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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주민자치 정책은 by the people과 with the people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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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주민자치 정책은 by the people과 with the people로”
  • 전영기 중앙일보 논설위원 겸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2.01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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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기 중앙일보 논설위원 겸 칼럼니스트.
전영기 중앙일보 논설위원 겸 칼럼니스트.

왜 주민자치인가

주민 현대 한국 사회에서 개인은 국민, 생산자, 소비자, 납세자, 유권자, 가족의 지위를 동시에 지닌다. 전상직 회장은 한 개인의 주민적 성격을 새롭게 조명함으로써 ‘주민’으로서의 개인을 확립하고자 했다. 여기서 주민성이란 국가, 시장, 가족이 포섭하지 못하는 마을 공동체에서 개인의 존재 양식이다. 그런데 현실에서 마을은 읍·면·동 행정구역에 불과하고, 주민은 행정 대상으로 격하됐다. 주민이 주체가 아닌 객체로 남아 있는 한 스스로 다스리는 인간 본성, 즉 공동체에서 ‘창조 + 자유 + 자율’의 인간성은 완성하기 어려울것이다.

자치 한국의 지방자치는 1995년 지방선거 이래 본격화됐고, 2003년 노무현 정권 이래 지금까지 지방분권이 강조됐는데, 지방자치건 지방분권이건 마을 단위에서 주민이 스스로 자신들의 문제를 설정해 해결함으로써 마을의 주민성이 심화, 확장되는 자치엔 별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오히려 중앙권력이나 중앙정치의 기획에 의한 분권역량이 과대화됨으로써 주민의 자치역량이 과소화하는 역설이 벌어지고 있다는 게 전상직 회장의 지적이다.

과대분권 역량의 폐해 지방분권은 중앙의 통치적 권력을 지방으로 복사, 이전시킴으로써 오히려 말단에서 주민자치의 자발적인 탄생과 성장을 억누르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 이런 식의 지방분권은 안하느니 못하다는 말까지 나올 수 있다.

예천군 의회의 일탈 사례 외유성 연수, 폭력 갑질 등 지방의회의 일탈은 240여 개 시·군·구의회의 보편적 현상이다. 예천군이 예외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지방의회의 권한 강화, 지방의원의 유급화는 지방분권 정책에 따라 체계적으로 확산돼 왔는데, 지방의회의 기능과 역할이 긍정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는 찾기 힘들고, 그 반대가 진실처럼보인다. 왜 그럴까? 마을의 주민자치가 실질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말단의 주민자치가 시·군·구에 장악됨으로써 행정객체화 됐고, 이에 따라 주민자치가 지방권력(지방의회 +지방자치단체)을 견제하거나 저항하는 능력이 완전히 상실됐기 때문이다. 지방분권을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라도 주민자치의 정상화가 필요하다.

제주도 제2공항 반대 세력의 중앙성·정치성 제주도는 종합적인 여건과 수요상 제2공항건설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국토부와 제주도가 모두 인정하는 바다. 그런데 중앙의 환경원리주의자들이 막무가내로 제주로 내려가 도청 내 천막농성 등으로 업무 방해를 하고 있다. 제주도의회는 민주당이 70%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데 도민, 지역민, 주민의 이해와 요구보다 환경원리주의자들에 의해 휘둘리는 중앙당의 눈치를 보느라 제2공항 건설을 지원하지도 반대하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상태를 보이고 있다. 지방분권의 일그러진 단면이 아닐 수 없다. 제주도에 마을 단위 주민자치가 활성화됐다면, 이들의 의견이 조직화되고 상향화돼 제2공항 문제가 지금처럼 악화되진 않았을 것이다. 지방 분권이 능사가 아니다. 주민자치를 실질화하는 게 더 중요하다.

서울형 주민자치의 허구성 서울시는 각 구청이 표준조례를 제정해 각 동장으로 하여금 주민자치위원 선정위원회 구성권을 부여하고, 이에 따라 결과적으로 행정라인 선상에 있는 동장이 주민자치위원회를 조직하는 전형적인 행정자치를 하고 있다. 그래놓고 이걸 주민자치라고 선전해대고 있다. 주민자치위원회를 관리하는 신규 인력으로 각 구청별로 주민자치지원관을 2명씩(인건비 9000만원 + 사업비 7000만원/25개 자치구×2명=50명), 각 동별로 주민자치담당관 1명(인건비 4000만원+사업비1000만원제공/424개
행정동)씩을 선정했다. 주민자치를 관리한다는 명목으로 470명의 신규 인력이 250억원을 쓰게 하고 있으니, 이들이 서울시의 정치 서포터요, 서울시의 선심 정치성 예산 뿌리기의 합법적 통로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지방분권의 이름으로 주민자치를 행정 객체화, 정치 대상화하는 사례가 아닐까 생각한다.

행정안전부의 표준조례 주민자치가 마을이란 구역에서 주민들 총회에 의해 자체적으로 자치위원을 선정해야 하는 것인데, 행안부는 시·군·구에게 권장하는 표준조례에서 행정라인에 의한 주민자치위원 선정을 공식화하고 있다. 이래서 지방분권은 과잉이요, 주민자치는 없거나 과소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올바른 주민자치를 어떻게 할 것인가 좌파 정부에서 국가의 역할이 더 커지고, 국가가 지방분권, 주민자치까지 다 만들어 주려고 하니 지방분권 과잉, 주민자치 과소의 역설이 나타난다. 자치는 근본정신이 개인, 자유, 자율, 공동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 시민, 개인처럼 주민의 천부성에 대한 자각이 필요하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는 주민자치에 대한 비판정신이 확산돼야 한다. 지금까지 지방분권, 주민자치 정책의 수준이 오직 ‘for the people’이었다면, 이를 ‘by the people’+‘with the people’로 전환하는 정신운동이 벌어져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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