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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주민자치제도는 종합적인 실현 과정을 고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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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주민자치제도는 종합적인 실현 과정을 고려해야”
  • 김용운 건국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융합인재학과 교수
  • 승인 2019.02.01 1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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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운 건국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융합인재학과 교수.
김용운 건국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융합인재학과 교수.

지방자치법이 제정된 지 30년 만에 전부개정되는 등 최근 주권재민(主權在民) 원칙에 충실한 주민자치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과 사회적 합의가 과거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에 도달하고 있어 향후 주민자치의 근본적 변화와 발전이 기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여전히 주민자치 제도 변화의 구체적 방향과 내용에 대한 합의가 부족해, 주민자치 실현 자체를 저해하거나 지체시키는 형국이다.

김교수와 전회장 두 발제자 모두, 주민자치 제도 초창기인 1999년의 주민자치위원회 제도는 물론, 최근에 추진된 중앙정부의 자치분권 종합계획, 행안부·서울시 표준조례 등도 주민자치의 본질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문제의식과 반성에 기초해, 향후 근본적인 방향 전환을 제안하고있다. 두 발제자는 단체자치에 기반하는 기존의 주민자치 제도, 그리고 단체자치를 전제로 하는 정부의 최근 주민자치 제도 개선안이 갖는 근본적 한계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천부적인 주민주권에 근거해 주민에게 실질적 자치권을 부여하도록 주민자치 제도를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고, 이런 주민자치 실질화를 위한 전환에 있어서 주민자치회의 자치권, 역할과 기능, 이해관계자와의 관계 등을 적정 설정하는 것이 중요함을 공히 강조하고 있다.

주민자치가 나아가야할 변화의 근본적 방향성이 주민주권 원칙에 충실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발제자들의 주장에 이견을 제시할 사람은 많지 않다. 특히 그간 정부와 시민사회, 학계 등에서 기울여온 많은 제도적·실천적 노력에도 이런 이상적 방향성에 맞도록 주민자치가 크게 발전하지 못했다는 현실의 한계를 고려할 때, 기존의 접근법(특히 단체자치 중심의 접근법)에서 벗어나 본질적인 방향 전환을 모색하는 것은 당연하면서도 필요한 일이다.

문제제기와 상황타개 접근법

문제는 방향성에는 합의해도, 이런 방향성을 구현하기 위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에 대해서는 관련 전문가들이나 이해관계자들 간에 이견을 좁히기가 용이하지 않다. 예를 들면, 두 발제자 역시 주민자치회의 적정 구역(읍·면·동, 통·리, 신규 공간vs 마을)과 관련해서는 의견이 다소 상이한 것으로 보인다. 보통 정책 갈등이 존재하는 경우, 대안별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권력적·금전적 이해관계가 의견 충돌의 원인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주민자치 제도적 변화 내용에 대한 합의가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나아가야 할 목표로서의 주민자치‘이상’과 ▲과거부터 누적된 우리의 상황적‘현실’ 사이의 간극 문제다. 즉 이상적 지향점으로서의‘주민자치’와 현재의 ‘단체자치’ 사이에 일종의 연속선(continuum)이 존재하고, 우리는 그 연속선상의 어느 지점이 적정한가를 갖고 상호 갈등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

예를 들면, 정부는 최근 단체자치의 틀을 깨지 않는 수준에서 주민자치 개선안을 추진하려 하고, 발제자들은 이것이 나아가야할 목표에는 한참 부족한 수준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현실적 정부와 이상적 전문가들이 서로 다른 지점을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흔히 보 듯이 바람직한 목표를 얘기하는 측과 현실적인 개선 문제를 얘기하는 측간에 타협점을 찾는 것은 그다지 용이하지않다. 그렇더라도 지금처럼 두 발자국을 나아갈 것인지, 세 발자국 나아갈 것인지 타협점을 찾지 못해, 한 발자국도 못 나가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고려해 볼 수 있는 접근법 중 하나는 지향하는 목표에 합의가 이뤄져있다는 것을 전제로 할 때, 단계별 로드맵을 구상하는 것이다. A안, B안, C안 사이에서 다투지 말고, A→B→C와 같은 단계적 계획안을 고려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일거에 단체자치를 주민자치로 전환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주민자치회 제도 설계 시 고려할 점

특히 전체적(holistic)이고 역동적(dynamic)인 시각을 갖고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김찬동 교수 발제는 주민자치 정책실패의 문제를 ‘정책 형성 단계’ 문제로 논의하고, ‘정책 집행 단계’에서의 실패나 영향에 대해서는 논의를 생략하고 있다. 전상직 회장 발제도 ‘제도 형성에 필요한 주장이나 설계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실제 제도를 실현하기 위해 법제도 형성 다음의 집행 단계에서 직면하게 될 현실적인 장애 요인이나 과제에 대해서는 논의를 생략하고 있다.

그간의 지지부진한 주민자치 발전 과정을 고려할 때, 주민자치의 이상에 부합하는 기초적인 틀과 제도의 형성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당위적 인식과 소명의식의 발로가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주민자치제도를 설계함에 있어서 주민자치 실현과 관련된 전체 과정(예 : 제도의 형성, 집행, 평가, 환류)에 대한 종합적 고려가 보다 바람직하다는 점은 자명하다.

한편, 인간과 사회의 역동성으로 인해 현재 상태의 기대와 미래의 현실은 다를 수 있다. 발제자와 주민자치위원들이 설계하고자 하는 제도 속에 포함된 주민자치회, 주민, 마을, 지역 단체,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등 이해관계자들의 생각과 행동은 발제자와 주민자치위원들의 예상과 달리 역동적일 수 있어서 미래에도 현재와 같을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음을 예상하고 대비해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수요와 공급 논리에 따라 추진했던 과거 정부의 주택 정책이 주택 공급 증가에 따른 추가 수요 발생이나 서민 주머니 사정 등을 고려하지 못해 주택 문제 해결로 이어지지 못했던 점을 상기시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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