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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글] 주민은 빼고, 주민자치위원을 우민화하며 주민자치(위원)회를 무력화하기 위한 꼼수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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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글] 주민은 빼고, 주민자치위원을 우민화하며 주민자치(위원)회를 무력화하기 위한 꼼수 ②
  •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
  • 승인 2018.08.0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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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회 시범실시 표준조례 분석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

주민자치회 권한

특별법에서는 ▲주민자치회 구역 내의 주민화합 및 발전을 위한 사항 ▲지방자치단체가 위임 또는 위탁하는 사무의 처리에 관한 사항 ▲그 밖에 관계 법령, 조례 또는 규칙으로 위임 또는 위탁한 사항을 주민자치회의 기능으로 정하고 있다.

표준조례는 특별법에서 주민자치회에 부여한 기능 중에서 위임사무의 수임권은 없애고, 수탁권과 자치권도 축소하면서 협의권이라는 허울뿐인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협의는 합의와는 달리 책임도 의무도 수반되지 않는 행위로서 주민자치회 조례에 굳이 명기할 필요조차도 없는 사무다. 협의권이라는 유명무실한 권한보다는 읍•면•동장에게 업무보고를 요구할 수 있는 정보공개 및 동정보고 요구권이 더 현실적이다.

주민자치회의 권한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주민자치회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직접민주제도를 도입해 주민자치회가 주민발안을 할 수 있고, 주민투표를 추진할 수 있으며, 주민소환을 추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훨씬 더 바람직하다.

주민자치회 위원 선정

특별법에는 ‘주민자치회의 구성은 지역의주민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주민자치회위원은 단체장이 위촉한다고만 규정해 주민자치회 위원의 선출에 대한 규정은 없다.

주민자치위원 선출권이 명기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주민자치회의 구성원들에게 부여하는 것이 원칙이다. 1999년 주민자치위원회의 조례준칙은 ‘주민자치위원은 읍•면•동장이 위촉한다’고 규정하고, 주민자치위원 선출권을 확실하게 규정하지 않았다. 대부분은 읍•면•동장이 임의로 위촉했다. 부작용이 만만치 않았다. 주민자치위원 선출에 압력이 가해지고, 주민자치위원에게 암묵적으로 기부와 행사 참가가 강요돼서 주민자치가 아닌 관변단체로 심하게 변질됐고, 시•군•구 의원이 고문으로 주민자치위원회를 좌우하는 진풍경이 노출되기도 했다.

2013년 시범실시 주민자치회는 선정위원회에서 선출하되, 선정위원회를 단체장과 관료들의 영향력 하에 둬서, 사실상 관료가 주민자치위원 선출을 담당했다. 그래서 기존에 읍•면•동장이 선정하던 주민자치위원회와 사실상 차별성이 없었으며,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 심의위원회인 주민자치위원회의 조직구조와 인적 자원을 그대로 승계 운영했다. 결과는 이미 충분히 검증된 바와 같이 주민자치에서는 완벽하게 실패했다.

2018년 표준조례는 선정위원회를 폐지하는 대신에 주민자치학교를 이수한 자 중에서 추첨으로 선출한다고 한다. 도시도 농촌도 어촌도 산촌도 모두 주민자치위원이 되려면, 우선 주민자치학교에서 공부할 것이 강요되고, 수료한다 해도 추첨으로 결정된다. 필자에겐 주민자치를 하라는 것이 아니라, 주민자치회 위원을 지배하겠다는 것으로 다가온다. 지역 사회에서 뜻있고 유능한 인물이 무보수 명예직의 주민자치위원을 하겠다고 나서는 이 있을 것인가? 주민자치위원회 사례를 보면, 어쨌든 읍•면•동의 영향력하에 있을 수밖에 없는 관변단체의 장들과 지역의 자영업자들이 나서고, 읍•면•동장의 수요도 맞아떨어져서 주민도 없고, 자치도 없는 주민자치위원회가 운영될 수 있었다.

주민자치회 위원 선발•선출•선정은 경영학에서는 인적자원관리론의 채용에 해당하는 분야고, 행정학에선 인사행정론 중에서 임용에 해당하는 문제다.정치학에서는 선거의 문제다. 주민자치회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중요한 일이다.

주민자치회 위원 선출에서 가장 큰 과제는 먼저, 주민자치를 성공적으로 만들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이 있는가의 문제다. 주민자치회는 분명하게 읍•면•동 차원의 일을 하는 것이다. 개인의 덕성과 주민자치회 차원의 능력은 다르다. 둘 다 있으면 좋지만 하나에 기준을 두고 선출하면 나중에 반드시 문제로 야기된다는 사실이다.

주민자치회의 자치사무와 자치사업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주민자치회 위원이 해야 할 직무가 잘 설계돼있어야 하며, 그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어떤 능력과 자격, 즉 수행요건이 필요한지가 명확하게 제시돼야 한다. 주민자치위원회는 프로그램 심의 회의만 하면 되지만, 주민자치회는 회의 사무가 있고 사업이 있다. 수행해야 할 자치직무와 수행요건이 없으면 권력이나 명예에 대한 이기적인 동기로만 주민자치회위원에 지원하겠지만, 자치직무와 수행요건이 분명하면 자치직무에 맞는 인재가 연결될 수 있다. 이런자치직무의 설계는 주민자치회의 사무나 사업의 계획으로 결정되며, 수행의 방법이나 절차에 따라서 수행요건이 결정된다.

주민자치회 위원은 자치직무의 수행에 필요한 권한과 동시에 책무도 부여받아서 주민자치회의 회무를 수행하게 된다. 물론 감사 대상과 회원의 평가 대상이 되기도 하면서 주민자치회는 발전의 선순환과정에 들어서는 것이다. 주민자치 경험이 풍부한 일본의 정내회는 먼저 정내회장 선거위원회를 구성해서 주민들로부터 정내회장 입후보 신청을 받지만, 입후보자가 없으면 선거위원회는 곧바로 선고위원회로 전환해 정내회장을 추대하고, 추대 사실을 고지하는 임무를 한다고 한다. 대부분의 정내회에서는 회장을 추대하는 것이 미덕이 된다고 한다.

한국의 주민자치위원회의 경우, 위원장의 임기가 매우 짧다. 읍•면•동 위원장의 경우, 임기 2년에 중임이 평균이지만, 임기 2년에 단임도 있고 1년에 중임도 있다. 모두 시•군•구의 조례로 정하므로 주민자치위원장의 임기는 주민자치위원회를 대하는 시•군•구 의회의 정서를 느끼게 하는데, 그 정서는 주민자치위원에 대한 경계다.

2018년 표준조례는 주민자치학교 이수자 중에서 추첨한다고 해 주민들의 임원 선출권을 근본적으로 박탈하고 있으며,‘당해 읍•면•동 소재 각급 학교•기관•단체 및 기타 읍•면•동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주민공동조직, 이장•통장 연합회 등에서추천받아 주민자치 교육과정을 이수한 사람’도 주민자치회 위원 공개추첨에 포함함으로써 읍•면•동장의 주민자치회 개입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왜 굳이 읍•면•동장의 추천이라는 꼬리표가 필요한가?

주민자치회의 기본적인 권한은 입법권, 조직•인사권, 재정권이 있다. 본 조항은 주민자치회의 조직•인사권을 근본적으로 박탈하는 것이다.

주민자치에 종사할 수 있는 의지•능력•여건을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단체장이 실시하는 주민자치학교 이수자 중에서만 추첨으로 선발하는 것이 과연 주민자치 적임자를 선출하는 것일 수 있는가? 특별법에서 정한 ‘1. 주민자치회 구역 내의 주민화합 및 발전을 위한 사항’ ‘2. 지방자치단체가 위임 또는 위탁하는 사무의 처리에 관한 사항’ ‘3. 그 밖에 관계법령, 조례 또는 규칙으로 위임 또는 위탁한 사항’을 단 6시간 교육의 이수자 중에서 무작위로 추첨해서 산발할 수 있는가? 추첨이라는 우연성으로 경험을 축적한 주민자치회 임원을 확보할 수 있으며, 경험을 축적해 갈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는가?

주민자치회 위원이 실무가 없는 명예에 불과하다면 추첨으로 선출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주민자치회 위원으로 할 일이 있다면, 할 일을 기준으로 자격과 능력과 여건, 특히 본인의 의지에 근거해 선출해야 하고, 주민들이 위원의 활동에 동의해야 비로소 주민자치가 가능해진다. 주민자치회 위원의 선출은 전적으로 주민들에게 맡겨야 한다. 주민들이 위원을 선출하게 되면, 선출하는 주민도 위원에게 관심을 두고 협력하게 되고, 선출된 임원도 기대를 파악하고 노력을 하면서 주민과 위원이 상승작용을 하게 된다.

추첨제는 그런 주민과 임원의 관계를 송두리째 파괴하게 된다. 개인주의가 극도로 발달되고 주민자치가 정형화된 서구에서는 성립될 수 있지만,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방치된 한국의 지역 사회가 단 6시간의 교육으로 추첨된 지도자의 지도로 자치화될 수는 없다. 조직적으로 치밀한 기획이 필요하고, 인사적으로 현장력이 있는 지도자가 필요한 시점에서 추첨제로 주민자치회의 임원을 선발한다는 것은 주민자치회를 형해화하자는 것에 불과하다.

주민자치회 임원과 분과위원회

표준조례 제11조(주민자치회의 장), 제12조(간사), 제13조(감사), 제14조(분과위원회)에서 정한 사항들은 한마디로 주민자치회가 성공할 수 있는 필요조건과 충분조건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으며, 주민의 자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제11조에서 ‘회장 1명과 부회장 2명을 두라’는 것은 자치가 무엇인지 모르고 만든 규정이다. 자치를 안다면 ‘주민자치회는 민주적인 절차로 주민자치회의 장을 선출해야 한다’는 정도에 그쳐야 한다. 필자가 사소한 대목에서 왜 화가 나는가를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주민들을 얼마나 무시하면 이런 것을 행정안전부의 표준조례라고 만들었을까다. 또 대한민국의 주민들이 관심을 가진다면 행안부의 표준조례보다 더 나은 조례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표준조례를 만들어서 시•군•구의회에 주민자치를 맡겨버리고, 시•군•구의회를 통해 주민자치회를 지배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주민자치회가 주민들의 자치로 이뤄지게 하려면, 필요한 제도를 만들어서 주민자치를 보장하고, 보호하며, 주민자치에 필요한 지원을 해주면 된다. 시•군•구의회가 축소 조정한 2년이라는 임기 동안에는 아무리 유능한 주민자치위원장이라 하더라도 읍•면•동이라는 방대한 행정구역의 주민과 문제, 사업을 도저히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더구나 근무할 사무처와 지원하는 상근자도 없이 읍•면•동을 파악해서 주민을 설득해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가능하겠는가? 회장이 주민자치회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관해서가 아니라, 주민들이 정해야 할 숫자까지 제시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행정안전부가 할 일이 아니다.

제12조(간사), 제13조(감사), 제14조(분과위원회)도 동일하다. 다만, 제14조의 ②항에서 “분과위원회는 주민자치회 위원과 제7조 제1항 각 호에 해당하는 사람 중 참여를 희망하는 사람으로 구성할 수 있다”고 하면서 제7조 1항 ‘해당 읍•면•동에 주민등록이 돼 있는 사람’중에서 참여를 희망하는 사람으로 구성할 수 있다고 한다. 참으로 애매하고 모호한 규정이다. 참여를 희망하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가 아니라 ‘구성을 할 수 있다’는데 누가 어떻게 구성하는 지는 전혀 나타나 있지 않다. 이 조항만 봐도 표준조례는 실시할 수 없을 정도로 부실하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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