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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글] 주민자치에서도 관변단체가 중간에 지원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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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글] 주민자치에서도 관변단체가 중간에 지원해야 하는가
  •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
  • 승인 2018.09.10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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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자치구주민자치지원관도, 동주민자치담당관제도 반주민자치적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

언젠가부터 유행처럼 번진‘중간지원조직’은 현재 대부분 지방자치단체가 여러 분야에 두고 있으며, 심지어는 주민자치에서도 중간지원조직을 두고 있다. 독이 될 수도 있고, 약이 될 수도 있는 중간지원조직, 특히 주민자치의 중간지원조직에 대해서 살펴보자.

주민자치에서 중간조직은 주민자치라는 정책목표와 주민자치회라는 현실의 차이를 슬기롭게 해결하자는 것이다. 아래 그림을 보면 주민자치에서 중간지원조직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주민자치에서 중간지원조직의 타당성을 검토하기 위해서는 구조적으로 자치단체와 주민자치회, 그리고 주민의 관계를 폭넓고 깊이 있게 살펴서 ‘주민자치가 과연 지원이 필요한가?’ ‘중간지원조직이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는가?’로 판단해야 한다.

먼저, 법률상으로 분권이 돼 있어야 주민자치회가 성립되고, 주민들은 열려 있는 주민자치회에 참여하면서 주민자치가 시작된다. 2018년 현재 주민자치회는 법률상으로 분권이 돼 있지 못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에 예속이 돼 있으며,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자치회를 행정의 영향력 하에 두기 위해 주민의 자치를 원천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수차례 강조했지만 한국의 주민자치회는 주민도 없고, 자치도 없는 ‘회’에 불과하다. 주민자치를 위해 지원하려면 밑 빠진 주민자치회에 서투른 지원을 마구 쏟아부을 것이 아니라, 고의로 빼버린 주민자치라는 독의 밑구멍을 주민자치법으로 막고, 주민들에게 와 닿는 주민자치회를 제도화해야만 그동안 공들인 노력들이 비로소 주민자치를 마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주민도 있고 자치도 있는 주민자치회라고 하더라도 주민자치는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영역과 별개 영역, 말그대로 자치이므로 지방자치단체의 간섭이 필요하지 않다. 설상 중간지원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주민자치조직 내부의 지원은 제도의 틈새 정도로 필요할 따름이며, 주민자치조직 외부의 어떤 지원도 주민자치에는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주민자치 중간지원조직이 갖춰야 할 요건

서울형 주민자치회에서 필자의 판단으로는 관변단체임이 분명하지만, 굳이 중간지원조직이라고 우기는 자치구 주민자치지원단과 행정동 주민자치지원관에 대해서 중간지원조직의 차원에서 분석해보자. 중간지원 조직은 통상 서로 다른 두 조직 사이에서 양자의 연계를 강화하거나 원활하게 하는 활동을 수행하는 조직을 말한다. 그러므로 양자가 직접 관계할 때 얻을 수 없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때만 중간조직으로서 의미가 있다. 주민자치에서 중간지원조직은 지방자치단체와 주민자치회 사이에서 활동하는 조직이다.

그러므로 주민자치의 중간지원조직은 지방자치단체를 위해 해야 할 일과 주민자치회를 위해 해야 할 일이 따로 있으며, 양주체의 역할을 대체하거나 침해를 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보조해야 한다. 이럴때 비로소 중간지원조직이 되는 것이다. 다음은 주민자치에서 갖춰야 할 중간지원조직의 요건이다.

첫째, 주민자치 중간지원조직은 주민자치회에 기반을 둬야 한다. 중간지원조직이 주민자치의 당사자인 주민자치회에 기반을 두지 않으면, 주민자치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바람직하게 연계·강화하거나 본연의 활동을 할 수 없다. 중간지원조직이 주민자치회에 기반을 둔다는 것은 주민들이 원하는 자치에 대해서 충분한 지식과 능력을 보유하고 있거나, 적어도 주민자치회를 하고 있다는 최소한의 신뢰라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둘째, 주민자치 중간지원조직은 지방자치단체에 기반을 둬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의 주민자치 정책에 대해서 충분한 이해를 확보하고 있어야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을 주민자치회와 연계하고 강화하는 활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때 중간지원조직이 정치적인 이유로 지방자치단체장과 방향과 방법이 다르거나, 주민자치 지원을 위한 실질적인 역량이 부족한 경우에는 중간지원조직이 지원의 기능을 할 수 없다.

셋째, 주민자치 중간지원조직은 주민자치에 대한 다양하고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주민자치가 직면하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서 대안을 확보하고 있지 못하거나 대안 확보의 의지가 없다면, 중간지원조직은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중간지원조직의 지원활동은 때로는 조력(助力)이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는 혁신(革新)이기도 해야 한다. 조력과 혁신을 동시에 해야 하는 지원은 사회와 지역에 대한 풍부한 경륜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서울 자치구 주민자치지원단은 관변단체

서울형 주민자치회에서 주민자치의 중간지원조직이라고 강변하는 자치구 주민자치지원단은 과연 중간지원조직인가 관변단체인가 살펴보자.

서울형 주민자치회에서 중간지원조직의 역할을 자치구 주민자치지원단과 행정동 주민자치담당관이 한다고 한다. 먼저 자치구의 주민자치지원단 역할은 자치구와 자치회를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자치 관련 조직과 사무에 대해서 배타적으로 장악해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편제돼 있다.

행정동 주민자치담당관의 임무도 주민자치회의 사무를 모두 주민자치담당관의 사무로 편입해 시행함으로써 주민자치회라는 조직의 무력화와 주민자치위원의 동기를 무력화할 수 있다. 행정동 주민자치담당관의 임무는 ▲주민자치회 신규구성 및 운영촉진 ▲자치계획 수립 및 운영기획 ▲주민총회 준비 및 운영 지원 ▲주민자치회 협의-수탁-자치 업무기획 ▲주민자치학교 운영 실무 ▲주민자치회 회계 담당 등이다.

서울형 주민자치회에서 중간지원조직이라고 하는 자치구 주민자치지원단은 첫째, 자치구를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민관협의체와 실행단위협의체 등으로 자치구의 정책기능을 대체 장악하고 주민자치를 주민자치지원단의 영향력으로 편입해 지원이 아닌 지배를 하려 하고 있다. 둘째, 동지원관을 통해 주민자치회의 실무를 장악하도록 해서 주민의 자치가 아니라, 지원단의 자치회로 지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중간지원조직은 주민자치에서 지방자치단체라는 주체와 주민자치회라는 주체가 주체적으로 활동하는 토대 위에서 양 주체 간에 불일치하는 사항이나 부족한 사항을 연계하고 강화해 주민자치답게 진전을 이루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주민자치지원단은 중간조직의 범위를 벗어나서 주민자치의 양대 주체를 주도하면서, 주민자치의 또 다른 주체로서 엉뚱하게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필자는 서울형의 주민자치지원단은 중간지원조직이 아니라 ‘관변단체’라고 규정한다.

설립·운영 주체에 따른 중간지원조직 분류

중간지원조직은 설립주체와 운영주체에 따라서 분류해 볼 수 있다.

첫째, 관설관영(官設官營)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설립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지방자치단체의 부서가 되며, 소속도 지방자치단체에 직접 소속이 된다. 이 경우는 굳이 중간지원조직이라고 할 필요도 없으며, 중간지원조직이라고 해서도 안 된다. 주민자치에서 관설관영조직이 가능할까? 주민자치 원리상 주민자치회에 내재하는 동기나 활동 형성이 관건인데, 과연 그런 지식을 보유하고 있는 관료가 있을 것인가? 그리고 관료들이 그런 활동을 할 수 있는 경륜이 있을 것인가? 필자는 거의 없다고 판단한다.

둘째, 관설민영(官設民營)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설립하고 운영을 민간단체가 담당하는 것을 말한다. 보통은 위탁사업이라고 해서 전문성 있는 업체에 위탁하는 것이다. 관설에서는 주체가 매우 분명하지만 민영에서는 위탁자 선정방법에 따라서 주체의 성격이 달라진다. 하나는 순수 민간단체에 위탁하는 경우고, 다른 하나는 관변단체에 위탁하는 것이다. 관변단체는 지원금으로 운영되는 민간비영리단체(NPO)다. 정부나 기관이 필요에 따라 설립한 뒤 의도적으로 육성한다. 기관(官)에 의지하는 단체라는 뜻으로 법정민간단체라고도 한다. 독립적이고 자발적으로 활동하는 일반적인 시민사회단체와 달리 대체로 정부의 입장에서 활동한다는 특징이 있다.

그런데 과연 주민자치에서 민간위탁이라는 것이 필요한가? 주민자치를 수탁해 수행할 수 있는 단체가 있는가? 필자는 주민자치를 위탁할 수 있는 단체나 수탁해서 성공할 수 있는 단체는 없다고 본다. 행여 주민자치를 위탁하고 수탁한다면 주민자치적인 위·수탁이 아니라, 정치적인 위·수탁일 수밖에 없다고 판단된다.

셋째, 민설관영(民設官營)이다. 주민자치 경우에는 주민자치회에서 주민자치 발전에 필요하다고 판단해 설립한 단체를, 지방자치단체에 주민자치 발전을 위해 위탁하는 것을 말한다. 민설관영 단체가 설립되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지만, 주민자치회의 요청에 의해 지방자치단체에 위원회 등을 설치해 운영하는 경우가 충분히 있을 수는 있다. 민설관영이 있다면 관이 주민자치회로부터 상당한 신뢰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넷째, 민설민영(民設民營)이다. 주민자치의 원칙에 맞는 형식이다. 필요한 지원조직을 수요자인 주민자치회가 만들고, 주민자치회에서 운영하는 것이다. 이때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독립하지만 지원 역시 없어서 상당한 결단이 필요하다. 그러나 주민자치에서는 이미 여러 차례 실험을 거쳤으며 성공의 방안들도 모색해 뒀다. 주민자치 중간지원조직은 민설민영이 가장 적합하다.

주민자치회 중간지원조직의 필요성

주민자치회에서 중간지원조직의 필요성에 대해서 살펴보자. 다만 일반적인 중간지원조직과는 달리 주민자치의 지평에 입각해서 살펴보자. 주민자치는 원칙적으로 통상적인 중간지원조직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러나 주민자치의 세 주체인 지방자치단체와 주민자치회, 그리고 지역 주민의 관계에서 당사자들 간에 주민자치의 연계를 강화하거나 원활하게 하는 활동에 중간조직 필요성은 어떤 것이 있을까.

첫째,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주민 간에는 중간지원조직이 전혀 필요 없다고 판단된다(지역사회 정책). 중간지원조직의 사례를 아무리 살펴봐도 지역사회 전체를 대상으로 직접 나서서 사업하는 경우는 눈을 까고 찾아봐도 볼 수 없었다. 지방자치가 할 일을 시행한다면 지방자치단체를 침해하는 것이고, 주민을 대표하는 일을 한다면 주민자치회를 침해하는 것이다. 아무리 검토해도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주민사이에는 중간지원조직의 설자리도 없거나 할 일도 없다.

둘째, 지방자치단체와 주민자치회 간에도 중간지원조직이 필요 없다고 판단된다(주민자치 정책). 지방자치단체와 주민자치회 관계는 법률에 의한 분권으로 명확하게 형성된다. 분권이 없는 상황에서는 단체장 의지에 따라 주민자치가 이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분권이 명확하게 이뤄진다면 그때부터 주민자치회는 운영과 사업의 실행을 내부적인 절차에 의해 실시, 분권에 상응해서 주민들의 자치력이 형성되게된다. 다만, 주민의 풍부한 자치력은 자치의 경험과 지혜로 축적되는데 시간이 다소 필요할 따름이다.

주민들이 동의하지 못한 일들을 주민자치회에 임무로 부과하거나 시행을 강요하게 되면, 주민들은 주민자치에 움츠러들거나 외면하게 된다. 주민자치의 작은 씨앗을 틔우는 기회마저도 잃어버리게 된다.

지금까지 제도적으로 주민이 빠진 주민자치회에서 먼저, 시·군·구의회는 구체적인 지배를 행사할 수 있도록 조례를 입법해 주민자치회를 주민의 측면에서나 자치적으로 무력화했다. 다음으로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자치위원의 인사권으로 주민자치위원의 자치의지를 좌절시키고 자치능력을 무력화했다. 주민자치회도 주민자치위원도 무력화된 것이다. 따라서 주민자치위원도 무위도식하다시피 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 주민자치위원회를 향유했던 것이다. 필자는 박원순 시장에게는 직접 이런 문제를 소상하게 지적하고 대책이 필요하다고 대안도 설명했었다. 지방자치단체와 주민자치회 간에는 자발적인 중간지원조직이 이미 있었다.

이미 주민자치회장단이 중심이 돼 구성된 주민자치협의회가 있다. 주민자치협의회는 먼저, 주민자치회 간의 협의기능을 가지며, 다음으로 자치단체와 협력하는 기능이 있다. 그런데 그동안 주민자치협의회가 주민자치회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지원기능을 한 적이 있는가? 답하기 이전에 자치단체는 시·군·구 주민자치협의회가 주민자치에 대해 필요한 지식을 학습하고, 주민자치회 활동에 필요한 지식을 제공할 수 있는 준비를 하도록 했는가를 묻고 싶다. 없었다. 없는 정도가 아니라 주민자치협의회에서 연구라도 하고 자문이라도 위촉할라치면 지방자치단체의 관료들은 기를 쓰고 반대했다.

박원순 시장이 주민자치를 위해서 가장 먼저 했어야 할 일은 주민자치회가 자치할 수 있도록 분권하는 것이었고, 다음은 관료들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는 행정지배의 족쇄를 풀어야 했고, 마지막으로 주민들의 자치력 형성을 위해 주민자치회에 충분한 지원을 해야 했다.

셋째, 주민자치회와 지역 주민 간 관계에서 중간지원조직의 지원은 전혀 필요가 없다(주민자치사업). 주민자치회는 지역 주민에게 홍보해야 하는 회가 아니며, 지역 주민들에게 마케팅해야 할 상품이 아니다. 당연히 지역의 주민들로 구성되는 주민자치회기 때문이다. 필요하다면 주민자치회 제도 정도를 안내하면 된다. 서울형 주민자치회에서 주안점을 두고 있는 마을총회를 예로 들어보면, 주민자치회가 지역의 주민들로 구성된다면 당연히 주민총회가 최고의결기구가 돼 규칙도 사업도 재정도 결정하고 승인한다. 그러나 주민자치회가 주민들로 구성되지 않는 주민총회는 주민들의 총회가 아니라, 주민자치회가 해야하는 사업으로서의 총회가 되고 만다. 주민총회를 사업으로 해야 하는 구차한 주민자치를 이제는 벗어나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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