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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모태자치를 법에 어떻게 뿌리 내릴 것인가에 역점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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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모태자치를 법에 어떻게 뿌리 내릴 것인가에 역점둬야”
  • 이기우 지방분권개헌국민행동 상임의장(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승인 2019.02.01 1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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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우 지방분권개헌국민행동 상임의장(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기우 지방분권개헌국민행동 상임의장(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국에서 지방자치가 실시된 이후, 지방자치를 폄훼하고 왜곡하려는 의도가 많았다. 읍·면자치를 할 것인지, 혹은 군 자치를 할 것인지에 대한 논쟁이 30여 년간 진행됐다. 군사정부 하에서도 그 논쟁은 계속 있었는데, 1989년 지방자치법을 개정하면서‘우선 시행하는게 급하다’고 해서 읍·면·동 자치 문제는 1998년과 2004년에 논의하자고 해서 넘어갔다.

1997년 경실련의 ‘우리 사회 이렇게 바꾸자’는 책에서 “이왕에 군·구 자치로 가면 동사무소와 읍·면사무소가 행정 공간으로 머물게 된다. 그래서 한 공간을 시민들에게 돌려줘서 그 마을을 어떻게 키우고 발전시킬 것인지, 또마을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주민들이 모여서 담론을 형성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자”고 본인이 제안했다. 행정 공간에서 주민공간으로 가자고 했는데, 안식년을 하고 1999년에 돌아와 보니까 아무 권한도 없이 말만 ‘주민자치위원회’라고 만들어 놨다. 그래서 “이건 안 된다”고 했더니 “이젠늦었다. 읍·면으로 확대시키겠다”고했다.

그 다음 주민자치위원회를 하다가 ‘주민자치회’가 왜 들어오게 됐냐면 다음과 같다. 정치권과 행안부가 시·군을 통합해서 40~60개 만들겠다고 했을 때 본인이 “그렇게 하면 풀뿌리 자치는완전히 죽어버린다”고 반론했더니 “그럼 주민자치회라는 것을 만들어서 거기에 자치권을 부여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래서 본인이 “주민이 동네 문제를 결정하게 해줘라. 그렇지 않으면 풀뿌리 자치라고 할 수 없다”고 했는데, 자치권이 없는 주민자치회를 지방분권 특별법에 넣게 된 것이다.

우리가 말하는 주민자치는 기형적인 자치

이번에는 그것을 법제화한다고 했다. 그 역시 주민자치회의 뒷받침이 되는 주민들은 없다. 지금 이것을 법제화하겠다는 거다. 오늘이 자리에는 ‘정말 동네를 위해서 일하고 싶은데 막상 주민자치위원이 되고 보니까 제대로 할 일이 없고, 우리는 곁다리더라’하는 걸 절실히 느낀 것이 분노로 충전돼 참석한 분이 대부분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주민들이 주민들의 삶을 스스로 규정하는 의미에서의 자치, 즉 풀뿌리자치를 어떻게 복원할 것인가가 오늘의 주제고, 그것을 위해 우리가 모였다.

실제 우리가 주민자치라고 하는 것은 외국어로 번역이 안 된다. 전세계에 없는 기형적인 자치, 혹은 자치도 아닌 것을 도입해서 이걸 자치라고 강변하고 있는 게 행안부의 이번 개정안이다. 단적으로 실수하고 있는 것은 이번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의 13조의 3에서 ‘주민자치회 사무’라고 했다. 세상에 주민자치회 사무는 없다. 주민자치회의 의결기능, 집행기능 등은 있어도 사무는 없다. 그 사무는 누구한테 귀속되겠는가? 당연히 동민, 읍민, 면민에게 귀속되는 것이지 주민자치회에 귀속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이걸 선진국 사람들에게 설명하면 “그게 뭔데?”한다. 차라리 ‘동자치’ 또는 ‘동 주민자치’, ‘읍 주민자치’ 또는 ‘읍 자치’로 가는 게 맞다. 다른 나라는 다 그렇게 하고 있다.

풀뿌리자치는 모태자치

주민자치가 느닷없이 등장해서 정말 좋은 단어의 뜻을 오염시키고 있는 것 같다. 과연 주민들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는 것을 20년 동안 겪어본 적이 있는가? 실패했다면 과감하게 진로를 바꿀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모든 사람이 실패했다고 분노하고 있는데도 그것을 고수한다면, 그 정책 입안자는 미련한 사람들이 아닌가 생각한다.

풀뿌리 자치는‘모태자치’다. 스위스의 유명한 역사학자인 아돌프가스는 2차 대전 때 “모든 서방국가들이 민주화되는데 어떤 국가들이 독재화되고, 또 민주국가가 되더라도 지켜내지 못하는가를 봤더니 풀뿌리 자치, 모태자치가 안 된 곳은 기초가 허약하기 때문에 민주주의가 무너졌다. 그런데 풀뿌리에서 민주주의가 발전하는 나라는 독일보다 무력이 훨씬 약해도 지켜냈다”고 설파하면서 “독일에서도 이제 그런 비극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는 풀뿌리 자치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했다.

지금 우리나라 중앙정부 정치가 많은 문제를 안고 있고, 문제가 문제를 덮고 있는 민주주의 결함을 보게 된다. 풀뿌리에서 생활문제를 해결하면서 이웃과 토론하고, 협상하고, 합의하는 문화는 우리나라 전체의 정치를 바로잡을 수있는 원동력이다. 그렇다면, 지방자치법을 개정하면서 모든 자치의 기본이 되는 모태자치를 어떻게 제대로 뿌리내릴 것인가에 역점을 둬야 한다. 또 헌법 118조 2항에 지방자치단체의 종류는 법률로 정한다고 돼있다. 그러면 지방자치법 제2조 지방자치단체 종류에 읍·면·동을 넣을 것인가, 말 것인가에 초점을 둬야 읍 주민자치, 동 주민자치, 면 주민자치가 비로소 실현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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