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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자원’으로 주민자치회 재원 마련-시민배당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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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자원’으로 주민자치회 재원 마련-시민배당 제안
  • 여수령 기자
  • 승인 2022.02.17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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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방자치학회 동계학술대회 한국주민자치중앙회 기획세션 2세션

주민자치회의 독립적이고 원활한 운영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재원 마련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행법상 주민자치회는 회원들에게 회비를 징수할 수 없어,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이나 주민참여예산 같은 행정 지원금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2월 17일 충주 수안보상록호텔에서 열린 2022 한국지방자치학회 동계학술대회 한국주민자치중앙회 기획세션 2세션에서는 주민자치회의 재원확보 방안을 모색하는 시간으로 꾸려졌다. 특히 주민자치회가 마을의 공동자원을 활용해 수익을 내고 이를 공동체 운영과 시민배당에 사용하는 방안이 논의돼 관심을 모았다. 

전영평 대구대 도시행정학과 명예교수.
전영평 대구대학교 도시행정학과 명예교수.

정부 의존성 심화…재원 자체조달 바람직

먼저 전영평 대구대 도시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주민자치회의 재원조달 방식 검토와 성찰’ 발표를 통해 재원조달의 전제조건을 짚었다. 전 교수는 “주민자치의 궁극적 비전은 주민 스스로가 마을단위의 사회적 자본을 형성해 ‘상생 소통하는 명품마을’을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며 “따라서 주민자치회의 재원조달은 마을사회자본 육성이라는 목표를 추구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 기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민자치회의 합리적 운영을 위한 기본원칙으로 ▲자주성 ▲효능성 ▲책임성 ▲활동연계성 ▲합의성이라는 5가지를 제시하고 “이는 향후 주민자치회의 재원조달 방식과 집행 평가 논의를 위한 소중한 지표로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자주성의 원칙’을 강조하며 “주민자치회의 자주성 유지는 향후 자치회의 존재 이유를 가늠하는 매우 중요한 기준”이라며 “주민자치회가 행정기간 지원금에 의존할 경우 행정기관의 유착 및 부조리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재원조달과 재원관리에 있어 각별한 책임이 요청된다”고 지적했다. 

주민자치회 재원조달 방식은 ‘자체조달’과 ‘외부조달’로 구분하고 “주민자치회가 정부보조금이나 지원금 없이 자체재원으로 운영할 수는 없을까”, “주민자치회 재원이 정부지원으로 이뤄질 경우 자주성, 효능성, 책임성은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러면서 “자체조달은 구성원 회비, 마을 공유자원 소득, 주민모금, 주민공동사업소득으로 재원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가장 바람직한 형태다. 다만, 현재 주민자치회가 정부지원금 의존현상이 심화되고 있어 자체조달에 대한 주민들의 합의가 이뤄지기 어려울 수 있다. 또 지원금 사용 방식을 두고 주민갈등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이런 문제점에 현명하게 대처한다면 주민자치회는 자체조달 방식으로도 충분히 마을의 사회적 자본을 육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방적 ‘주민세 환원’은 자주성 훼손

외부조달 방식 중에서는 최근 일부 지자체가 시행하고 있는 주민세 환원의 문제점을 짚었다. 전 교수는 “상당수 지자체가 주민세를 주민자치회 재원으로 충당하겠다고 하는데 이는 지방정치인의 선심성 결정이거나 선언적인 결정으로 의심할 만하다”며 “주민자치회가 스스로의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지 결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자체가 먼저 선심 쓰듯 발표하는 것은 주민자치회의 자주적 협의과정을 배제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전 교수는 “주민자치회 재원조달은 주민자치회의 활성화를 위해 매우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지만, 필요충분조건이라고 할 수는 없다”며 “주민자치의 우선적 필요조건은 주민자치회의 자주성・효능성・책임성・활동연계성・합의성 충족 여부이며, 재원은 그 가치가 구현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요소”라고 밝혔다. 이어 “선진국의 모범사례를 벤치마킹하는 한편, 한국 주민자치회 모범사례를 만들고 이를 전파하는 일이 필요하다. 또 마을의 사회적 자본을 축적하는 방향으로 재원조달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주민자치회 재원조달 방식과 성공지표와의 연계성 검토, 자체평가지표 개발 등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재섭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센터 연구원.
이재섭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센터 연구원.

‘마을 공동자원을 활용한 시민배당’ 제안

다음으로 이재섭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센터 연구원은 ‘주민자치와 시민배당_조세론적 기본소득론의 한계와 공동자원론에 입각한 해결 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지난 1월 28일 열린 ‘주민자치와 기본소득 정책세미나’에서 ‘마을 공동자원을 활용한 시민배당’을 제안한 바 있는 이재섭 연구원은 이날 발표에서 “지역공동체의 입장에서 공동자원론에 입각한 시민배당에 대한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 연구원은 “기본소득론은 현실 사회의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고 실질적 자유를 증진할 수 있는 효율적 정책 대안”이라고 전제하고 “특히 공동자원론에 입각한 논의를 통해 ‘나와 공동체, 공동자원은 연결되어 있다’는 자각을 일깨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재 논의되고 있는 기본소득론은 조세를 기반으로 한 중앙정부 중심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이 연구원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대안으로 ‘공동자원’에 주목하고 ‘공동자원의 섬’이라 불리는 제주도의 사례를 제시했다. 

발표에 따르면 제주도 마을의 공동자원 수익모델 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풍력발전이다.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와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가 대표적이다. 봉개동・삼영동・조천리는 사우나, 신산리는 마을카페, 선흘1리는 생태관광, 선흘2리는 마을가게와 마을카페를 운영하며 수익 구조를 만들고 있다. 이 연구원은 “각 마을은 공동자원 수익금을 마을회 운영을 위해 사용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장학금을 지급하거나 노인배당을 실시하는 사례도 있다”고 소개하고 “다만 공동자원을 활용한 시민배당을 위해서는 마을 특성에 대한 이해, 공동자원의 유무와 함께 성원을 어떻게 규정할지에 대한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동자원 활용의 정당성과 관리의 문제점도 짚었다. 마을의 공동자원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과정에는 다양한 견해와 입장 차가 존재하고, 이익 분배를 두고 첨예한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또 마을 수익을 기대하면서도 공동 작업에는 참여하지 않는 주민들로 인해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이 연구원은 “공동자원은 관리와 보호에 부담을 지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이러한 책무를 감당하고자 하는 사람들만이 이용할 수 있는 자원”이라며 “결국 시민배당은 공동자우너에 대한 모두의 평등한 권리와 책무에 근거해 정당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마을을 넘어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시민배당 가능성도 점검했다. 이 연구원은 “공동자원을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시민배당은 시민들에게 조세저항 없이 실현 가능할 수 있다”며 “제주도의 사례를 고찰해본 결과 시민배당의 실현을 위해서는 지역에서 다양한 형태의 공동자원 관리에 참여하고, 그 혜택을 나누는 경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 “마을단위의 주민배당이 실현되려면 외부의 개입보다는 마을 내부에서의 자치적 의사결정을 통해 모든 과정이 운영되어야 함을 알 수 있다”며 “마을의 향약을 통해 공동체 구성원의 권리와 책무를 규정하고, 공동자원을 관리하고, 그로 인한 혜택을 나눌 수 있다면 더욱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또 “공동자원을 활용해 공동체가 활성화된다면 시민들은 그 안에서 또 다른 기회의 터전을 만들고, 새로워진 공동자원과의 관계 속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을 내놨다. 

주민자치회 재원조달 '자치' 의미 훼손 않아야

이어 장재옥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사회로 토론이 진행됐다. 채원호 가톨릭대 행정학과 교수는 “주민자치회 재원조달은 향후 참여소득제(사회적 가치를 창출한 사람에게 주는 소득)나 음의 소득세(안심소득세 등)와의 연계 가능성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며 “다만, 주민자치회는 행정조직도 아니고 시장조직도 아닌 만큼 운영의 투명성을 담보하는 문제가 중요하다. 세계 각국의 NGO 투명성 평가 제도나 정보공시제도를 참고해 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최철호 청주대 법학과 교수는 ‘공동자원을 활용한 시민배당’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마을 공동자원으로 인해 창출된 수익을 모두 해당 마을의 독점적인 수익으로 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최 교수는 “마을의 공동자원 수익은 일차적으로는 행정에 의한 관리 및 적용이 이뤄질 필요가 있고, 이런 바탕에서 주민자치회나 주민자치의 규약에 따른 관리와 적용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또 “도시에서 마을 공동자원 단위를 어떻게 구분할지, 도시지역에서의 공동자원은 어떤 것이 있을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며 “마을 공동자원의 수익을 시민배당과 연계하기 위해서는 다른 마을공동체와의 형평성도 고려해 보다 심층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세준 기본소득운동본부 상임대표는 “주민자치회 성공을 위해 시민배당은 필수”라고 평가했다. 김 대표는 “주민자치는 참여와 상생이 핵심이다. 그러나 오늘날 현실을 보면 도시에서도, 농촌에서도 ‘참여와 상생’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도시는 일자리 감소를, 농촌은 지방소멸이라는 문제를 겪고 있는데 이때 기본소득이 ‘사회적 일자리’로서 참여와 상생을 이끌어내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또 “기본소득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 사회를 지속하기 위한 경제 정책”이라며 “경기도의 재난지원금 효과를 분석한 결과 기본소득은 빠른 시일 안에 단계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이삼주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위원은 “주민자치회의 재원 확보는 성공적 운영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 요소”라며 “하지만 주민자치회 운영이 지자체 지원금에 의존할 경우 ‘자치’라는 본래 의미가 상실될 위험성이 있고 독립성과 자주성이 저해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계했다. 이어 “주민자치회 재원조달은 본래 기능이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하기에 지자체 지원은 직접지원보다 간접지원 중심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다만, 지자체의 기능분담과 연계된 주민자치회의 경우 현재의 민간경상보조 방식을 활용하되 지원 가능 범위를 가시화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1세션 좌장인 장재옥 교수는 “우리가 향약에서 주민자치의 연원을 찾는 이유는 그것이 마을의 자치규약이기 때문이다. 주민자치에서 자율성이 없으면 주민자치가 아니다. 때문에 주민자치회도 민주성과 책임성을 담보하는 회칙 혹은 정관을 둬야 한다. 최근 주민자치회법 입법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데, 주민이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진다는 원칙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말로 토론을 마무리했다. 사진=이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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