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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글] 주민자치회를 주민들에게 맡기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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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글] 주민자치회를 주민들에게 맡기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
  • 승인 2019.01.0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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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

필자는‘주민자치위원회’정책이 주민자치에서 완벽하게 빗나가고, 현장에서 실패조차도 할 수 없었던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그 이유로 첫 번째는‘주민’에 근거를 두지 않은 위원회고, 두 번째는‘자치’를 할 수 없는 위원회였기 때문이다.

읍·면·동장은 주민자치위원회를 읍·면·동장의 자문회의로 운영했으며, 주민자치위원이 읍·면·동장을 보조하거나 봉사활동 하는 것을 당연시했다. 따라서 주민자치위원회라는 명칭을 사용하면서도 주민자치에는 진입조차도 하지 못했으니 실패도 성공도 없을 수밖에 없었다.

치명적 결함을 가진 주민자치정책

2013년의 시범실시 주민자치회는 지방분권법에 읍·면·동 행정구역의 주민으로 회를 구성하라고 분명하게 규정했다.

자치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규정을 하진 못했지만, 적어도 주민자치회의 구성원은 주민으로 해야한다는 원칙은 분명하게 법률로 정했다. 그러나 시범실시 조례를 만들면서 행정안전부는 다시 후퇴시키고 말았다. 정책은 경로 의존성을 가진다고 하지만, 주민자치회 정책이 본질이 전혀 다른 주민자치위원회의 경로에 의존한다는 것은 지나가는 소도 웃을 일이다. 아래 표에서 보다시피‘회’라고 하고는 회원인 주민을 빼고, 회라고 하고는 다시‘위원’으로 구성했다.

표준조례는 한술 더 떠서 위원을 추첨으로 뽑는다고 명확하게 못을 박아 규정하고 있다. 명백한 월권이며 부당한 간섭이다. 이상의 정책을 정리해보면 어느 정책 하나도 온전한 주민자치정책이 없다. 주민을 빼든, 자치를 빼든, 회를 왜곡시키든, 모두가 주민자치에 있어서는 치명적인 결함을 갖고 있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에 대해

근자에 발표한‘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에는 주민자치회 조항이 들어있다. 실망이다. 지난 20년간의 실패를 경험하고도 아직까지 주민자치가 실질화될 수 있는 제도를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 주민자치회에서 주민을 인식하고 자치를 인식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럽지만, 주민 고유의 주민권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주민의 자치권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주민자치는‘입법권’ 인사권·조직권’‘재정권’으로 이뤄진다. 세 권리 중에서 하나라도 결여가 된다면 주민자치는 성립되지 않는다.

특히‘입법권’이 없으면 아무것도 없게 된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의 주민자치회는 입법권이 없다. 입법권은 시·군·구 의회에 있다. 입법권이 없다면 주민자치회는 집행기구에 불과하고 만다. 행정서비스 아웃소싱 조직은 될 수는 있으나 주민자치 조직은 될 수 없다.

행안부가 설계한 주민자치회의 결정적인 오류는 첫째 주민자치회는‘주민회’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요 둘째, 주민자치회는‘자치회’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다.

주민자치회법의 원칙

주민자치회법은 다음의 원칙과 같이 존중해야 한다. 첫째, 주민자치회와 자치단체의 관계는 상호 독립적이어야 한다. 자치단체가 입법권·조직권·재정권을 구유하고 있어서 독립적으로 작동하듯, 주민자치회도 입법권·조직권·재정권을 갖고 독립적으로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 상호 간의 협력은 독자성 위에서 이뤄지는 것이어야 한다.

둘째, 주민자치회와 자치단체 의회도 각기 독립적이어야 한다. 자치단체의 의회가 주민자치회의 독립성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 주민자치회의 규칙은 주민자치회가 주민들의 뜻으로 만들고, 지방의회는 주민들이 주민자치의 공공성을 구현할 수 있도록 하는데 필요한 지원을 하면 된다. 주민자치를 지도한다는 것도 계몽한다는 것도 자치에는 위배되기 때문이다.

셋째, 주민자치회는 오로지 주민들의 뜻에 의해 입법이 이뤄지고, 조직이 편성되고, 사업이 결정돼야 한다. 주민들의 의사결정과정에 자치단체 혹은 자치의회의 어떤 선의적인 개입도 반 자치적이 된다.

넷째, 주민자치는 분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자치로서 완성된다. 분권이 자치가 되는 과정에는 주민들이 분권된 공공에 동의하고, 자신의 임무로 승인하고, 주민의 의지로 실천해야 비로소 완성된다. 따라서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말아야 하고, 분권하되 자치에 맡겨야 한다. 

다섯째, 주민자치에서 중간지원조직은 필요 없다. 어떤 지원도 주민자치회 내부화를 해야 비로소 자치로서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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