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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에서, 나부터 시작하는 주민자치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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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에서, 나부터 시작하는 주민자치운동
  • 여수령 기자
  • 승인 2022.04.11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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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주민자치를 이끌어가는 사람들③
이현열 인천광역시 주민자치여성회의 상임회장

최근 인천시 주민자치회는 운영 방식과 활동을 두고 일부 갈등을 빚어왔다. 하지만 마을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한다는 주민자치의 정신으로 얽힌 실타래를 풀어가려는 이들이 있어 인천시 주민자치의 미래는 밝다. 성관실 인천광역시 주민자치연합회장과 김득웅 인천광역시 주민자치원로회의 상임회장, 이현열 인천광역시 주민자치여성회의 상임회장을 만나 현장의 목소리와 주민자치 실질화 방안,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이현열 인천광역시 주민자치여성회의 상임회장.
이현열 인천광역시 주민자치여성회의 상임회장.

보기만 해도 힘이 나는 사람이 있다.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로 주변 사람들에게 힘을 주는 사람. 이현열 인천광역시 주민자치여성회의 상임회장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

이웃의 아픔을 그냥 보아 넘기지 못하는 이 회장은 최근 전쟁으로 고통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위해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 공식 후원계좌에 인천시 주민자치여성회의이름으로 성금 100만원을 기부하고 이를 주변에 공유했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돕고 싶어도 미처 방법을 모르는 이들에게 대사관 공식 후원계좌를 알림으로써 동참을 유도한 것.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현직 주민자치위원들이 인천 주민자치여성회의명의로 십시일반 후원에 나섰다. “금액이 적어 미안하다”, “아이들과 함께 후원했다”, “대사관 공식 계좌라 더욱 믿음이 간다등의 후기가 잇따랐다.

전쟁으로 가장 고통 받는 이들은 여성과 아이들입니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수백만 명의 우크라이나 국민이 국경을 넘어 탈출하고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고통 받고 있다는 뉴스를 보고 그냥 있을 수가 없었어요.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주민자치여성회의 활동을 거의 하지 못했는데, 이렇게라도 도움이 되고, 또 여성위원들이 사회에 보탬이 될 수 있어서 오히려 제가 더 감사합니다.”

대부도에서 태어나 이웃 주민과 마을을 살뜰히 돌보는 할머니를 보고 자란 그는 초등학생 때부터 보육원에 후원금을 보낼 정도로 봉사가 몸에 배었다. 결혼 후 세 아이를 키우며 이웃과 마을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져 새마을부녀회, 방범대, 적십사 등 지역단체에서 봉사했다. 뜻 있는 사람들과 함께 주안역 앞에서 어르신들을 위한 무료급식 봉사도 이어가고 있다.

주민자치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2015. 당시 주안역 근처에서 학원을 운영하던 이 회장은 도로변에 넘쳐나는 쓰레기와 노숙자들로 인해 각종 문제가 발생하자 직접 해결에 나섰다. 주안1동 주민자치위원장으로 선출된 후 지자체와 지역단체들과 머리를 맞대고 하나씩 해법을 찾아나갔다. 이후 학원 운영과 대학원 공부로 현직 주민자치위원으로 활동하지 못했지만, 2021년 인천광역시 주민자치여성회의 출범을 이끌어내며 초대 상임회장에 선출됐다.

우리나라에서 주민자치가 시작된 지 20년이 넘었습니다. 그동안 여성위원들은 남성위원들 못지않게 섬세함과 꼼꼼함으로 주민자치 발전에 기여해왔습니다. 여성의 사회참여가 더욱 확대됨에 따라 여성위원들의 역할도 중요해졌습니다. 인천시 주민자치여성회의는 인천시의 발전을 이끌고 주민자치 실질화에 기여하기 위해 힘을 보탤 것입니다.”

인천시 주민자치여성회의는 출범 직후 각 군구별 여성회의를 구성하고 역량 강화 교육과 협력 사업 등을 추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군구별 여성회의 출범이 늦춰지고 있는 상황.

여성회의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위원들 간의 단합과 협력이 필수적입니다. 때문에 각 군구별로 여성회의를 조직해 활발한 교류와 소통으로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인천시 주민자치연합회와 주민자치원로회의와 함께 힘을 모아 주민자치운동을 전개해 나갈 것입니다. 여성회의는 주민자치운동에 있어 여성의 역할을 강화하고 지도력을 향상하며 나아가 주민자치회의 재정권과 입법권을 확보하는 진정한 주민자치권 회복운동을 펼쳐나갈 것입니다.”

이현열 인천광역시 주민자치여성회의 상임회장의 취임식 모습. 월간 주민자치 자료사진.
이현열 인천광역시 주민자치여성회의 상임회장의 취임식 모습. 월간 주민자치 자료사진.

이 회장은 현재 시행되고 있는 주민자치회 시범운영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행정안전부의 주민자치회 시범운영 정책에 따라 인천시도 최근 2~3년 사이 강화군을 제외한 전 동에서 주민자치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과거 주민자치위원회에 비해 일부 개선된 측면이 있긴 하지만, 문제점도 적지 않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위원을 추첨으로 선정하는 방식이나 자체적인 사업 예산 없이 주민참여예산을 사용하는 문제, 회의비 지급 방식 등 진정한 주민자치 실현을 위해 개선되어야 할 점이 매우 많습니다. 그런데 기초자치단체장들은 물론 기초의회 의원들이 주민자치에 대한 이해가 낮아 충분한 분권과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서는 지방자치와 주민자치가 함께 발전해 나가야 합니다.”

인천시가 서울형 주민자치회모델을 비판 없이 수용한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이 회장은 주민자치회 위원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6시간 사전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이것이 오히려 주민들에게 거부감을 일으켜 주민자치회에서 멀어지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사전교육 대신 위원이 된 후에 역량강화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또 중간지원조직을 두고 시민운동활동가들이 주민자치위원 위에 군림하는 행태도 보인다. 주민자치회는 행정기관이 돌보지 못하는 이웃과 마을을 보살피는 일을 해야 함에도, 현재는 중간지원조직이 계획하고 만든 일을 하기에 급급하다. 일괄적으로 제도를 이식할 것이 아니라 마을의 특성에 따라, 주민들이 자유롭게 주민자치회를 구성하고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하게 성토했다.

주민자치회와 지역단체들과의 관계도 재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마을마다 자생단체가 10여개 가량 존재한다. 주민자치회가 지역 단체들을 아우르는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자생단체장들을 주민자치위원으로 위촉해야 한다. 단체들마다 특성이 다르므로 서로 보완하고 협력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면 가장 먼저 여성위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이현열 회장. 이 회장은 대한민국은 평등한 나라다. 평등은 말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지키려는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스스로 이웃과 지역을 돌볼 수 있는 사람이라는 자존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활동해 달라는 당부로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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