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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②] "지방정부화 추진이 법률 도입 취지에 더 부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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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②] "지방정부화 추진이 법률 도입 취지에 더 부합"
  • 김성호 자치법연구원 부원장
  • 승인 2020.06.16 0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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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안)에 주민의 자치사업·의무 및 참여 확대 사항 미반영
주민에게 발언권만 부여한 것은 민주적 운영과는 거리 멀어
김성호 자치법연구원 부원장.
김성호 자치법연구원 부원장.

법률(안) 배경

‘주민자치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하 ‘법률(안)’)이 2020년 1월 2일 발의됐다. 이 법률(안)은 주민자치 활성화와 주민의 민주적 참여의식 고양을 위해 주민자치회의 설립 및 운영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하는 법이다. 이 법률(안)은 20대 국회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그런데 법률(안)이 이번에 처음 제안된 것은 아니고, 2000년 11월 국회 행정자치위원회가 ‘주민자치센터의 설치 운영에 관한 지방자치법개정안’을 제안했으나, 개정되지 못했다. 이후 2014년 11월 박근혜 대통령 시절 ‘지방분권 특별법’에 풀뿌리 자치 활성화와 민주적 참여의식 고양을 위해 읍·면·동에 해당 행정구역의 주민으로 구성되는 주민자치회 설치, 기능, 조직 구성에 관한 근거규정을 뒀다.  

2018년 지방선거 결과, 전국의 지방의회 의원과 지방정부 단체장 대부분이 여당 출신이 압도적 다수를 이루고 있어, 주민대표기능과 의회에 의한 집행기관 견제기능이 무력화돼 버린 실정이다. 주민 참여 제도가 마련돼 있지만, 주민이 실질적으로 지방행정을 견제하고 수요자 중심의 행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 때, 주민 스스로가 자기 책임 하에 마을 가꾸기를 스스로 추진할 수 있는 여건과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법률(안) 발의는 의미가 있다. 

본고에서는 주민자치를 해야 할 이유와 발의된 법률(안)을 검토하고, 최종적으로 총평을 하고자 한다. 

왜 주민자치를 해야 하나?

첫째, 수요자 중심의 민주주의 실현

주민자치는 수요자 중심의 민주주의 실현에 필수적 요소다. 실질적 지방자치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선, 지방정부의 자기결정권 확대가 필요하다.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의 하청기관으로서 역할하거나, 그 권한과 책임이 극히 한정돼 있는 상태에서는 제도적으로 주민 참여 기회를 확대하더라도, 지방정부의 대표기관이 주민의 기대에 시의적절하게 대응해야 할 능력이 결여돼 있다면 실질적 지방자치에 불만이 쌓일 뿐이다. 주민은 지방정부의 단순한 행정 수혜자가 아니라, 마을자치의 주체로서 책임과 의무를 스스로 담당하는 것이 민주주의 실현에 필수적 요소다.

둘째, 진정한 지방자치 실현

진정한 지방자치의 목적은 주민이 평안하고 풍요로움을 실감할 수 있는 마을 가꾸기와 삶의 질 향상에 있다. 지난 30년 동안 지방자치가 정착되지 못한 것은 시·군·구와 시·도의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의 지방자치에 대한 진정성 부족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통렬한 반성도 필요하다. 특히 기초지방정부가 지역의 통치단체로서 기능하면서 시·군·구별 특성에 맞는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 주민자치 성과를 만들지 못했다는 점은 매우 아쉬운 점이다.  

셋째, 지방정부의 재정 운용 효율성 증진

국가재정의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집행을 위해서는 주민이 참여하는 지방재정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매년 국회에서 예산을 심의 할 때마다 지역 민원 사업을 반영하기 위해 지방정부의 단체장과 공무원들이 국회의원과 중앙부처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불꽃 튀는 예산 확보 경쟁을 하고 있다. 실질적 지방자치 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국가 중 지방정부의 경상비나 사업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국회와 중앙정부를 대상으로 로비하는 나라가 어디 있는가? 

구조화된 지방재정의 중앙재정 의존 문제 해결을 위해 노무현 정부 이후 정부마다 제·개정한 지방분권 관련 특별법에 자주 재원의 확보 의무를 중앙정부에게 부과했지만, 지방세 도입 외에는 어느 정부도 근본적인 재정 개혁을 진정성 있게 추진하지 않았다. 모든 정부가 지방분권 관련 특별법 위반을 일삼은 셈이다. 그 결과 지방정부는 국가 의존적 지방재정 제도를 고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순응해 왔다. 

시·군·구 단위에서 정해야 할 재정 사업까지 국회에서 정하는 예산 편성 관행 개선, 국세와 지방세 비율의 합리화를 통한 지방정부의 자주재정 확보, 주민의 납세 부담능력을 고려한 지방세 부과 징수 권한이 이양되면, 지방재정이 수요자 중심으로 배분될 것이다. 

법률(안) 검토 의견

주민자치회를 지역 주민으로 구성하는가

제2조(정의)

2. “주민”이란 마을에 주소를 가진 사람을 말한다.

4. “회원”이란 주민자치회의 권리와 의무를 가지는 사람으로 회원의 자격과 구분에 대해서는 규약으로 정한다.

검토 의견 제2조 제2호에서 주민은 마을에 주소를 가진 사람으로서 읍·면·동 안에서 지역적인 공동 활동을 함께하며 자치할 자를 말한다. 하지만 동법 제2조 제4호에서 주민자치회 ‘회원’은 일반적인 주민과 달리 주민자치회의 권리와 의무를 갖는 사람으로 특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회원의 자격을 갖추지 않은 주민의 경우, 주민자치회 구성원이 될 수 없다고 볼 수 있다. 입법취지에 따라 주민자치회 성격상 주민과 회원의 자격을 별도로 특정하기보다는 지역적 공동 활동을 자치적으로 수행하고자 하는 모든 주민이 회원 자격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주민자치회 회원으로 구성되는
최고의결기구인 총회가 있는가

제2조(정의)

1. “마을”이란 읍·면·동 안에서 주민이 지역적인 공동 활동을 함께하며 자치할 수 있는 적정 구역을 주민총회의 의결로 정한 구역을 말한다.

검토 의견 동 법률(안) 제2조 제1호에서는 읍·면·동 내 주민총회가 정하는 마을구역 단위로 주민자치회 회원으로 구성되는 주민총회를 두고 있다. 

첫째, 주민자치회 구성은 의무적이어서는 안 되며, 주민의 자발적 결단이 필수요건이 돼야 한다. 

둘째, 주민자치회 총회는 장기적으로 마을 주민이 공동 사업 등 자치할 수 있는 사업을 발굴하고, 스스로 비용 부담을 책임질 수 있는 경우에 구성돼야 한다. 

셋째, 주민총회 창립 여부를 시장·군수·구청장과 사전 협의하도록 제도화 한 것은 주민자치회를 제도화하는 취지에 부합되지 않는다. 마을 공동 사업을 자기 책임으로 자치하겠다는 주민총회는 주민자치권에 의해 설립되는 것이므로, 시·군·구별 마을 단위 주민자치회가 법인화 요건을 갖춘 이상, 사전 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다만, 법인화 설립을 지원 협력할 수는 있을 것이다. 

주민자치회 규약을 주민자치회
총회에서 제·개정할 수 있는가

제5조(주민자치회의 설립 등)

① 주민자치회를 설립하려면 …… 창립총회의 의결은 회원이 될 자격을 가진 사람 3분의 1 이상의 출석과 출석자의 과반수의 찬성으로 행한다.

제8조(주민자치회 임원)

① 주민자치회는 대표자 1명과 감사 2명을 두고, 선출 방식은 규약으로 정한다.

② 그 밖에 임원의 구성에 관해서는 규약으로 정한다.

검토 의견 동 법률(안)에서의 규약은 회원의 입법권이지, 주민의 자치입법권으로 볼 수 없다. 동 법률(안)에서의 규약은 주민자치회 총회에서 규약 제·개정 등 임원 선임, 주민자치회 사무와 사업에 관한 사항을 회원들이 의결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을 뿐이다. 

주민자치회가 마을·주민을
대표하고 대변할 수 있는가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마을”이란 읍·면·동 안에서 주민이 지역적인 공동활동을 함께하며 자치할 수 있는 적정 구역을 주민총회의 의결로 정한 구역을 말한다. 이 경우 시장·군수·구청장과 사전 협의를 거쳐야 한다.

2. “주민”이란 마을에 주소를 가진 사람을 말한다.

3. “주민자치회”란 마을을 단위로 설립되어 해당 마을의 지역과 주민을 대표하여 주민의 자치 활동 강화에 관한 사항을 수행하는 조직을 말한다.

4. “회원”이란 주민자치회의 권리와 의무를 가지는 사람으로 회원의 자격과 구분에 대해서는 규약으로 정한다.

검토 의견 동 법률(안)은 주민자치회가 주민이 아닌 회원 중심 기구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엄밀한 의미에서 주민자치기구가 아니다. 마을의 일부 회원의 기구일 뿐이다. 그러므로 주민자치회 총회 회원의 자격을 모든 주민이 아니라, 별도로 규약으로 정하도록 한 것은 재고돼야 한다. 동 법률(안)에서는 주민자치회 회원의 자격과 구분에 대해 규약으로 따로 정하도록 돼 있다. 주민자치회 총회의 ‘주민’이란 마을에 주소를 가진 사람이라면 족하다. 그 이유는 주민자치회의 활동이 마을 공동 사업을 위한 자치기구이기 때문이다. 

또 제11조 제5항 “주민은 누구나 주민총회에 출석해 발언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것은 회원이 아닌 주민에게는 발언권만을 주고 의결권을 주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주민자치회 대표·감사·임원을
주민들이 직접 선출할 수 있는가

제8조(주민자치회 임원)

① 주민자치회는 대표자 1명과 감사 2명을 두고, 선출 방식은 규약으로 정한다.

② 그밖에 임원의 구성에 관해서는 규약으로 정한다.

검토 의견 첫째, 주민자치회 임원 선거권, 피선거권에 관한 사항을 규약에 위임하고 있어 주민 직선 여부는 규약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달려 있다. 둘째, 주민과 회원을 구분하고 있고, 주민총회 의결권이 회원에게 부여돼 있다고 해석되므로, 회원만이 투표권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 

주민자치회의 조직·임무·사무를
총회에서 설치·변경할 수 있는가

제11조(주민총회)

④ 주민자치회의 사무 및 사업은 규약에서 대표자 또는 직원들에게 위임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주민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검토 의견 주민자치회의 기구와 임원 선정, 임무, 사업을 규약에 정하도록 한 것은 타당하다. 마을의 여건과 주민의 연령 구성, 자치 역량 편차가 매우 크기 때문에 지역 실정에 부합되도록 구체적인 결정권을 주민총회에 위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민자치회의 활동·사업을
주민들이 결정·참여·시행할 수 있는가

제2조(정의)

3. “주민자치회”란 마을을 단위로 설립되어 해당 마을의 지역과 주민을 대표하여 주민의 자치 활동 강화에 관한 사항을 수행하는 조직을 말한다.

검토 의견 동 법률(안)이 주민자치회의 활동·사업을 주민들이 결정·참여·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의문의 여지가 있다. 동 법률(안)에서는 주민을 회원과 구별해 사업과 활동에서 차별하고 있다. 그 이유는 마을에 주소를 둔 주민과 동 법 제2조 제4호에서 주민자치회 회원의 자격을 특정하면서 구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회원의 자격을 갖추지 않은 주민의 경우, 주민자치회의 활동과 사업에 대해 발언권만 부여할 뿐, 의결권을 부여하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주민자치회의 활동과 사업의 결정·참여·시행의 주체라 할 수 없다. 

주민자치회 회원의 회비를
결정·수취·집행할 수 있는가

제13조(재정) 주민자치회는 회비·기부금·보조금 등을 받을 수 있으며 설립 목적 범위에서 수익사업을 할 수 있다.

검토 의견 주민자치회가 주민자치회 회원의 회비를 결정·수취·집행할 수 있다.

주민자치회를 위한 기부금을
수취·집행할 수 있는가

제13조(재정) 주민자치회는 회비·기부금·보조금 등을 받을 수 있으며 설립 목적 범위에서 수익사업을 할 수 있다.

검토 의견 동 법 제13조에서 주민자치회가 회원들의 회비 외에 기부금과 보조금을 받도록 한 데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위와 같이 주민자치회가 회원들만으로 구성되는 단체라면 회원들이 결정·수취·집행할 수 있다. 하지만 회원 이외 주민의 기부금이나 상급 지방정부의 보조금을 받도록 하려면 주민총회 구성원이 회원이 아니라, 불특정다수의 주민도 발언권뿐만 아니라 의결권을 갖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대표자와 감사는 모든 주민이 직접 선출하는 것이 관심과 참여율을 높이고 대표성을 확보하는데 유리하다.    

주민자치회는 필요한 자산·재산을
취득·보유·처분할 수 있는가

제14조(재산 및 시설 보유)

① 주민자치회는 그 목적에 따른 사무 및 사업을 위하여 재산 및 시설을 보유하고 운영할 수 있다.

검토 의견 동 법 제14조 제1항에서 주민자치회가 목적 사업과 사업을 위해 필요한 재산과 시설을 보유하고 운영하게 하려면 법인화할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주민자치회가 법적 권리와 의무, 책임의 주체로 만들겠다는 정책 결단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법률로써 전국의 주민자치회의 법인 설립을 의무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주민자치회의 사무, 사업, 여건에 따라 필요 시 법인으로 할 수 있도록 유연하게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총평과 기타 의견

법률(안)에 대한 총평

지난 1월 2일 발의된 법률(안)은 주민자치의 활성화와 주민의 민주적 참여의식 고양을 위해 발의됐다. 그런데 법률(안) 내용은 주민자치회 설치와 사업, 회원을 위한 법이지 주민의 자치사업과 의무, 그리고 참여 확대를 위한 주요 사항이 반영돼 있지 않았다는 점에서 졸속 입법이 아닌가 우려된다. 더욱이 모든 주민자치회의 법적 성격을 법인으로 규정하면서도 주민에게는 발언권만 부여하고, 회원에게만 의결권을 부여한 것도 주민자치 활성화 내지 민주적 운영과 거리가 먼 법률(안)이다. 

따라서 모든 주민자치회를 법인으로 설치하도록 의무화 한 것은, 주민자치회가 자치적으로 할 수 있는 사업 수요도 다양하고, 지역마다 편차가 크고 역량도 다르다는 점에서 반드시 법인화 할 필요는 없으며, 선택할 수 있는 정도로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민자치회의 법인화를 제도화 할 바에는 프랑스의 코뮌, 독일의 게마인데, 일본의 정촌처럼 법적으로 시·군·구 단위에 기초지방정부 내지 준 지방정부를 제도화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법적 성격이 모호한 주민자치회, 주민과 회원의 권한과 책임을 달리하는 방식의 제도는 예상하지 못하는 부작용과 지방자치를 훼손하는 기제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법률(안)에 대한 기타 의견

1998년 발간된 국회 개헌특별위원회 자문위원회의 개헌안에서는 입법권의 귀속 주체를 국민 또는 주민으로 하고, 그 행사는 국민 또는 주민이 직접 행사하거나, 대표기관인 국회 또는 지방의회에 위임, 행사하도록 주민주권 원리를 반영했다. 

주민자치회 회원의 의결로 규약을 만들면, 회원에게만 적용될 뿐이다. 따라서 주민자치회가 주민의 결정에 대해 마을 주민 모두가 권리를 갖고 재정 책임과 참여 의무를 부담하게 되려면, 자치입법권을 부여해야 한다. 주민자치의 활성화와 마을 사업에 주민이 민주적·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이 법의 목적이라면, 주민자치회가 아니라 지방정부화를 추진하는 것이 제도 도입 취지에 부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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