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9 17:16 (월)
[여는글] 서울형 주민자치회는 ‘지원’한다면서 ‘지배’와 ‘간섭’도 하는 최악의 제도
상태바
[여는글] 서울형 주민자치회는 ‘지원’한다면서 ‘지배’와 ‘간섭’도 하는 최악의 제도
  • 전상직 한국자치학회 회장·본지 발행인
  • 승인 2018.06.01 09: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상직 한국자치학회 회장·본지 발행인.
전상직 한국자치학회 회장·본지 발행인.

서울형 주민자치회에 대해서 어떤 것이 문제인가를 고찰해 보기로 한다. 이번에는 주민자치 지원과 간섭을 변수로 두고 서울형 주민자치회 제도를 살펴보자.

주민자치에 대해서 물으면 대체로 첫째, 본질은 ‘주민들이 알아서 하는 것이다’. 둘째, 현상은 ‘주민자치위원은 일은 하지 않고 바라는 것만 많다’. 셋째, 방법은 ‘주민자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는 답을 잘 하지 못 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주민자치에 대해서 정책을 내놓았다. 이른바 ‘서울형 주민자치회’ 정책이다.

월간<주민자치> 5월호(2018. vol.79) ‘여는글’에서 밝혔듯이 서울형 주민자치회는 첫째, 주민자치에서 주민을 뺐다. 둘째, 관료도 제쳤다. 셋째, 조직도 무력화시켰다. 넷째, 예산도 가로챘다. 다섯째, 교육까지도 장악했다.

서울형 주민자치회의 지원과 간섭

첫째, 주민자치회를 ‘지원’도 ‘간섭’도 하지 않는 시기가 있었다.

서울형 주민자치회는 ‘지원’한다면서 ‘지배’와 ‘간섭’도 하는 최악의 제도.
첫째, 주민자치회를 ‘지원’도 ‘간섭’도 하지 않는 시기가 있었다.

대한민국 근대사 중 산업화시기나 민주화시기에는 주민자치를 지원도 간섭도 하지 않았다. 일제강점기의 행정체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서 지역 사회의 자치제도가 없었다. 조선시대부터 전래돼오던 전통적인 향촌자치는 이미 사라지거나 행정사무로 편입됐고, 일부가 문화로 남아 있었을 뿐이다.

산업화시기와 민주화시기는 한국에서 사회변동이 가장 심했던 시기로 식민지 행정을 청산하고, 향촌자치를 하기위해선 지원이 절실하게 필요했다. 그러나 국가에는 주민자치라는 기획이 전혀 없었으며, 일제강점기 행정방식으로 지역사회를 유지했다. 지원도 간섭도 하지 않으면서 자치 없이 오로지 행정으로만 일관했다. 조선의 향촌자치 전통은 일제강점기 동안에도 명맥을 유지했지만, 이 시기에 대부분 소멸됐다.

둘째, 주민자치회를 지원하지 않고 간섭만 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둘째, 주민자치회를 지원하지 않고 간섭만 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둘째, 주민자치회를 지원하지 않고 간섭만 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주민들이 지역 사회와 관계를 맺는 동기는 먼저, ‘경제적인 동기’, 다음으로 ‘정치적인 동기’, 마지막으로 ‘사회적인 동기’가 있다. 이런 동기들이 지역 사회에서 발현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자원봉사가 대표적인 현상이다. 그런 이타성을 지원하지 않으면서 착취했다. 최근에 재능기부에 대한 반대가 확산되는 것도 과도한 착취에 원인이 있다.

지역의 주민들이 이타적인 미덕으로 이룬 사업을 행정의 실적으로 흡수해 버린다. 그렇게 해서 미덕의 재생산을 좌절시키고, 개인의 미덕이 마을의 공덕으로 승화되는 통로를 차단하는 것이다. 국가의 행정 권력이 지역 사회에서 승자의 지위를 여유 있게 즐기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승자인 관료의 여유만큼 주민자치는 신음을 할 수 밖에 없는 데도 말이다.

셋째, 주민자치회를 지원은 하되 간섭은 전혀 하지 않는 경우가 최고다.

셋째, 주민자치회를 지원은 하되 간섭은 전혀 하지 않는 경우가 최고다.
셋째, 주민자치회를 지원은 하되 간섭은 전혀 하지 않는 경우가 최고다.

박원순 시장이 서울시민을 신뢰한다면, 서울형 주민자치자치회는 주민자치를 ‘지원하되 간섭은 하지 않을 것’이다. 간섭은 불신을 행동으로 표하는 것이다. 목적과 과정, 심지어 성과까지 간섭한다면 주민자치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박원순 시장이 시민을 믿지 못하고 관료를 믿으면 ‘관치’할 것이고, 서울시 관료도 못 믿으면 ‘관변단체’로 통치할 것이다.

서울형 주민자치회 제도로 살펴본다면, 박원순 시장은 시민을 믿을까? 관료를 믿을까? 그도 저도 아니다. 시민도 못 믿고 관료도 못 믿고, 측근으로 조직됐다고 의심되는 관변단체만 믿는다. 서울시민을 불신하는 서울시장이 서울시민에게 자치할 공간을 허락할 리가 없다.

넷째, 서울형 주민자치회는 ‘지원’하면서 ‘간섭’도 하고 ‘지배’도 한다.
넷째, 서울형 주민자치회는 ‘지원’하면서 ‘간섭’도 하고 ‘지배’도 한다.

넷째, 서울형 주민자치회는 ‘지원’하면서 ‘간섭’도 하고 ‘지배’도 한다. 실제로 박원순 시장은 시민을 불신한다. 그 증거로 주민자치회를 지원한다면서 조직, 인사, 교육에 간섭하며 실제로는 매우 강하게 지배하고 있다. 박원순 시장의 시민 불신의 엘리트주의는 이미 예견된 현상이라서 놀랍지 않으나, 시민 불신이 정책으로 제도화될 때 어떤 형식으로 회자될 것인가 자못 궁금했다.

서울형 주민자치회는 주민관치를 넘어서서 주민정치로

1999년 주민자치위원회와 2013년 시범실시 주민자치회는 관료들의 통제 하에 있었다. 서울형 주민자치회는 박원순 시장의 관변단체로 위탁된 주민자치지원단(관)의 통제 하에 편입됐다.

서울형 주민자치회는 주민관치를 넘어서서 주민정치로.
서울형 주민자치회는 주민관치를 넘어서서 주민정치로.

향약의 시행을 앞두고 이율곡 선생은 “관료들이 향촌사회를 통치할 때는 위로는 법령이 있고, 현장에는 풍속이 있어서 향촌의 주민들이 향촌을 자치할 수 있지만, 관변세력들이 향촌을 지배하면, 관료들이 주민에게 자치로 맡기던 것까지도 세부적으로 간섭하고 지배해 주민의 자치력을 형편없이 약화시킬 것이 분명하다”고 걱정했다.

서울형 주민자치회에는 관료도 주민자치회도 제치고, 주민자치를 전적으로 좌우할 수 있는 구(區)주민자치지원단을 두고 있다. 필자의 경험으로, 앞으로 주민자치에 가장 큰 걸림돌이 있다면 바로 구(區)주민자치지원단일 것이다.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를 보강하고 활성화하는 것이 훨씬 더 주민자치 본래와 가깝다.

필자가 몇 해 전에 구(區)주민자치협의회의 자치역량 함양을 위해 주민자치협의회에 주민자치 자문을 받을 수 있는 자문위원을 두자고 제안을 했는데, 가장 먼저 반대하고 나선 이가 구 자치행정과장으로 “자치행정과에서 다 해드릴 것인데 왜 자문위원을 두느냐”고 말렸다. 관료들은 구 주민자치협의회 활성화를 반기지 않았다.

‘다 해드린다’는 ‘지원’이 실효적인 ‘지배’였다는 것은 이젠 다 알려진 일이다. 서울형 주민자치회 정책은 구 주민자치협의회를 무력화하고 그 자리에 위탁을 받은 관변단체가 자리를 잡도록 제도화했다. 역시 지원이라는 말이 사용됐다.

관변단체 관리자에게 주민자치 감독관 완장을

구 주민자치지원단의 가장 큰 문제는 구 주민 자치지원관 선발과 권한과 역할에 있다.

구 주민 자치지원단을 민간 위탁하면 수탁한 관변단체에서 지원관을 선발한다는 것이다. 공공화되지 않은 단체에서, 공공화되지 않은 절차로, 공공화된 주민자치회를 지원할 주민자치지원관을 선발한다는 것이다. 절차나 과정이 주민자치의 공공성을 비롯한 여러 덕목과는 전혀 맞지 않는다.

서울시의 지역 사회에는 연륜·능력·의지가 풍부한 주민들이 많다. 관변단체가 도맡아 나서는 형국이 돼서는 서울형 주민자치회로는 그런 성숙한 주민들의 선량한 이타성이 담겨질 수 없다. 관변단체를 내세워 주민자치회를 좌우하려는 시도는 어떻게 표방하든 그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주민자치 발전에 오히려 저해되고 있는 구 주민자치지원단(관) 제도는 당장에 폐기하는 것이옳은 것이다.

서울형 주민자치회 예산은 주민자치회가 아닌 지원단 예산이다

박원순 시장은 주민자치회 지원예산을 주민자치회로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관변단체인 주민자치지원단으로 지원한다. 행정조직인 자치구와 주민자치회도 제쳤으니 위탁을 받은 객이 주인을 지배하려는 것으로 밖에는 해석할 수 없다.

서울형 주민자치회 예산은 주민자치회가 아닌 지원단 예산이다.

구 주민자치지원단은 공공성이 검중된 단체가 아니다. 주민들의 주민자치회보다도 더 공적인 권한을 부여하는 박원순 시장의 잣대가 얼마나 경도됐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주민자치예산은 주민자치회로 당연히 가야한다.

주민을 서울시의 머슴으로 자치회를 하청기구로 생각하지 말라

주민자치회는 지역을 나의 마을로, 주민을 나의 이웃으로, 마을 일을 나의 일로 만드는 사업을 하는 것이 본연의 임무다.

주민자치위원회는 의사결정기능과 사무집행기능과 사업수행기능이 있는데, 그중에서 사업수행기능만 강조해 주민자치위원들이 사업수행을 하지 않으니 일꾼으로 삼겠다는 발상은 주민자치에 대한 무지를 그대로 노정하는 것이다.

주민자치위원은 동장의 머슴이 아니고, 관변단체가 시키는 일을 하는 일꾼이 아니다.

주민자치위원에게 수치로 따지거나 포장 가능한 성과를 내는 일을 시키려는 발칙한 발상은 정책의 실패로 다가가는 길을 재촉할 것이다. 주민자치회는 주민들이 원하는 사업과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자치회지 서울시가 필요한 일을 하는 하청기구가 절대 아니다.

서울시가 하청하려는 일의 가치가 높던 크던 그것은 서울시 행정의 가치이지 주민들 자치의 가치는 아니다. 따라서 서울시가 필요하다고 가치 있다고 생각해서 주민자치회에 하청하지는 말라.

또 주민자치회는 주민들의 자치결사체라야지 서울시의 서비스 아웃소싱 단체는 아니라는 것을 분명하게 깨닫기 바란다. 더구나 서울시가 하고 싶은 일은 주민자치회의 임무로 줘놓고는 임무의 수행에 필요한 인력과 예산은 주민자치회가 아닌 지원단에게 주는 것은 또 무슨 해괴한 일이란 말인가. 시민단체에 하청을 줘서 일을 시키는 것처럼 주민자치회에다가 하청을 줘서 일을 시키겠다면 주민자치의 본질을 심하게 왜곡시키는 착각이다.

대표적으로 서울형 주민자치회에서 중점을 두고 있는‘마을계획수립’을 보자, 서울시에는 여러 가지 규제와 제한이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도시계획이 있다. 동 규모는 주민자치 규모가 아닌 도시의 규모다. 따라서 비상설 비상시기구인 주민자치회가 감당할 수 없다. 전문성을 요구하는 계획이고, 실무적으로 집중해 수립할 수 있는 조직을 필요로 하는 거대하고 복잡한 사업이다. 그것을 주민자치회에 강요하는 것은 주민의 입장에서는 가히 폭력에 가깝다. 마을계획수립을 강요하고는 주민자치회를 지원하겠다며 동지원관을 계약직 공무원으로 배치한단다.

마을계획수립 요구도 동 지원관 배치도 철회하라

서울형 주민자치회 평가

서울형 주민자치회 평가.

서울시는 지원은 한다. 그런데 관변단체 지원이다. 관변단체는 서울시의 지원(권한, 인력, 예산)으로 주민자치회를 지배할 수도 있고, 지역 사회와 주민들도 관리할 수 있다. 주민자치회의 주민자치교육도, 동지원관과 간사의 인사도, 자치사업도 심지어는 과정에 개입하는 컨설팅까지 할 수 있는 권한까지도 부여해 주민자치에서는 관료를 제칠 수 있게 만들었다. 동지원관은 자치계획을 수립하고, 업무도 기획하고, 주민자치위원회의 구성까지도 권한으로 하고 있다.

서울시는 간섭을 한다. 주민자치회의 위원장은 조직권을 가진 구지원관과 동지원관의 지배하에 놓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주민자치회는 형해화해 오로지 관변단체의 인물로만 채워지고 관변단체의 하부조직이 될 것이다. 아무리 선량하게 판단하더라도 서울형 주민자치회는 주민의 자치조직도 관료의 관치조직도 아니다. 관변단체의 관치조직으로 관료관치보다 훨씬 혹독한 간섭을 피할 수 없고, 훨씬 더 저열한 간섭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바란다

서울형 주민자치회를 일개 행정과의 사무 정도라고 하면서 실무적으로 했노라고 피해가시지 말라. 서울형 주민자치회는 박원순 시장의 역점사업인 찾동의 핵심이며, 주민자치회를 하기 위해 찾동을 했다고 보는 것이 더 맞는다고 알고있다.

서울시 정책이 민주당이 다수인 서울시의회에서 반대가 없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찬성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다른 정당의 구청장들은 전혀 동의하지 않을 정도로 설득력이 없는 정책이 서울형 주민자치회’정책이 아닌가? 서울형 주민자치회 시범 실시 계획을 전면 철회하고, 서울시민의 중지를 모아서 다시 정책을 만들자. 강행해서 현실화한다면 강력한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공공성(公共性)’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연구세미나95]
  • 문산면 주민자치회, 주민 지혜와 협의로 마을 발전 이끈다
  • 제주 금악마을 향약 개정을 통해 보는 주민자치와 성평등의 가치
  • 사동 주민자치회, '행복한 끼'로 복지사각지대 해소 나서
  • 남해군 주민자치협의회, 여수 세계 섬 박람회 홍보 나선다
  • 별내면 주민자치위원회, 청소년들의 자율적 자치참여 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