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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현재 주민자치 조례는 주민의 입법권 침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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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현재 주민자치 조례는 주민의 입법권 침해하고 있다”
  • 전상직 한국자치학회 회장
  • 승인 2019.02.0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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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직 한국자치학회 회장.
전상직 한국자치학회 회장.

 

한국의 주민자치제도

한국의 주민자치는 죄다 실패했다. 주민자치제도로는 1999년 주민자치위원회, 2013년 시범실시 주민자치회, 2015년 서울형 주민자치회, 2018년 시범실시 표준조례 등이 있었으나 ‘주민자치’라는 명칭과 달리 하나 같이 주민자치의 근본을 결여하고 있고, 주민자치제도로서 구조적인 모순이나 치명적인 결함을 갖고 있어서 주민자치의 반면교사는 될 수 있으나 의미 있는 경험을 축적하지는 못했다.

1999년 주민자치위원회 정책은 주민자치에서는 완벽하게 빗나가고, 현장에서는 실패조차도 할 수 없었던 정책이었다. 이유로는 첫번째 ‘주민’에 근거를 두지 아니한 위원회고, 두번째는 ‘자치’를 할 수 없는 위원회였기 때문이다. 주민을 뺀 주인의 자리는 읍·면·동장이 차지해 주민자치위원 위촉권을 행사하고, 자치를 빼고는 읍·면·동의 행정에 보조, 봉사, 행사에 참가자로 동원했다. 따라서 주민자치위원회라는 명칭을 사용하면서도 주민 영역과 자치 영역에는 진입조차도 못해, 20여 년을 시행했으나 주민자치에는 실패도 성공도 못했다. 주민자치위원회가 아니라 읍·면·동장위원회였기때문이다. 2013년의 시범실시 주민자치회는 지방분권법에 읍·면·동 행정구역의 주민으로 회를 구성하라고 분명하게 규정했다. 자치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규정하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회의 구성원은 주민으로 해야 한다는 원칙은 분명하게 법률로 정했다. 그러나 시범실시 조례안를 만들면서 행정안전부는 다시 후퇴시키고 말았다. 회원인 주민을 빼고, ‘회’라고 하고는 다시 ‘위원’으로 구성했다. 그리고는 ‘위원’을 읍·면·동장 영향력 하에 뒀다. 2015년서울형주민자치회는 시범실시 조례안으로 만든다고 했으나, 자치에 대해서는 읍·면·동장의 영향력 하에, 주민에 대해서는 시민단체의 영향력 하에 뒀다. 서울시의 주민자치회는 행정관료와 시민단체의 이중 지배 아래 놓이게 됐다. 2018년 시범실시 표준조례는 한술 더 떠서 위원을 추첨으로 뽑는다고 명확하게 못을 박아서 주민자치회에서 주민과 자치를 배제하고 있다. 한국의 주민자치를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정책 경로에 의존하지 말고 전혀 새로운 경로로 주민자치제도를 기획해야만 한다.

주민자치의 개념

연관된지역(마을·동네·근린)의 생활관계(친목, 민원, 사업)들을 지역의 주민(거주민, 사업주, 출향인)들이 자치(자발적, 자주적, 자율적)하는 과정(투입-계획·실행·평가-산출)과 체계(조직, 절차, 자원)를 주민자치(근린자치, 마을자치)라 한다.

주민자치 형식 중 자치단체를 주민들이 직접 통제해, 주민자치와 단체자치를 굳이 분리해서 생각할 필요가 없는 형식이 있다. 그러나 한국은 주민에 의해 선출되지 않고, 시·군·구장에 의해 장이 임명되는 읍·면·동이라는 행정계층이 있는 매우 특수한 상황으로서 단체자치와 주민자치를 분리해 운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주민자치회라는 형식으로 주민 자치의 실질화를 모색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 향후에는 자치단체를 주민들이 직접 통제해 단체자치와 주민자치를 굳이 구분할 필요가 없어져야 주민자치가 실질화될 수 있다.

주민자치 요소

주민자치를 주민자치회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자치회’로서 성립될 수 있도록 격(格)을 부여해야 한다. 주민자치회의 격은 지역과 주민에 대해서 배타적인 지위와 대표적인 지위를 부여하기 위한 것이다. 주민자치회는 첫째, 주민들이 자치할 수 있는 주민자치회의 구역이 주어져야 한다. 둘째, 주민들이 연대할 수 있는 관계가 형성되도록 한다. 셋째, 주민들이 생활관계를 생활서비스로 경영할 수 있어야 한다. 주민자치회법은 주민자치회가 자치회 구역에서 주민들이 생활관계를 경영할 수 있도록 분권을 하는 것이 필요조건이된다.

분권과 자치의 상관관계

주민자치에서는 분권이 매우 중요하지만, 분권보다도 주민의 자치를 억압·간섭·지배하지 않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주민자치회는 ‘정해진 기능’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것을 ‘정하는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포괄적으로 분권이 돼야 한다.

분권역량과 자치역량의 관계

‘분권력’은 학술-정책-현장의 경험·지식·인력이 동시에 집중되는 체계를 필요로 한다. 학자들로는 정책에 미치지 못하고, 관료로는 현장에 미치지 못하고, 운동으로는 성공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분권력의 형성은 현장 중심적인 안목에서 이뤄진다. ‘자치의 과정’은 투입 → 계획·실행·평가 → 산출 전체의 과정이며, 자치력은 전체 과정을 경영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과대분권’은 ‘주민자치 역량 <분권’으로 강제로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되고, 지배의 근거가 된다. 서울형 주민자치회나 표준조례에서 ‘주민총회’를 하라고 정한 것은 대표적으로 과잉분권이다. 주민들이 회원도 아니고, 총회에 자치의 권위를 부여하지도 않으면서 주민총회를 하라는 것은 분권이 아니라, 지배나 강요에 불과하다. 그것을 분권했다고 하는 것은 자치의 본질을 모르는 소치다. 적극적인 주민자치 과정으로 자발성과 자율성이 형성되고 자치력이 배태된다. ‘과소분권’은 ‘주민자치역량 >분권’으로 강제로 자치를 제한하는 것이 되고, 조작의 근거가 된다. 주민들의 뜻과 능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행정서비스로 제공하는 것은 제공자나 수혜자나 모두 불만족일 수 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지방자치에서 분권은 자치역량에 맞도록 분권하지만, 주민자치에서 분권은 주민들의 자치역량이 분권의 근거가 아니라, 주민들이 천부적인 주민권이 근거가 돼야 한다. 주민자치의 분권은 주민들이 자치를 할 수 있도록 분권하는 것이다. 첫째가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경영할 수 있도록 분권해야 하고, 둘째는 주민들이 자주적으로 연대할 수 있도록 분권하고, 셋째는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자치할 수 있도록 분권한다.

마을의 마을성과 주민의 자발성

마을의 ‘마을성’이 없으면 주민의자발성이 형성되지 않으며, 국가의 행정적·정치적·사회적 제도에 마을이 함몰돼 주민들의 관계는 파편화 된다. 마을성은 행정적인 목표에 의해서 설계돼서도 안 되고, 주민의 자발성에 의해서 형성될 수 있어야 한다. 마을은 사회적인 조직이므로 행정적인 조직이나 정치적인 조직과는 달리 매우 느슨하고 중첩적이면서 다층적이고 다원적인 특성이 살아있어야한다.

마을의 주민성과 주민의 자주성

마을에 사는 주민들 간에 연대가 없으면 개인의 자주성은 있을 수 있어도 마을 차원에서 주민자치의 자주성은 있을 수 없다. 주민들의 자주성은 민주적인 절차를 단순하게 필요로 하지만, 마을성에 근거가 없거나 자치성을 결여한 자주성은 집단차원에서 사회적이거나 국가적인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마을의 자치성과 주민의 자율성

‘자치성’은 자기입법을 할 수 있도록 분권하는 것이고, ‘자율성’은 자기입법을 하는 것이다. 입법이 타인에게 의존하면 정치가 되고, 사무가 타인에게 의존하면 행정이 된다. 자치는 행정과 정치에 서 제외된 영역을 활성화하는 것이므로, 정치와 행정과 중첩돼서는 안 된다. 사무도 예산도 절차도 마을의 고유한 영역으로 확보돼야 한다.

주민자치 성격

주민자치 영역은 국가중심주의로는 인식하지 못하고, 행정만능주의로는 미치지 못하는 영역인 ‘마을’에서 주민자치가 성립하며, ‘마을’이란 공공을 위해 주민자치 고유의 의미를 가진다.

주민자치회 성격은 ▲국가가 미치지 못하는 영역의‘NGO’비정부 조직 ▲시장이 기여하지 못하는 영역의 ‘NPO’비영리 조직 ▲가족을 넘어서는영역의‘NIO’비사적조직이다. 주민자치회는 마을의 영역에서 주민으로 구성되고, 주민의 자치로 생활관계를 경영하는 것이다. 따라서 ‘주민의 자치’이기도, ‘마을의 자치’이기도 하다. 이때 주민자치와 지역 자치는 구분해야 한다. 주민자치는 주민에게 방점이 있지만, 지역 자치는 지역에 방점이 있어서 전혀 다르다. 마을 만들기를 주민자치로 오인하고, 공동체를 주민자치로 오인하는 소치가 발생하는 것이다. 마을만들기는 사업을 현장에서 밀착해 실천하자는 것이지 주민자치는아니다. 마을과 주민의 순환과정은 마을의 내부적인 주민의 주체적인 과정으로 국가의 행정이나 시장의 활동이 개입하면 자치는 퇴색하고만다.

주민자치기능 첫째, 사회적자본(socialcapital)을 형성해야 한다. 주민들에게 원활하고 밀접한 인간관계가 형성돼 있고 서로 협력적일 때 주민자치회가 비로소 주민자치를 할 수 있다. 주민자치는 사회적 자본에 있을 때 이뤄지기도 하지만, 주민자치가 사회적 자본을 형성하기도 한다. 주민자치회는 사회적 자본을 형성할 수 있는 절차를 제공하고, 사회적 자본을 형성할 수 있는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둘째, 사회적 서비스(socialservice)를 공급해야 한다. 국가가 마을에 필요한 서비스를 모두 제공해 줄 수 없으며, 시장이 마을에 필요한 서비스를 모두 시행할 수 없으며, 개인이 마을에 필요한 서비스를 모두 감당할 수 없다. 마을 차원에서 필요한 사회서비스는 마을 차원의 접근과 주민 차원의 전략을 필요로 한다. 사회적 서비스를 설계하고 생산을 설계해야 한다. 셋째, 주민의 목소리를 대변·변호·옹호(advocacy)해야 한다. 주민자치회는 마을과 주민을 대변·변호·옹호해야 한다. 각기 이해관계를 기반으로 성립된 단체가 각각의 주장이나 요구를 표출하면서부터 민주적인 사회의 운영이 이뤄지기 시작한다. 대변·변호·옹호는 지도자나 전문가 그리고 주민자치회의 기본적 의무다. 넷째, 주민자치는 주민의 동의와 역량에 따라 다르다.

주민자치회 지위

주민자치회는 이중의 지위를 갖는데, 첫째로 지역이나 주민의대표자로서의 지위, 둘째로 정부 협력자로서의 지위를 갖는다. 여기서 대표자 지위가 확보되지 못하면 협력자로서 지위를 가질 수 없다. 주민자치회가 지역이나 주민의 대표자로서 지위를 갖기 위해서는 규모의 적합성과 계층의 적절성이 있어야 한다. 주민자치회의 적정 규모로서 읍·면·동은 너무 크다. 또 읍·면·동이라는 행정계층이 이미 존재하고 있어서 대립적으로 주민자치회는 존립하기 어렵다.

주민자치기본권

주민자치권은 입법권·인사권·조직권·재정권으로 접근해 볼 수 있다. 주민자치는 입법권·인사조직권·재정권 중에서 하나라도 결핍되면 성립되지 않는 매우 예민한 조직이다.

주민자치법성격

현재 주민자치 조례는 실체법으로 주민의 자치를 시·군·구의 조례로 규정하고 있어서 주민의 입법권을 침해하고 있다. 실체법으로는 주민자치회에 자치권을 부여하고, 지위와 권위를 부여하며, 주민자치를 지원한다는 원칙을 정하는 것이 타당하며, 절차법으로는 주민들이 주민자치회를 성립하고, 조직하고, 운영하는 등의 절차와 조건을 정하는 것이 옳다.

주민자치회 설계를 위한 주민자치 관계

주민

주민들이 주민을‘이웃’으로 승인할 수 있어야 하며, ‘주민자치회’를 공동체로 승낙하고, 주민자치회의 가치에 동의하고, 주민자치의 의무를 수용하고, 주민자치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주민자치회를 설계해야 한다. 주민자치회는 주민을 대표해야 하며, 거주자·사업자·출향인·관계인 등 모두가 각기 다양한 형태로 협력하는 체계로 조직돼야 하고, 주민들에 대해서 배타적인 지위를 가져야한다.

마을

주민자치회 영역을 주민들이 마을로 승인 가능하고, 주민을 이웃으로 승인 가능한 영역을 주민자치회의 영역으로 설계해야 한다. 주민자치회는 지역을 대표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주민들이 자치 가능한 구역으로 설계해하며, 마을에 대해서 배타적인 지위를 가져야한다.

사회

지역 사회의 모든 단체들을 네트워크할 수 있도록 하고, 지역사회를 대표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활동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고, 주민자치 사업으로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고 동시에 사회적 자본을 형성하며, 지역의 사업을 해야 한다.

행정

읍·면·동과 협력관계에 놓이며, 시·군·구와 협력관계에 놓인다.

대변

지역과주민을대변·변호·옹호한다.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킨다. 행정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재정

회비, 사업비, 기부금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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