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6:55 (금)
“차베스 공동체주의, 구조적 한계로 주체적 발전 못 이뤄”
상태바
“차베스 공동체주의, 구조적 한계로 주체적 발전 못 이뤄”
  • 여수령 기자
  • 승인 2022.01.26 07: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3회 주민자치 연구세미나…김영섭 박사, 베네수엘라 주민자치운동 분석
베네수엘라 주민자치운동의 역사와 공과를 짚어보고 우리나라 주민자치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연구 위한 세 번째 연구세미나가 1월 25일 서울 종로구 태화빌딩 하모니홀에서 열렸다.
한국자치학회가 개최하는 제3회 주민자치 연구세미나가 1월 25일 열렸다.

한국자치학회가 베네수엘라 주민자치운동의 역사와 공과를 짚어보고 우리나라 주민자치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개최한 제3차 주민자치 연구세미나가 1월 25일 서울 종로구 태화빌딩 그레이트하모니홀에서 열렸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세미나에서 김영섭 박사(웹이코노미 대표이사)는 ‘차베스 포퓰리스트 레짐의 작동 구조와 차베스 공동체주의’를 주제로 발표했다. 

김영섭 박사는 “베네수엘라에서 국민의 참여와 주도적 정책결정을 실현하기 위한 제도적 표출은 혼란스럽고 복잡한 측면이 많다”며 “이는 하나의 조직이 실패할 때마다 차베스와 그의 자문관들이 다른 것을 실험했고 또 다른 측면에서는 국민 스스로가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 이것이 나중에 수용, 공식화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볼리바리안서클-지역공공개혁위원회-주민자치위원회로 변화

발표문에 따르면 차베스 체제 하의 정치 참여 및 결정의 제도적 표현체로는 ‘볼리바리안 서클’이 가장 먼저 나타났고 이후 2001년 지역공공계획위원회(CLPP), 2006년 주민자치위원회(CCS)가 시행됐다. 이외에도 ‘의료위원회’, ‘도시토지위원회’, ‘선거전투단위’, ‘주민공동체수자원위원회’, ‘전기위원회’ 등이 설치, 운영됐다. 

먼저 ‘볼리바리안 서클’에 대해 김 박사는 “2001년 6월부터 차베스 대통령에 의해 본격 추진된 정치사회조직”이라며 “2000년부터 헌법을 공부하는 모임으로 처음 만들어지고 이후 차베스의 요청에 따라 ‘볼리바리안 서클’이라는 이름으로 통일적이고 전국적인 범위로 조직돼 나갔음을 알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차베스와 혁명 지도그룹은 집권 초기부터 지역단위의 자치조직에 관심을 가졌는데, 그 구체적 시도가 지역공공계획위원회(CLPP)”라며 “하지만 불행히도 CLPP 실험은 실패로 끝났다”고 밝혔다. 실패 이유로는 “수십만 주민 가운데 대표를 뽑는 등 단위가 너무 커 진정 주민의 의사와 의지를 대표하기 어려웠고, 기성 정당이나 관료들이 자신의 지지자들을 대표로 내보내 CLPP를 장악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발표를 맡은 김영섭 박사.
발표를 맡은 김영섭 박사.

이에 대한 대안으로 2006년 4월에 법적 근거를 갖춘 주민자치위원회(CCS)가 핵심 제도로 급부상했다. 김 국장은 “CLPP의 실패 경험으로부터 시작된 주민자치위원회는 ‘시행착오-실험-확장-법적・재정적 보증-전면 확산’이라는 경로를 밟았다”며 “CLPP가 발생시킨 여러 문제를 피하기 위해 광역 단위가 아닌 풀뿌리 단위에서 시작하는 새로운 공동체를 구축하는 프로젝트가 추진된 것”이라고 밝혔다. 

주민자치위원회는 도시에서는 200~400가구, 농촌에서는 20여 가구, 원주민 거주지에서는 10여 가구 단위로 구성됐다. 위원회의 주요 임무는 도시토지위원회, 문화위원회 등 공동체 내에 이미 결성돼 있는 단체들의 활동을 조정・통합하는 것이다. 이를 기초로 정부에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되는 ‘공동체은행’을 통해 할당 받은 재원을 직접 관리한다. 이 같은 방식으로 바리나스, 메리다, 타치라, 트로히요 4개 주에서는 3000개가 넘는 프로젝트가 진행돼 약 5000만 달러가 지출되기도 했다. 김 박사는 “2006년 4월 이후 전국에서 주민자치위원회가 우후죽순 격으로 출범했고, 전국적으로 약 5만여 개의 위원회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정치적 대의의 장이 역할 못해 차베스 포퓰리즘 등장”

김 박사는 “이 같은 차베스 체제 하의 제도 변화 과정을 보면 정치적 대의의 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포퓰리즘이 등장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정치에서 배제되고 제도권 틀에서 벗어난 민중들을 직접 정치의 장에 동원한 것이 차베스 포퓰리즘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차베스 포퓰리즘에 대해선 ‘자주적 시민성의 발현은 아니었다’는 비판과 ‘법으로 주민참여 기구를 만들었지만 진정한 제도화 과정은 이뤄지지 못했다’는 평가가 내려지고 있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차베스의 정치적 도구 역할만 했다고 매도하기는 어렵다. 객관적 평가를 위해서는 제도 작동 원리와 현 상황에 대한 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발표에 이어 질의응답이 진행됐다. 류호익 한국주민자치강사회의 공동회장은 “베네수엘라의 주민자치위원회는 자생적인 것이 아니라 법과 제도에 의해 만들어졌다. 직접민주주의를 제도화했지만 실질적으로는 대통령에 집중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며 “주민자치위원회가 정치적 지지기반을 만들기 위한 목적인지, 풀뿌리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제도인지 그 기획 의도가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김 박사는 “이는 베네수엘라 내부에서도 여전히 논쟁적인 문제”라며 “자발적인 시민성의 발현이 아니라는 비판적 평가가 있지만 제도권 내에서 대의민주주의의 참여 수준을 넘어서는 시도를 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내려지고 있다”고 전했다. 

권영옥 서울시주민자치여성회의 공동회장은 “우리나라가 베네수엘라의 주민자치 정책에서 배워야 할 장단점은 무엇인가”를 물었다. 김 박사는 “주민자치위원회가 주민들의 직접적인 참여를 이끌어 냈다는 점은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다만 위원회가 파당적이고 정치적 지지기반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었기에 주체적 발전,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지 못한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직접 참여 이끌어냈지만 구조적 한계로 주체적 발전 못 이뤄”

조성호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베네수엘라 주민자치위원회의 제도적 특징을 짚었다. 조성호 연구위원은 “주민자치는 크게 2개의 제도로 움직인다. 하나는 스위스의 코뮌이나 독일의 게마인데 같은 기초자치단체이고 다른 하나는 주민공동체 방식인데 베네수엘라의 주민자치위원회는 주민공동체 형식이다. 그런데 베네수엘라의 주민자치위원회는 천문학적인 정부 재정 지원을 받으면서도 책임성은 없다 보니 재정 운영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부패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독일이나 스위스의 방식처럼 기초자치단체로 설계됐다면 효율성을 담보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김찬동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교수도 “우리가 주민자치를 하려는 이유는 민주주의를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다. 그런데 베네수엘라의 사례를 보면 독재체제가 굳어지면서 정당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주민들은 참여라는 이름으로 정치에 동원됐다”며 “‘시민성에 기반 한 자치를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가지고 본다면 결국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김 박사는 “주민참여를 정치 동원화 한 것, 국가 재정의 무분별한 투입, 효율적인 행정시스템 부재 등이 실패의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차베스 포퓰리즘이 ‘좌파 퍼주기 정책’ ‘인기영합주의’ 정도로 해석되고 있는데 이는 ‘정치적 대의의 장이 사라진 공간에서 벌어진 동원화 모델’이라는 해석을 간과한 측면이 있다. 차베스 포퓰리즘에 대한 다각적인 분석이 필요하다”는 말로 세미나를 마무리했다. 

한편, 한국자치학회는 오는 1월 28일 태화빌딩 그레이트하모니홀에서 ‘차베스의 주민자치운동과 박정희의 새마을운동 비교(김충남 박사)’를 주제로 제4회 세미나를 개최한다. 세미나는 한국주민자치중앙회 유튜브로 생중계될 예정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공공성(公共性)’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연구세미나95]
  • 문산면 주민자치회, 주민 지혜와 협의로 마을 발전 이끈다
  • 제주 금악마을 향약 개정을 통해 보는 주민자치와 성평등의 가치
  • 격동기 지식인은 무엇을 말해야 하는가?[연구세미나94]
  • 사동 주민자치회, '행복한 끼'로 복지사각지대 해소 나서
  • 남해군 주민자치협의회, 여수 세계 섬 박람회 홍보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