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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민주주의 성숙시키는 주민자치는 헌법 개정 통해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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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민주주의 성숙시키는 주민자치는 헌법 개정 통해 가능”
  • 김찬동 충남대학교 자치행정학과 교수
  • 승인 2019.02.01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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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동 충남대학교 자치행정학과 교수.
김찬동 충남대학교 자치행정학과 교수.

▶ 문제제기

최근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에 의해 주민주권에 입각한 주민자치를 제대로 실시해 보자고 하는 합의가 어느 정도 이뤄져가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주민자치에 대해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은 주민자치를 제도 설계하는 사람들과 그 주민자치를 경험해야 하는 사람들 간에 인식이나 관점 차이에서 발생하는 혼돈과 혼란이 주민자치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이점에서 주민자치에 대한 혼돈의 원인을 명확히 밝혀내기 위해 주민자치가 놓여있는 위상에 대한 인식과 자치란 것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관점의 차이를 통해서 우리가 논의하는 주민자치가 어디에 속해 있는 것인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주민자치라는 단어가 갖는 의미의 혼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관련 개념들과의 관계 속에서 주민자치 위상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주민자치는 먼저 정부 영역인가 시민사회 영역인가의 구분이 필요하다. 또 주민자치는 사적 영역인가 공적 영역인가의 구분도 필요하다. 서비스 제공 영역은 크게 3가지로 나누고, 정부 영역, 시민사회 영역, 시장 영역으로 구분한다.

1999년 주민자치위원회를 설계할 때는 시민사회 영역의 사적영역(I)으로 봤던 것이다. 그래서 주민들이 자율적·자치적으로 운영하는 임의조직으로 본 것이다. 그렇다면, 행정이 전혀 간여할 필요도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당시에는 읍·면·동 조직의 빈 공간에 임의조직으로서 주민자치센터를 설치하고, 그 운영을 위한 주민자치위원회를 설치했던 것이다.

한편, 2010년 주민자치회 논의는 주민자치 법적 위상을 부여해 법적 사무를 위임받을 수 있는 정부영역의 사적영역(Ⅲ)으로 간주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주민자치회 구역 내의 공동체 형성, 읍·면·동 행정기능 중에서 주민생활과 밀접한 사무의 협의, 지방자치단체가 위탁하는 사무 처리, 지역 발전과 주민복리 증진에 관한 사항을 수행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그 위상을 보장해 준 것이다. 한편, 프랑스나 미국의 지방자치 정부는 시민사회 영역으로서 공적 활동(Ⅱ)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시민들이 자치권을 갖고 지방정부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부 영역으로서 공적활동(Ⅳ)을 하는 주민자치란 그 개념이 성립하지 않을 수 있고, 한국의 통·반장과 같이 행정의 말단 조직으로 포섭된 주민들을 의미하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우리가 논의하려는 주민자치의 소속을 먼저 명확히 밝히고 논의를 진전시켜 나가야 혼돈이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동일한 개념으로서 주민자치를 사용하고 있지만, 개념이 혼돈되거나 혼란이 일어나면, 논의가 더 이상 진전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또다른 논점에서 주민자치를 구분해 봐야 한다. 주민자치는 자치체인가 공동체인가의 구분을 필요로 한다. 또한 단계 더 나아가서 주민자치를 자치정부(근린)로까지 봐야 할 것인가는 선진국과의 비교를 통해 제기되는 논점이다.

여기에다가 지방자치와 주민자치의 구분을 어떻게 할 것인가의 논점도 있다. 한국의 지방자치가 국권설에 입각한 단체자치라는 측면이 강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 단체자치와 구분되는 주민자치로서 주민들이 고유권설에 입각해 자치한다는 의미에서의 주민자치로 그 개념을 잡을 때, 주민자치는 주민주권에 입각한 자치 정부의 의미를 갖게 된다.

한국의 지방자치는 단체자치로서 자치정부(d’)라고 해야할 것이다. 그리고 최근에 행정지원에 의해 마을 공동체 사업으로서 2~3인이 모여서 모임 활동을 하는 것이나, 행정 지원 사업으로서 사회적 기업이나 사회적 협동조합 등의 자치체는 a’나 b’로 봐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a나 b로 볼 수 있을 것인가는 논란이 될 수 있다. 한편, 아파트단지의입주자대표회의는 주민자치로서의 자치체(b)에 해당하는 전형적인 것으로, 골목시장 등의 상인회는 조합의 성격을 띠고 있는 경우는 b로, 인정상인회와 같이 행정기관이 인정해서 상인회로서 구성된 경우에는 b’로서 간주할 수 있다. 또 해외의 사례이긴 하지만, 일본의 정내회의 경우는 b로, 커뮤니티센터의 경우에는 관설민영 조직으로서 c로 볼 수 있다. 미국의 지방정부나 프랑스의 코뮌 등은 주민자치로서의 자치정부 d로 볼 수 있다.

문제는 한국의 마을공동체지원 센터와 같은 중간지원조직은 c인가가 논란이 될 수 있다. 단체자치의 영역에서 설치된 중간지원조직에 불과한 것을 마치 주민자치의 중간지원조직으로 혼돈돼 구분하지 못해 제도를 설계한다면, 동일한 대상을 놓고 시각과 입장이 다른 논자들이 볼 때는 그것이 주민자치냐고 하는 비판을 받게될 것이다.

주민자치정책과정책패러다임

주민자치

주민자치란 무엇인가? 그리고 주민자치는 주민 참여와 어떻게 구분되는 것인가? 이 문제를 먼저 논의하고자 하는 것은 ‘자치분권종합계획’에서 주민자치와 주민참여를 통해 주민주권을 구현한다고 하는데, 양자의 구분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자에 대한 구분 없이 개념의 혼돈은 주민자치 정책에 대한 혼란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주민자치는 주민들의 자치로 먼저 이해되고, 자치의 개념은 자기입법과 자기통제를 중심 개념으로 하고 있다. 즉 주민자치는 주민들이 자기입법과 자기통제를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통상적으로 자기입법은 조례나 법률을 만드는데, 입법부에 해당하는 지방의회가 만든다는 것이고, 지방의회는 주민들의 대표로서 선출된다. 자기통제는 법의 집행을 위해 관료제를 통한 권위 있는 공적 통제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치는 입법부로서의 지방의회와 집행부로서의 단체장과 집행관료제가 구비돼야한다

반면, 주민 참여는 행정국가화된 현대 국가에서 주로 집행과정에 대한 주민들의 참여를 의미하고, 특히 도시 지역에서 도시계획을 수립할 때, 도시계획의 전문가만이 아닌 주민들이 어느 정도 참여하는가를 논의하면서 주민참여 이론을 발전시켰다. 대표적인 것이 Arnstein의 주민 참여 8단계설이다. 즉 주민 참여는 태생적으로 집행부에 대한 비전문가로서의 주민들을 형식적으로 참여시키는가, 실질적으로 참여시키는가를 중심으로 논의가 발전된 것이다.

이 점에서 자치분권 종합계획에서 주민참여권 보장이란 과제(1-1)를 보면, ‘지방자치단체의 정책 과정에 주민 참여를 확대해 지방자치의 민주성과 대주민 책임성을 강화하고, 또 주민참여확대로 주민중심의 지방자치구현’을 하겠다고 한다. 즉 주민참여는지방자치단체의 정책과정에 참여하는 것이고,이것은 정부영역의 공적활동(Ⅲ)에 주민들이 사적활동으로서 참여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시민사회영역의 공적 활동(Ⅱ)이 아닌 것이다. 이 점에서 주민 참여와 주민자치는 명확히 구분된다. 주민자치는 시민사회 영역의 공적 활동(Ⅱ)을 가장 이상적이고 실질적인 주민자치로보는것이다.

시민사회영역의사적활동(I)은 주로 공동체 자치로서 표현되고,다양한 마을 만들기 사업이나 지역 공동체 사업들은 주로 시민사회 영역에 자치의 씨앗을 뿌리기 위해 실시되고 있다. 즉 시민사회 영역의 사적 활동을 통해 사회적 자본이 형성되도록 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정부 영역의 사적 활동(Ⅲ)으로서 마을만들기나 지역공동체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점에서 서울시의 마을공동체 사업은 정부 영역의 사적 활동(Ⅲ)에 해당하는 것이고, 지향점으로서 시민사회 영역의 사적 활동(I)을 염두에 두고 씨앗을 뿌리는 것이지만, 여전히 정부 영역의 활동임은 분명하다.

주민자치정책

주민자치 정책은 주민자치를 위한 정책으로 볼 수 있고, 이것은 행정관료제가 산출하는 정책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이런 정책이 산출되기 위해서는 정책체제를 통과해야 하고, 어떤 투입이 있었기에 특정한 주민자치 정책이라고 하는 산출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형식적’주민자치 정책이 산출됐다는 것은 정책의 전환과정에서 문제가 있었거나, 투입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실질적인 주민자치 정책이 산출되지 않았다는 것은 실패했다는 것이고, 이 정책의 전환과정에서 담당자나 규범, 구조가 실질적 주민자치 정책을 산출하는데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표3 참조).

여기서 주민자치 정책 담당자는 행정안전부고, 구조는 계층제적 구조를 갖고 있으며, 분위기와 규범은 중앙집권적 관료제 문화다. 만일 주민자치 정책이 실패했다거나, 형식적 주민자치라는 성과물을 만들어냈다고 하면, 정책 전환 시스템에서 일차적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다음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투입으로서 환경의 요구와 지지다. 즉 환경에서 주민자치의 실질화를 그다지 요구하지 않았거나, 주민자치 실질화를 지지하지 않았기에 산출로서의 주민자치 정책이 실패하거나 형식화 되는 것이다.

실제로 특별법을 통해 주민자치 입법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음에도 8년이 지나도록 주민자치의 개별 입법이 이뤄지지 않다는 것은 주민자치에 대한 요구가 약했거나 이 법률을 통과시키는 국회가 지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는 주민자치 입법을 위해 수차례에 걸쳐 국회 토론회도 하고, 주민자치위원들이 입법청원을 했음에도 주민자치 개별입법이 아직 이뤄지고 있지 않는 것은 환경에서의 지지가 약하다는 것을 의미하거나, 요구가 약했기 때문이다.

한편, “주민자치 정책을 중앙정부에서 굳이 입안해야 하는가”라고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주민자치정책은 지방정부에서 입안하도록 하고, 중앙정부는 그런 정책이 가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도에 그쳐야 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만일 그렇다면, 지방정부는 주민자치 정책을 어떻게 입안해야 하는가? 이것은 다시 위의 정치체제에서 지방정부의 담당자, 분위기와 규범, 구조가 어떤가에 따라 산출이 달라진다. 만일 지방 정부의 담당자나 분위기와 규범, 그리고 구조가 중앙정부의 그것과 별 차이가 없다면, 여전히 산출로서의 주민자치 정책은 형식적이고, 실패할 수 밖에 없다.

다시 말해, 주민자치 정책이 실질화 되기 위해서는 지방정부 환경에서의 요구와 지지가 강력하거나, 지방정부의 정책 전환 시스템이 실질적인 주민자치 정책을 산출할 수 있어야 하고, 이것은 중앙정부의 정책 산출 시스템과는 다른 패러다임을 갖고 있어야 한다. 즉 중앙정부의 정책산출시스템이 중앙집권 패러다임의 것이라고 한다면, 지방정부의 정책 산출 시스템은 자치분권 패러다임을 갖고 있어야 한다.

정책패러다임

주민자치 정책은 어떤 패러다임을 갖고 제도 설계를 하는가에 따라서 내용이나 산출물이 달라지고, 그 정책결과나 정책영향(impact)도 달라진다. 특히 한국의 주민자치 정책이 주로 관료제의 중앙집권적인 정책구상과 정책가치를 갖고 설계됐기에, 그 정책산출이 주민자치다운 정책이 되기 어려웠다. 한국의 경우, 지향점이 국가 형성과 경제성장을 위해 국가 관료제가 효율성과 효과성 위주의 관리 패러다임을 갖고 있었다. 그런 관리 패러다임은 한국을 경제적으로 선진국의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그런데 이런 중앙집권적 관리 패러다임은 부작용으로서 제왕적 대통령제를 강화하고, 관료정치가 강화돼 권력적인 행정문화를 만들어 낸다. 한국의 경우, 결과적으로 수도권이 지나치게 집중됐고, 지역 간의 격차가 심각할 정도로 심화됐다.

1987년민주화는이런 비민주적인 국가권력의 병폐를 벗어나기 위해 대통령 직선제라는 대전환을 이뤄냈다. 그리고 민주주의 발전과 진전을 위해 지방자치를 실시해 1991년부터 지방의회를 선거로 구성하는 것으로부터 지방자치가 시작됐다. 지방정부 차원에서 자치분권 패러다임이 시작될 수 있는 토양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경험에서 보듯이 지난 28년간의 지방자치 재도입(부활) 경험은 지방자치란 것이 만만치 않음을 본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중앙정부에 더 의존적이게 됐고, 시·군·구 자치의 경우, 어떤 지방자치단체는 공무원 인건비도 지급하기 어려운 재정 상태에 놓인 경우도 있다. 심지어 광역지방자치단체의 경우도 재정 자립도가 점점 더 떨어지고 있다. 이것은 복지사무를 점점 확충하면서 지방재정을 매칭하면서 다시 말해, 복지 관련의 국가사무를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으로 매칭하게 법률로 규정하면서 재정자립도는 더 낮아지고 있다.

과연 자치란 어떻게 하는 것인가? 재정자립도도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치란 것을 할 수 있는 것인가? 상식적으로 이것은 불가능하다. 오히려 더 중앙정부에 의존될뿐이다. 그렇다고 하면, 자치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 곳에 자치권을 부여해 자치하게 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렇다면, 한국에 현재와 같은 국세-지방세의 구조를 갖고는 자치할 수 있는 곳이 없다. 다시 말해, 국세의 구조를 재편해, 국세의 일부를 지방세로 전환하거나 공동세로 하지 않고서는 재정자립도가 자치할 수 있는 곳이 생길 수가 없다. 이렇게 세제를 재편할 때, 대도시지역은 자치할 수 있는 곳이 생길 것이다. 또하나의 방식은 사무 구분을 세원을 가진 것에 비례해서 재편하는 것이다. 즉 국가가 국세를 80% 갖고 있어 사무도 대부분 국가사무로 하고, 지방자치단체에 매칭시키지 않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재정적으로 자치할 수 있는 사무만 자치하도록 하는 지방자치를 실시하고, 그 부분에 한해서 자기결정과 자기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어떤 지역은 공동체자치만 하는 곳도 생길 것이고, 어떤 지역은 자치체 자치를 하고, 또 어떤 지역은 근린정부를 구성해 자치를 하는 곳도 생길 것이다. 즉 이 경우 어떤 사무와 기능을 공동체로 하고, 자치체로 하며, 근린 정부로 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구분과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그리고 재정적으로 자치할 수 없는 경우에는 인근 자치정부나 상위 자치체에 자치권을 반납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요컨대 자치분권 패러다임은 자치할 수 있는 곳에 자치권을 부여해 자기결정과 자기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에는 여전히 중앙집권 패러다임에서 지방자치와 주민자치를 설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민자치법 전부개정에 나타난 주민자치정책분석

자치분권종합계획

자치분권 종합계획은 국무회의를 통과한 것으로 국정의 기본적인 틀을 제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6대 전략을 제시하고, 여기서 주민주권 구현이라는 전략이 가장 먼저 제시되고 있다. 이것은 주민주권을 자치분권 종합계획의 가장 중요한 전략이 됐다는 의미가 있고, 이것은 중앙권한의 획기적인 지방 이양이나 재정분권의 강력한 추진, 중앙-지방 및 자치단체 간의 협력 강화 등의 전략보다 더 중시 여기게 됐다는 의미도 있다. 즉 원래의 자치분권 종합계획에서 그 순서가 이들 전략보다 뒤에 놓여있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자치분권위원회에서 가장 실현가능성이 있는 전략을 우선적으로 제시하자는 의견이 있어서 순위가 앞서게 됐다는 설도 있고, 재정분권이나 중앙권한 이양이란 것이 현실적으로 용이하지 않고, 많은 저항을 불러일으키기에 뒤로 돌렸다는 설도 있다. 이런 가설을 갖고 보니, 과연 지방자치단체 체제 개편과 지방선거제도 개선이 가장 뒤에 놓여있는데, 현실적으로 이 논의는 상당히 색이바랬기 때문이다. 아무튼 결과론적으로 주민주권에 입각한 자치분권이란 전략에 주목하게 된다. 여기서 주민자치와 관련된 부분을 보면, ‘주민자치회 대표성 제고 및 활성화’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주민자치회의 대표성을 제고하는 것은 ‘주민참여 중심으로 행정혁신을 해 풀뿌리 민주주의 가치를 구현’하려 한다. 여기서 행정혁신을 위해 주민자치회를 도구로서 활용하려고 하는 인식이 들어 있지 않은가 한다. 왜냐하면, ‘주민과 지역 사회의 관점에서 공공서비스를 설계하고, 주민이 주도해 지역 문제를 해결하도록 서비스 전달체계의 혁신이 필요(월간<주민자치>2019년 1월호,pp60~62.참고)’하다는 인식을 행안부는 갖고 있기 때문이다. 즉 어디까지나 행정서비스 전달체계에 주민이 참여해 관리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높이려는 의도가 들어있다.

이것은 정부 영역에 사적 활동(Ⅲ)의 공간에서 주민자치 필요성을 인식한다는 것이고, 단체자치의 관점에서 자치체로서 주민자치를 인식(b’)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민자치회 대표성 제고 및 활성화라는정책 목표를 위한 정책수단으로 첫째, 주민자치회 설치를 확대한다. 현재 주민자치위원회, 주민자치협의회 등으로 다양하게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데, 주민자치회로 명칭을 일원화한다. 그리고 읍·면·동장의 주민추천제 도입 등을 통해 대표성을 제고한다.

둘째, 주민 참여 중심으로 행정을 혁신한다. 여기서도 행정혁신에 주된 관심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행정혁신을 위해 주민 참여를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그래서 주민자치회와 지역 내 공공 및 민간기관 등과의 협력체계를 구축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즉 어디까지나 정부 영역에서(Ⅲ, Ⅳ)에서 단체자치적관점(a’, b’, c’)에서 주민자치를 설계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고용이나 복지, 문화 등 행정서비스 추진과정에 주민자치회의 참여, 소통, 협력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또 각 부처들의 마을지원사업간의 연계강화라든지, 주민 요구나 지역 특성 등을 고려한 다양한 마을을 조성한다. 즉 어디까지나 정부 영역의 공적 활동(Ⅳ)이거나 사적활동의 활용(Ⅲ)이다. 또 주민자치회를 마을 단위 지역 사업에 대한 모니터링에 참여하도록 한다거나, 사업의 추진 단계별로 주민자치회 등이 참여하는 표준절차를 마련한다고 한다. 그리고 주민 참여의 확대를 위해 주민전자투표 등 모바일 주민 참여 시스템을 도입한다. 주로 주민공모사업이나 이·통장 선출, 마을 현안에 대한 전자투표 등에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요컨대 주민주권 구현에 가장 중요한 도구로서 주민자치회를 선택한 것이고, 주민자치회를 확대하고 활용해 주민 참여를 제고해 행정혁신을 한다는 것이다. 즉 자치분권 종합계획 설계자의 중심된 관심과 목적은 행정혁신에 있는 것이고, 이를 위해 주민자치회를 도구로서 활용하는 것이지만, 정작 주민자치가 무엇이고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침묵하고있다.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이 2018년 11월에 입법예고 됐다. 30년 만에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인 셈이다. 제6회 지방자치의 날 기념식에서 김부겸 행안부 장관이 발표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의 내용은크게 4가지 영역으로 나눠진다. 획기적인 주민주권 구현과 실질적 자치권 확대, 자치단체 투명성 책임성 제고, 그리고 중앙-지방협력관계정립이다. 먼저, 중앙-지방협력관계 정립에서는 자치발전협력회의를 설치하고 운영한다. 의장은 대통령이 되고, 공동부의장은 국무총리와 시도지사협의회장이 된다. 이것은 대통령과 시·도지사 간의 간담회와 같은 현행 제도가 법적 근거가 미규정돼 있던 것에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또 단체장의 인수위 구성을 광역은 20명, 기초는 15명 이내에서 자율적으로 구성하도록 했고, 임기시작 후 30일 범위 내에서 가능하도록 했다. 이것은 단체장 인수위원회 근거나운영규정이 미규정된 것에 대한 개선이다. 아울러 대도시 특례로서 100만 이상의 도시에 대해 특례시로서 명명하고, 위임근거를 마련했다. 그 외에도 실질적 자치권 확대와 관련해 시·도의회 사무처 직원의 임용권을 시·도지사에서 시·도의회 의장으로 변경해 지방의회 위상을 제고했다.

다음으로 본고의 논의와 관련이 있는 주민자치와 관련된 부분을 보면, 주민자치 원리를 명시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주민자치회에 관한 규정을 지방자치법 제13조의3에 두고 있다. 읍·면·동 주민자치회를 설치하고, 위원을 위촉하며, 주민자치회의 사무를 규정했고, 주민자치협의체를 구성할수있도록하고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외의 주민자치회 관련의 사항은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도록하고 있다. 여기서 주민자치 정책산출물에 대한 그림이 그려진 것을 보면, 정책 목적은 풀뿌리 자치의 활성화다. 그리고 이를 위한 수단으로 자율적인 규약으로 주민으로 구성된 주민자치회를 조직하는 것이다. 주민자치회의 구성은 지역 내 주민대표성을 반영할 수 있어야 하고, 지방자치단체장이 주민자치회가 선정한 위원을 위촉한다. 그리고 주민자치회 사무는 주민 화합과 발전, 공동체 형성을 위한 사항, 읍·면·동 행정기능 중 주민생활과 밀접한 사무의 협의에 관한 사항, 지방자치단체가 위탁하는 사무의 처리에 관한사항, 지역 발전과 주민의 복리 증진에 관한 사항 등이다. 여기서 주민자치회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생태계에 다양한 조직들이 등장한다. 즉 읍·면·동이라고 하는 행정기관도 등장하고, 지방자치단체도 등장하면, 공동체도 등장해 주민자치회를 둘러싸고 관계망을 형성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주민자치 정책을 입안한 행정안전부에서 주민자치를 시민사회 영역에 남겨두고 있는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즉 정책수단으로서 주민자치회를 구성했기에 정부 영역으로 봐야 하고, 읍·면·동 행정기능 중 주민생활사무와 지방자치단체 위탁사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봐야 정부 영역의 사적 활동(Ⅲ)으로 볼 수 있다. 즉 주민자치회를 정부 영역의 사업 수행 도구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단체자치의 전통을 가진 한국의 지방자치단체를 염두에 둘 때, 단체 자치의의자치체(b’)로 보고 있다. 주민자치 관점의 자치체(b)로 보는 입장의 설계라고 보기는 어렵다. 단체자치의 자치체로 보는 관점의 주민자치회는‘표7’에서 정부 영역에 표기했고, 주민자치 관점에서 보는 것은 시민사회 영역에서 주민자치회(공동체 형성사무)로서 구분했다.

주민주권에 입각한 주민자치

그렇다면, 왜 이렇게 정부 영역의 주민자치회와 시민사회 영역의 주민자치회를 구분하고 있는가? 본고에서의 중심 주제이기도한 주민주권에 입각한 주민자치란 과연 어떤 것인가를 구분해 설명하기 위함이다. 주민주권에 입각한 주민자치는 시민사회 영역에서 주권자로서의 주민을 의미하는 것이고, 이 주민은 국가를 사회계약설에 의해 형성했던 국민이다. 이 점에서 주민주권을 가진 주민은 국가를 형성하는 주권자고, 자신의 근린생활 영역에서 다양한 공동체와 자치체, 그리고 근린정부를 형성할 수 있는 주권자로서 살아 있는 것이다. 주민주권에 입각한 주민자치는 주민총회를 통해 집행위원들을 선출할 수도 있고, 자치체의 대표를 선거로 선출할 수도 있다. 자치권을 확보했다고 하면, 자치정부를 구성할수 도 있기에 근린의회의 의원을 선출할 수 있고, 이들 의원 중에 시장을 선출할 수도 있어서 입법과 집행을 통합한 통합형 기관구성을 한 자치정부를 운영할 수도 있다. 현재의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에 는 정부 영역의 공적 활동, 혹은 사적 활동으로서의 주민자치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관심이 있는 것이고, 행정혁신의 한 도구로서 주민자치를 보고 있다. 즉 어떻게 행정의 입장에서 자치를 융합해 활용할 것인가에 제도 설계의 논리와 관점이 있다. 그러나 주민자치를 제대로 자치답게 설계해주기 위해서는 행정과는 독립된 시민사회 영역의 자치로서 그 독립성을 인정해 주고, 행정과 자치가 상호 호혜적인 관계로서 발전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 만일, 행정과 자치의 관계를 대립적인 것으로 봐서 행정이 자치를 복속시켜야 한다는 사고방식을 가지거나, 자치를 행정을 위한 도구로 보고, 자치를 행정 우위로 융합하려는 사고방식을 갖고 자치를 본다면, 실질적인 주민자치는 설계되기 어렵다.

실질적인 주민자치가 되도록 제도 설계를 하기 위해서는 행정이 자치를 독립적이면서 대등한 영역으로 존중해야 한다. 그리고 행정과 자치는 상호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해 국가의 발전을 위해 각자의 역할과 책임을 자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 설계돼야 한다. 주민주권형 주민자치는 시민사회 영역에서 자치가 행정에 포획되거나, 융합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치할 수 있는 정책을 의미하고, 그런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주민주권에 입각한 주민자치가 가능할 수 있도록 헌법 개정에 입각한 주민자치형 지방자치가 가능하고, 이에 입각해 지방자치법의 주민자치회가 새롭게 제도 설계돼야한다.

그러나 현실은 매우 험난해서 헌법 개정을 금년 중에 기대하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여겨지고, 현실에 적용 가능한 개혁안이 필요하다. 자치분권 패러다임에 입각한 주민자치를 현실 속에서 어떻게 진전시키고 발전시켜 나갈 것인가? 자치는 그 역량이 가능한 곳에서부터 자치다운 자치를 경험하고 발전시켜나감으로써 실질적인 주민자치제도로까지 나아가야할 것이다. 수많은 타협과 협상이 있을 것이고, 그런 과정 속에서 실질적인 주민자치가 지향해야 할 푯대를 명확히 해야할 것이다.

자치분권패러다임에 입각한 주민자치정책의 제도 설계 제안

근린구역에민주주의도입

근린구역 단위에 민주주의를 도입한다는 것은 무슨 말인가? 민주주의를 주권재민과 민주공화정으로 정의할 때, 주권자로서 그들의 대표를 선거로 선출할 수 있어야 하거나, 직접 근린단위의 의사결정에 주권자로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참정권에 더불어서 근린구역 단위의 자치관리에 필요한 세원을 부담하는 것도 주권자인 주민이어야 한다. 그리고 이들이 근린구역 단위의 공동생활과 공공성 관리에 필요한 법을 스스로 만들 수 있어야 하고, 그 법에 다른 집행력을 스스로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자기입법과 자기통제라고 하는 자치의 본질적 개념이다.

먼저, 한국의 근린구역 단위를 읍·면·동으로 보면, 자치가 제대로 도입되지 않은 것임을 알 수 있다. 근린구역 단위의 주권자인 주민들이 읍·면·동 의회를 구성하는 의원을 선출하고 있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읍·면·동장을 주민들이 선출하고 있지도 않기 때문이다. 즉 읍·면·동 의회가 존재하지 않고, 읍·면·동의 단체장인 읍·면·동장은 시·군·구청장으로부터 임명되기 때문이다. 즉 시·군·구의 주민자치는 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읍·면·동의 주민자치는 하고 있지 않는 것이다. 읍·면·동의 주민들은 자치역량이 없고, 시·군·구의 주민들은 자치역량이 있는 것일까? 이것은 논리모순이다. 시·군·구의 주민들이 자치역량이 있다고 한다면, 읍·면·동의 주민들도 자치역량이 있다 보고, 시·군·구의 자치제도를 만들었다고 한다면, 읍·면·동에 대해서도 자치 제도를 만들어서 설계했어야할 것이다. 그럼에도읍·면·동에 대한 자치 제도를 설계해 주지 않은 것은 어떤 이유 때문일까? 혹시 읍·면·동 공무원 조직을 통해 지방공무원들이 승진할 수 있는 직위를 확보하려는 관료적 정치 때문은 아니었을까? 읍·면·동 주민들의 역량이 아직 자치를 하기에는 미숙하기에, 관료적 통제를 해야 한다는 논리나, 국가사무의 깔대기 조직으로서의 통제력을 확보하려는 국가 통제적 사고방식으로 읍·면·동 주민들을 미숙한 존재로 보고, 통제의 대상으로서 주민을 바라보는 시각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읍·면·동 관료조직을 폐지하지 못한 것은, 1997년 IMF시기에 지방공무원들의 자리 확보를 위한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고 한다. 만일, 그 때 읍·면·동 사무소를 폐지하고, 이 공무원들을 시·군·구로 전보했다면, 읍·면·동은 어떻게 됐을까? 읍·면·동의 행정 공백 공간에 주민들이 지역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한 자구적 노력이 생기지 않았을까? 읍·면·동의 지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자생적 리더십이 생기지 않았을까?

또 통·리장에 대한 제도도 폐지했다면, 통·리의 공간에도 통·리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는 주민들의 자치적 관리 노력을 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됐다면, 읍·면·동 이하의 주민자치 영역과 시·군·구 이상의 행정관리 영역의 구분이 생겼을 것이다. 물론 근린구역 공간을 읍·면·동이 아닌 통·리로 본다면, 행정관리 영역은 읍·면·동이겠지만, 자치관리 영역은 통·리가 됐을 것이다. 그러면 여기서 자치관리 영역이란 어떻게 하는 것이란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든다. 이에 대한 실제의 사례를 들자면, 아파트단지의 자치관리를 들 수 있다. 즉 아파트단지에는 아파트를 구입한 세대들이 모여 사는 공동생활의 공동체 공간이다. 이 공간에는 개인재산분에 해당하는 공간도 있지만, 공동생활을 위한 공동공간이 있고, 이 공동소유분의 공동관리를 아파트 건설업자에게 맡길 것이냐, 아니면 아파트 입주자들로 구성된 주민들이 대표자회를 구성할 것인가, 혹은 직접 입주자들이 총회를 구성해 관리자를 임명할 것인가라는 선택에 직면하게 된다. 그리고 공동소유분울 관리하기 위한 비용을 어떻게 나누고 충당할 것인가의 문제도 발생하게 되며, 그 관리의 전문성과 전업성을 갖고 책임을 질 수 있는 관리자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라는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동소유분을 관리하는 운영체를 구성하고, 이 운영체가 입주자들로부터 관리비를 징수하기 위해서는 ‘민주적 정당성’을 가진 대표조직을 구성하지 않을 수없다. 결과적으로 국토부는 공동주택관리법을 통해 입주자대표회라고 하는 대표조직을 설계하고, 관리사무소라고 하는 집행조직을 설계해 아파트단지라고 하는 근린공동체 공간을 자치관리 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던 것이다. 여기에 민주주의 원리가 설계돼 있는 것이다.

공동체구역에 주민자치활성화

그런데, 아파트단지라고 하는 근린구역공간에 도입된 민주주의는 ‘선출’ 민주주의로 형식적으로 확보돼 있지만, ‘참여’ 민주주의로서 상시적이고 주민 통제적 참여는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즉 아른 스타인의참여 8단계에 의하면, 자치관리에서의 실질적 참여는 선출된 권력을 주민이 통제할 수 있는 정도의 참여를 의미하는 ‘주민 통제단계’를 의미한다.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아파트단지에 총회를 통해 전 주민들이 대면적인 소통을 할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이 있어야 하고, 집행위원회가 선출돼 총회가 열리지 않는 시기에 총회의 위임을 받아서 근린 공동체구역을 자치관리를 할 수 있는 조직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상시적으로 집행위원회의 업무처리 과정은 정보 공개를 통해서 주민들에게 공개돼야 하고, 필요하면 월 1~2회 정도는 타운미팅을 열거나 근린의회를 개최해야 한다. 이것이 생활 속에서의 민주주의고, 풀뿌리에서의민주주의다.

그러나 현실의 아파트입대위는 공동주택관리법에 의해 월 1회 입대위가 구성돼 회의가 열리고 있지만, 입주민들은 공동소유분에 대한 자산관리로 인식할뿐, 이 공간이 풀뿌리 민주주의를 체험하고, 민주주의의 학습역량을 함양할 수 있는 현실적 공간이란 점을 간과하고 있다. 이를 위한 법제도적 설계가 민주주의 성숙과 교육이란 관점에서 이뤄져야 하지만, 민주주의는 법적 선거에서만 도입되면 되는 것이라는 인식이 한국의 민주주의를 지극히 정치적인 것으로만 인식하게 만든 것은아닐까 한다. 민주주의는 국가의 법제도나 지방자치의 단체장·지방의회 의원 선거에서만 필요한것이 아니다. 주민들이 근린생활 공간의 공동체 생활에서도 민주주의가 설계되고 학습되도록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

도시근린구역에자치관리권부여

한국의 주민자치가 민주주의를 실질화하고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기존의 읍·면·동 주민센터 혹은 통·리 제도를 폐지하거나, 이런 공간계층 구분과는 전혀 상이한 공간을 새롭게 만들어서 자치관리의 명분과 필요성을 명확히 한 후에 민주주의적 참여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그런 공간의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도시 지역에 한정해서 보면, 주소체계를 통·반 구조에서 도로명주소체계로 형성되는 블록(구역) 공간이다. 즉 도로와 도로의 교차로 인해 생기는 4면의 공간을 개인 소유의 주택들이 공존하는 공유재산으로 보고, 이에 대한 관리를 그 구역의 주민들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공유재산 혹은 공공재산에 대한 관리권을 이관(empowering)해 주는 것이다. 그 공유재산에 대한 관리를 자치적으로 할 수 있도록 재산세의 10%를 도로명주소의 근린구역에 대한 관리비로 책정하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입주자들의 총회나 대표회에서 책임지고 관리하도록 하는 것이다.

문제는 공유재산에 대한 관리권을 과연 주민자치 조직에게 이관해 줄 수 있는 법적 체계와 구조가 존재하는가다. 이것에 대해 법률을 제정해 도로명주소체계로 생기는 4각형의 블록구역에 대한 자치관리권을 이관해야 한다. 그리고 자치관리권을 가진 자치단체를 근린자치정부라고 할 수 있다. 요컨대 근린자치정부란 개념은 법률만의 제정으로 가능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즉 주민자치회에 대한 기본법을 제정하는 것도2010년에만들어진지방분권과 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에서 이미 조문으로 명시돼 있음에도 제대로 된 주민자치에 관한 법률이 만들어지지 못한 것이다. 이것은 자방자치에 대해 지방의회를 설치하는 것만을 지방자치라고 보는 헌법 117조와 118조의 규정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민주주의 지방자치란 것은 지방의회를 설치하는 것만이 본질이 아니라, 주민총회를 실시하는 것도 민주주의의 핵심적인 방식이며, 양자가 상호 존중하는 제도가 돼야지, 일방이 타방을 부정하거나, 자신의 존립과 위상을 위협하는 경쟁자로 인식한다면, 민주주의는 균형 있게 발전하기 어렵다. 이 점에서 민주주의의 성숙은 자치관리 구역의 규모(크기)와 밀접히 관련돼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형식적이게 되는 것은 지방자치의 단위규모가 지나치게 크기 때문이고, 자치의 본질적 특색인 총회형 민주주의를 자치 제도의 설계에서 놓쳐 버린 것에서 기인한다.

효율적 관리가 중요한 국정가치였기에 총회형 민주주의가 지향하는 대화와 토론, 숙의와 리더십의 형성에 무심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근린구역에서의 지역문제 해결을 통해 리더십을 길러내고, 지역 인재를 함양하는 시스템을 구비하지 않고, 시·군·구 단위에 지방자치를 도입하다 보니, 국가 통치의 경험을 가진 관료나 중앙정당이 공천한 정당인들이 지역 리더십을 충원해 나가게된 셈이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지방민주주의는 중앙정치의 흉내를 내거나, 중앙정치에 예속된 것에 불과하고, 지역 인재를 지역 문제 해결 과정을 통해서 길러내는 시스템을 갖지 못하게 된 것이다. 지역에서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서는 거점 대학이 인재를 교육하는 기능만이 아니라, 지역 리더십을 길러내는 현장으로 들어가야 한다. 대학이 지역에서 고립돼선 안 되고, 지역 조직과 소통하고 함께 지역 문제를 풀어나가는데 지혜와 지식을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대학 인재들을 지역으로 내보내고, 이들을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역할도 대학이 해야 할 중요한 기능이다. 다시 말해, 지역 대학이 지방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인큐베이트 역할을해야한다. 이점에서 지방의 대학은 지역의 주민자치에 지방 민주주의를 심는데 의무감을 갖고 참여해야 한다. 지방의 대학은 2018년도에 제기됐던 자치분권형헌법 개정안들이 다시 한번 불을 붙여 주민들이 관심을 갖도록 역할을 해야 한다. 대학은 역사적으로 자치 공간이고, 민주주의의 인큐베이트 기능을 하는 공간이다. 한국의 민주주의를 성숙시키는데 대학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고, 이점에서 대학이 주민자치가 주민자치답게 하는데 일정한 역할을 해야한다.

▶ 결론

새해에 주민자치가 주민자치답게 제도화되기 위해서는 헌법 개정에서 주민자치 공간에 민주주의의 실험장으로서의 제도 설계가 돼야 한다. 국회특위가 제안한 헌법개정안에는 지방 정부의 구성을 총회를 통해서, 혹은 대표를 선거로 선출한 지방의회를 통해서 가능함을 제시하고 있다. 민주주의를 성숙시키고, 민주주의의 학습을 체험하도록 하는 주민자치는 헌법 개정을 통해 가능할 것이므로, 새해에는 주민자치를 통한 지역민주주의를 구현하기 위해서라도 주민자치에 대한 기본권이나 주민총회형 민주주의 조항이 들어가 있는 국회특위 헌법 개정안을 통과하도록 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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