관 및 주민자치담당관을 둬 이들을 통해 주민자치회를 관치화하고, 권력유지 지원체제를 구축하는 것과 같은 형국이다. 주민자치의 주무부서인 행정안전부가 주민자치 본질을 되새기고 반성해야 하는 이유다.

행안부의 교육추진 체계

한편, 행안부는 교육 추진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전국 주민자치 강사의 발굴 및 추천을 주요 추진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전국 17개 시·도별 주민자치 강사를 10명씩 총 170명을 발굴해 양성하고, 이후 학계·민간 전문가 강사 풀을 자치단체 등 전국에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강사 발굴 시는 주민자치 전문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시·도 협력체계를 구축해 추진하겠다고 하면서, 행안부는 주민자치 전문민간단체로 자치분권아카데미, 열린사회시민연합, 한국자치학회, 전국주민자치연합회, YMCA전국연맹, 한국마을지원센터연합, 새마을운동중앙회,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 지역재단 등 9개 단체를 선정하고 있다.

그런데 행안부의 주민자치 민간단체 선정에 있어 문제가 있다. 이들 민간단체 중에는 자치분권아카데미, 열린시민사회연합, 한국자치학회 등의 단체는 전문성을 갖고 오랜 기간 주민자치 발전을 위해 실질적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단체다. YMCA전국연맹도 주민자치 관련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전국주민자치연합회, 한국마을지원센터연합, 새마을운동중앙회,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 지역재단 등 단체는 주민자치와는 무관한 단체고 전문성을 갖고 있지 않다. 특히 전국주민자치연합회는 최근에 급조한 단체로 정체가 모호하고 전문성도 없는 전국적 조직도 갖춰져 있지 않은 단체다. 행안부는 주민자치지원을 빙자한 친위 조직구성의 의도가 아니라면, 주민자치 전문민간단체 여부를 면밀히 검증할 필요가 있다.

행안부의 주민자치 교육 체계 구축

또 행안부는 주민자치 교육체계 구축을 위해 주민자치 전문 민간 단체의 역할을 지시하고 있다.

행안부가 지시한 전문 민간단체의 역할을 정리하면 첫째, 행정안전부 주민자치 활성화 정책에 대한 자문 및 지원이다. 둘째, 전국주민자치 강사 양성 교육 대상자 선정을 위해 시·도별 주민자치 행정 담당부서와 논의해 행안부에 각 시·도별 10명씩 총 170명을 추천하는 일이다. 셋째, 강사 양성 교육 대상자 선정을 위해 시·도별 협의를 수행할 주민자치 9개 전문민간단체에서 17개 시·도별로 각 담당자를 지정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들로 하여금 시·도 주민자치 행정 담당 부서 자문 및 지원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행안부에 바란다

이와 같이 행안부가 주민자치 전문민간단체를 전국적으로 규합하고 강사를 양성하는 것은 지방자치 단체를 무시하는 월권이고 주민관치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전국에 우선 시·도 단위로 기본적으로 170명이 조직된다. 행안부가 앞으로 시·군·구 단위로 전국 조직망을 구축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행정 지원 및 강사 추천을 미끼로 전국적으로 더 많은 어용민간단체 및 어용강사를 만들어 행안부의 의도된 정책을 주입시킬 우려가 있다. 진정한 지방자치 및 주민자치 교육은 어렵게 될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전국의 주민자치위원이나 주민이 주민자치의 현실적 문제점을 망각하게 돼 주민관치가 지속될 수밖에 없는 매우 안타까운 상황이다.

행안부는 주민관치 타성을 버리고, 이제라도 제대로 된 주민자치 정착에 앞장서야 한다. 주민자치 지원 및 교육을 명분으로 친위 조직 구축 의심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주민자치 교육을 주민자치회에 맡겨야 한다.

그리고 진정한 주민자치를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헌법에 지방자치 및 주민자치권을 기본권으로 규정하고, 주민자치회법을 제정해 주민자치가 주민주권에 의해 자율적으로 운영되고 명확히 보장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마땅하다.

지방자치는 단체자치에서 주민자치로 완결된다고 할 수 있다. 주민자치가 정착되려면 주민자치회가 제대로 운영돼야 한다. 주민자치의 정착과 발전을 통해 진정한 지방자치 시대를 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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